김민들레 이야기책빵 4월 이야기책빵 북클럽 후기입니다.
2주 동안 데미안을 읽고 나서 오프 모임을 가졌어요. 쉽지 않은 책이지만 이야기를 나누면서 항상 정리되곤 합니다.
독서후기를 쓰면서 이야기책빵 카페에 남긴 질문과 제가 만든 질문으로 발제문을 만들고 카페에서 진행했어요. 데미안을 통해서 얻고 싶은 것을 독서 전에 질문을 했었는데요, 모두 달랐어요. 재희 님은 데미안 독서를 도전하고 싶었고 함께 분들의 후기와 적용법이 궁금했대요. 영주님은 스스로를 괴롭게 만드는 이유, 극복하는 방법을 알고 싶었고, 헤르만 헤세 작가도 알고 싶다고 하셨죠.
저는 왜 그토록 알에서 깨어나기가 어려웠는지? 데미안의 시대적 배경은 언제인지, 헤세의 관심사는 무엇인지도 궁금했어요.
먼저 독서 전에 얻고 싶은 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어요.
<데미안 독서에서 얻고 싶은 것은?>
재희 님은 데미안 독서를 도전한다고 하셨는데 완독 하셨어요. 어려운데 재미있다고 했는데 저도 그래요. 어려우면서도 헤아려보고 사색해야 할 많은 문장들이 있어서 쉽게 페이지가 넘어가지 않더군요. 데미안과 에바 부인이 종교적인 상징으로 봤고 헤세는 종교, 내면에 대한 탐구를 한 작가이기 때문에 그런 색채가 나타날 수밖에 없죠.
영주님은 스스로를 괴롭히는 이유를 스스로 찾고 스스로 답했어요. 진행하는 과정을 괴롭고 힘들다고 정의하고 나쁜 것이라고 정의했기 때문이라고 스스로를 파악하셨어요. 모닝 페이지를 쓰면서 극복해 보겠답니다. 뭐든 잘하는 영주님이지만 본인만 과소평가를 하는 것이고 옆에서 보기에는 뭐든 잘 해내는 분입니다. 항상 자신에게는 후하게 점수를 주지 않는 부분이 누구에게나 있거든요. 저도 그렇고요.
저는 알에서 깨어나기가 왜 그렇게 어려웠는지 궁금했는데요. 삶에서 변화, 성장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 아닐까 해요. 변화하려면 기존의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을 버리거나 완전히 바뀌어야 하는데 혼란이 일어나기 마련이니까요.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 주변 환경까지 무시할 수 없으니 어려운 법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 성장해야 하는 삶이고 자신에 대한 탐색과 가족이 좀 더 유연한다면 덜 힘들지 않을까 해요.
시대적 배경은 독서하면서 틈틈이 시대적 배경을 조사했고 발제문을 준비하면서 자세히 알게 되었어요.
1차 세계대전 전후 독일이 배경이었고 종교적인 가정과 학교에서 기존의 가치관과 정체성이 흔들리는 싱클레어였어요.
본문에서도 니체의 책이 몇 권 놓여있다고 했는데 니체의 삶에 대한 강렬한 열정, 통찰도 영향을 받았겠죠. 니체에 헤세를 비교한 블로그도 읽도 도중에 썼으니 참고 바랍니다.
헤르만 헤세가 융에게 정신분석 치료를 받으며 더 내면적인 탐구를 한 영향도 작품에 들어있겠죠. 융이야말로 내면세계 무의식을 강조한 분석심리학의 창시자로 유명해요. 의식, 개인 무의식, 집단 무의식으로 나누면서 인간을 마음을 소개합니다. 상담 심리를 공부할 때 빠지지 않고 나오는 융이었어요.
개인 무의식은 개인의 경험과 기억으로 당연히 형성되겠죠. 집단 무의식은 각 민족마다, 나라마다, 인류가 갖고 있는 집단적인 신화, 종교, 예술, 꿈, 신화로 인해 전해지죠. 이런 융에게 치료를 받았고 헤세도 내면에 관심이 있었던 터라 많은 작품에 영향을 주었고 동양의 불교에도 관심이 많았어요.
자신이 데미안을 통해서 알고 싶었던 부분만 전략적 독서만 해도 얻을 수 있는 게 엄청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발제문 질문을 5개 만들었는데요. 제 질문보다 같이 만든 질문이 더 좋을 것 같아서 제 질문은 5개 중 2개만 소개합니다.
1. 싱클레어가 경험하는 밝은 세계와 어두운 세계가 현실에서는 어떻게 나타날까요? 어떤 경험을 하셨나요?
2.'운명은 우리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안에 있다'라고 하는데요. 운명이 실제로 내면의 선택이었던 경우가 있었나요?
셋이 같이 만든 질문으로 이야기를 나눴어요.
싱클레어와 같은 경험이 있을까?
싱클레어가 생각하는 데미안은?
내 안에는 어떤 사람이 있는가?
내가 나에게 두드리는 노크 소리는 어떤가?
왜 데미안은 카인을 표식이라고 표현했을까?
자기 자신보다 더 잘 해내는 어떤 사람은 내 안의 누구인가?
나의 고독한 시간은 언제 나에게로 오며, 어떻게 나에게 도달하는가?
나는 어떤 운명대로 살고 있는가?
니체와 헤르만 헤세는 어떻게 다른가?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는 말은 어떤 의미인가?
내 속에서 솟아 나오려고 하는 것은 무엇이며 그것을 나오게 하는데 어떤 어려움이 있는가?
당신의 인생에서 알을 깨기 시작한 시기는 언제인가?
데미안을 읽으면서, 읽은 후 실천할 점은? 실천할 점은 무엇인가?
위 질문 중 3가지를 각자 한 개씩 선정해서 이야기했어요.
영주님이 3. 내 안에는 어떤 사람이 있는가에 대해서 질문을 뽑으셨는데요. 각자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소개와 정의를 했어요. 이야기를 나누면서 스스로를 파악하고 수정하고, 변화해야 할 부분을 체크하는 귀중한 시간이었어요.
재희 님은 10.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는 말은 어떤 의미인지에 대한 질문을 고르셨어요.
재희 님은 새가 신에게로 날아간다는 것은 자신에게로 날아간다는 뜻이 아닐까 했는데 새로웠어요. 그러겠구나 공감하면서 들었어요. 나는 어떤 새를 날리고 있을까? 하는 비유적인 질문도 아주 멋있었어요. 이렇게 책을 읽고 나누다 보면 멋진 말을 만들어내게 됩니다. 책 속 어휘를 사용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영주님은 알을 깨고 세상 밖으로 나오는 모습이고 나답게 성장하는 것이라고 했고, 재희 님과 영주님이 모두 연금술사 책을 떠올리셨어요. 연금술사는 자아와 꿈을 향해 떠나는 산티아고의 이야기와 메시지가 비슷하죠.
저는 알에서 깨어나서 새가 되고 신에게로 가는 게 자아와, 영혼으로 표현한 게 아닐까 해요.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에서 새를 살리기 위해서 겨울 눈 오는 날 중산간에 있는 자신의 집에 가달라고 부탁한 장면이 떠올랐어요. 여리고 작은 생명체지만 자유로운 영혼을 대변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이렇게 깊이 있는 대화가 나올 줄 몰랐어요. 말하다 보면 기존의 독서와 경험들이 나오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독서 후 실천할 점에 대해서도 나눴어요. 영주님은 자신에 대한 정의, 사명에 대해 다시 깊이 있게 생각해 본다고 했어요. 재희 님은 중학생 아이들과 같이 읽어보고 싶다고 했어요. 저는 20대 초반에 스토리만 읽었던 책이었는데 다시 읽어보니 아주 깊이가 있는 책으로 재독 하는 것처럼 아이들에게도 그렇겠죠. 느낌만 남아 있어도 독서는 의미가 있는 게 아닐까 해요.
저에게는 아주 큰 미션이 던져졌답니다. 3월 북클럽에서 최진석 교수님의 '건너가는 자'로 나눴는데요. 다른 북클럽에서 최진석 교수님을 초빙해서 강의도 듣고 책에 대해서도 나눴다고 해요. 함평에 있는 호접몽도 가고 싶었는데요. 제가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를 바라십니다. 저도 하고 싶고요.
의미 있는 독서가 프로젝트로 연결될 것 같습니다.
5월 북클럽은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로 선정했어요. 어려운 책이지만 데미안처럼 읽고 난 후 얻는 게 많을 것 같은 책입니다. 저는 지난달부터 조금씩 읽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