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너가세
김민들레
어제 내린 비에 촉촉한 보도블록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습기를 머금고 있다네
해가 내 몸을 다 말려버리기 전에
부지런히 저쪽으로 건너가야 한다네
어디로 가야 걸까
어여 가세 어여 가세
해가 더 높이 빌딩 위를 오르기 전에
내가 먼저 풀숲에 도착해야 한다네
주위를 둘러보니 내 친구들은 하나도 없네
왜 떠나지 않았을까
휴~
이제야 내 몸 하나 들어가면 딱 맞는
내 등딱지 집에서 편안히 쉰다네
작은 집에 아무것도 싣지 않고 떠난 길
그 먼 길을 이 느린 걸음으로 갈 수 있는 건
자연이 도와주기 때문이라네
왜 몰랐을까
*시집 필사 출간 모임 12기 15일 차입니다.
주 5일 매일 시 한 편 필사와 창작시 한 편씩 쓰는 모임입니다.
오늘은 산책 후 달팽이가 되어 시를 써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