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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도 더위에 달리다 만난 소낙비 땡큐

풀 마라톤 도전하다


10월 23일 춘천마라톤 풀 코스 도전을 하고 있습니다.

광명 마라톤 클럽에 2월에 가입 후 7월 현재에도 같이 달리기를 훈련하고 있습니다.


풀 마라톤 3개월 남긴 즈음이라 열심히 기록을 올려야 6시간 안에 완주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완주도 불안한 상태인지라 연습밖에는 답이 없습니다.


7월 6일 수요일 참 후덥지근한 31도 저녁 8시에 달리기 시작했어요. 여름이라 저녁 8시에 뛰지만 덥기는 매한가지입니다.


저녁 8시라 선선해지겠지 했는데 갈수록 후덥지근하고 목이 타오릅니다. 목표는 킬로당 7분 10초인데 오늘 가능할까요? 클럽 멤버 7명과 같이 달렸습니다.



달리기 전 뽀송한 모습


10킬로 달리기 기록


달리다 보니 5킬로에 숨이 탁탁 막히기 시작했어요. 다른 멤버들은 이미 앞서서 달리기 시작했고 훈련부장님만 저의 킬로당 7분 10초대 기록을 위해서 동반주 해주셨지요.


5킬로 즈음 킬로당 7분 50초 대가 되자 더 이상 달리는 게 의미가 없다고 하시고 너무 더우니 돌아가자고 해서 아쉽기도 하고, 잘 됐다고 생각하면서 걷기 시작했어요. 목이 마르니 수도가 어디에 있는지 생각도 나지 않더군요. 클럽까지 빨리 가서 물을 마시고 싶지만 5킬로를 가야만 물을 만납니다. ㅠㅠ


걷는 것도 운동이라고 하시면서, 이번 풀 마라톤은 여름 훈련 후 대회라 힘든 시기라고 하면서 봄 대회까지도 생각하라고 하시더군요.


평상시에는 산책로에 수도가 있어도 배탈이 날까 봐 먹지도 않았는데 목이 너무 마르니 어쩔 수 없이 세수하고 물도 마셨어요.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파는 격이죠 모.


2킬로 걷다 보니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어요. 후덥지근한 이유가 비가 쏟아지려나 했나 봐요. 6~7킬로 2킬로 정도는 걸어서 출발점으로 향했는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 거죠.


슬슬 뛰자고 해서 다시 뛰기 시작했어요. 푹푹 찌는 더위보다는 비가 훨씬 뛰기에는 낫습니다. 목도 마르지 않고 숨이 가쁘지도 않고 시원하기까지 하니까요. 더위에 뛰다가 비가 오니 기분까지 좋아지더라고요.


가랑비가 아니라 소나기라고 하기엔 너무 세찬 소낙비였어요. 모자를 쓴 덕분에 비가 얼굴에 직접 닿지 않았지만 옷과 신발, 양말까지 금세 다 젖어버렸습니다. 옆에서 훈련부장님은 얼굴에 비를 닦아내기 바빴지요. 산책로 자전거 도로에는 이미 물웅덩이로 변해버렸어요. 10분도 채 되지 않았는데 이렇게 금방 물이 차다니 비가 세게오긴 했나봅니다. 더웠는데 잘 됐다!라는 심정으로 비를 맞이하면서 뛰었습니다. 이렇게 반가운 비도 오랬만입니다.


8~10킬로 까지는 평상시에 잘 나오지 않는 기록까지 나올 정도로 비 덕분에 힘이 났습니다.


8킬로 - 7분 36초

9킬로 - 6분 56초

10킬로 - 6분 24초


이 정도면 포기하고 가려던 상황에서 좋은 성과입니다.


세상 일은 포기하다가도 비가 와서 좋은 성과가 나기도 하고 좋은 기록을 위해 연습 나왔다가도 더워서 되돌아가려고 하는 상황이 되기도 하는가 봅니다.





10킬로 따지면 좋은 기록은 아니지만 더위나 비가 오는 상황에서는 나름 만족스러운 기록입니다.



달리기 전 뽀송한 얼굴과 달리 빗줄기를 맞으며 온몸이 젖었고 신발까지 젖은 모습이지만 어느 때보다도 뿌듯한 얼굴입니다.



10킬로를 다 뛰고 귀가하는데 비가 멈추니 주위는 더 맑은 모습입니다. 날씨가 참 오락가락하는군요.


가랑비가 오는 날에 뛰긴 했지만 이렇게 소낙비 내린 물을 첨벙첨벙하면서 달리기도 처음입니다. 풀 마라톤 연습하다 보면 별의별 일을 다 만나겠지요. 풀 마라톤 도전 과정에서 다양한 일을 경험하는 일들이 완주보다 더 큰 수확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다음 연습에는 또 어떤 일을 만나게 될지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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