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가 부인이 죽었는데 질그릇을 두들기며 노래를 한 이유는?
최진석 교수의 '삶의 실력 장자'를 읽고 있어요. 1/5 정도 읽었는데요. 최근 읽은 책에서 비유, 은유에 대해 흥미롭게도 겹치는 부분이 있었어요. 삶의 실력, 장자 책에서는 장자가 부인이 죽었는데 질그릇을 두들기며 노래합니다. 혜자라는 사람이 방문하여 곡소리를 하기는커녕 노래를 부르니 한소리 합니다.
아내가 죽은 마당에 어찌 나라고 슬프지 않았겠소? 그런데 내가 그 근본, 근원을 살펴보니까 원래는 태어나는 일 자체가 없습니다. 태어나는 일 자체가 없을 뿐 아니라 본래 형체도 없습디다. 비단 형체가 없을 뿐 아니라, 본래는 기(氣)도 없습디다
- 삶의 실력 장자, 72p
이렇게 장자가 대답을 했어요. 태어나는 일도, 형체도, 기(氣)도 없으니 슬퍼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죠. 너무 이렇게 해도 아내로서는 좀 서운할 것 같은데요~^^
어둡고 흐릿한 상태에 섞여 있다가 변해서 기가 있게 되었고, 기가 변하여 형체가 있게 되었고, 형체가 변하여 생명이 태어나는 일이 된 것입니다. 이제 또다시 변해서 죽음에 이른 것이오. 이것은 춘하추동 사계절이 변하는 것과 같소. 내 아내는 지금 천지라고 하는 커다란 방에 편안히 누워 있소. 그런데 내가 곡소리를 내면서 울고불고한다면 나 자신이 우주의 원리를 모르는 것이 되겠지요. 그래서 울음을 멈춘 것이요
-삶의 실력 장자, 72p
이것은 전형적인 인문적 해석, 인문적 통찰이 빚어낸 행위라고 최진석 작가는 말합니다. 비유와 은유로써 자기만의 관찰 해석, 통찰을 할 수 있는 거죠. 우주의 원리로 아내의 죽음을 비유하고 사계절과 같다고 은유적으로 표현했어요.
장자는 대단한 지식이 있었고 지혜로웠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저는 비유와 은유에 시선이 멈춰서 한참 동안 생각을 했고 김용규, 김유림 작가의 '은유란 무엇인가'책을 들춰봤어요.
시집 필사 출간 모임 12기 운영 중인데요. 시를 잘 쓰기 위해서, 하나라도 동행하시는 분들에게 참고가 될만한 책을 찾다가 읽게 되었어요. 은유의 힘은 무엇일까요? 은유란 무엇인가 책에서 소개하는 내용이에요.
2011년 발표한 논문인데 피실험자들을 나이, 성별, 학력, 직업, 종교, 정치 성향에 관계없이 무작위로 두 그룹으로 나눠요. A 그룹에는 '범죄는 에디슨 시를 먹이로 삼는 맹수다', B 그룹에는 '범죄는 에디슨 시를 감염시키는 바이러스다' 두 문장을 읽게 하고 대응책을 제시하라고 했는데 어떻게 되었을까요?
A 그룹 사람들이 중요한 범죄자, 색출 검거 대처방안을 제시했다고 해요. B 그룹은 예방조치를 최우선으로 삼았고요. 이 실험으로 은유는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을 형성한다는 사실을 증명한 실험이었어요. 이데올로기보다 더 힘이 강하다는 증거였어요. 은유의 힘이 원천이 바로 이미지라고 해요. 바이러스를 맹수로 바로 이미지화시켰기 때문에 맹수를 잡아야 한다고 방안을 제안한 거죠. 이미지로 강하게 정신을 사로잡아서 '비판적, 반성적 사고가 들어설 틈을 주지 않는대요.
지난주까지 읽은 은유, 비유, 상징이 전부였던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참 읽기 어려웠어요. 전혀 공통점이 없는 두 가지를 비유로, 은유로, 상징으로 연결하니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겠죠. 하지만 사색은 그 어떤 책보다도 많이 한 시간이었어요.
신은 죽었다, 정신의 단계는 낙타, 용, 사자, 어린아이라고 했어요. 설명이 없이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초인, 영원회귀, 선악의 개념 모두 비유, 은유, 상징으로 표현합니다. 니체 책을 600페이지 되는 두꺼운 시집이라고 말한 사람들이 있을 정도니까요.
니체 책을 읽으면서도 시집 필사 출간 모임을 하고 있어서 매일 시를 필사하고 시를 짓다 보니 참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하고 읽었거든요. 그런데 삶의 실력, 장자라는 책에서 최진석 작가가 비유와 은유로 관찰, 인문학적 통찰을 한다고 해서 은유란 무엇인가와 니체 책이 떠올랐어요.
비유, 은유를 쓰려면 서로 전혀 연결될 것 같지 않은 두 가지를 공통점으로 연결시켜야 해요. 장자가 사계절이 변하듯, 죽음도 당연히 온다고 한 것처럼요. 삶에 대한 통찰과 언어에 대한 이해와 표현도 가능해야겠지요. 추상적 개념을 구체적 이미지로 연결하는 창의성도 필요하겠네요. 그래서 인문학적 통찰이 필요하다고
한 이유가 될 겁니다.
은유가 삶을 변화시킬까요?
은유 시리즈 3권 제목만 봐도 은유가 바꾸는 세상, 은유가 삶도 만든다고 합니다. 그 좋은 예가 영화'네루다의 우편배달부 (일 포스티노)'영화예요. 저도 재미있게, 의미 있게 본 영화로 3회 정도 봤어요. 순진한 어촌 청년, 마리오가 시인 네루다에게 은유를 배워 아름다운 여인과 결혼하고 시인도 되죠.
세상을 보는 눈이 바뀌어서 새로운 세상을 만들려는 사회에 참여하다가 결국은 죽게 됩니다. 그 시작은 은유를 배운 것이었어요.
삶의 실력, 장자 책에서도 앞으로 비유, 은유가 많이 나올 것 같아요. 부인의 죽음 앞에서도 이렇게 은유, 비유로 인문학적 통찰로 표현을 한 장자가, 모르는 것이 없었다는 장자가 더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