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소 800'이 오늘은 세 번째이고 춘천 마라톤 준비용으로는 마지막 '야소 800'이다.
풀코스를 준비하지 않는 분들은 12km 정도 지속주를 뛰기도 했지만 이번까지 '야소 800'으로 해보기로 했다.
보통 수요일 저녁이라 훈련 참가자가 5~6명인데 오늘은 11명이나 오셨다. 직장일 하면서 수, 토요일 훈련하기가 쉽지 않다. 보통 체력을 요하는 운동이 아니기 때문이다. 고수님들은 이미 체력이 있어도 일 때문에 못 오시는 분도 많다.
10월 23일 춘천 마라톤 대회까지는 마라톤에 집중하는 시간이 많다. 첫 도전하는데 설렁설렁해서는 완주할 수 없다는 생각이 할수록 많이 든다. 하면서 성취감도 느낀다.
광명 마라톤 클럽 앞에 가보니 처음 보는 분이 계신다. 훈련부장님이 신입 회원이라고 알려주시는데 신입 회원 같지가 않았다. 풍기는 포스가 울트라마라톤이라도 뛴 사람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3시간 6분에 풀코스 완주한 분이다.
클럽 홈페이지에서도 봤고 지금은 지방에 살고 계시다고 들었는데 오늘은 오신 거다.
" 혹시 황 00님 아니세요?"
" 어떻게 아세요? "
클럽 에이스라는 황 00분이라는 기록과 지금 지방에 살고 계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마라톤에 관심이 있으면 잘 뛰는 분들은 유심히 바라보게 된다. 존경스러워서.
풀코스 200회를 완주하신 김 00 님도 70이 되신 것 같은데 계속 풀코스를 뛰신다. 2~3회 훈련할 때 만났는데 그분의 마인드와 체력이 궁금하다.
오랜만에 으쌰 으쌰 하는 분위기가 좋다.
그러나 분위기만 좋았고 나의 마지막 '야소 800'은 6회로 마무리를 했다. 6회째 기록이 5분 전후여야 하는데 7~8분이 지나고 걷기 시작했다. ㅠㅠ. 이러면 '야소 800' 훈련의 의미가 없다고 하셔서 3km 너머 있는 마라톤 클럽으로 향했다.
걷다가 그래도 마지막까지 훈련부장님이 뛰면서 가자고 하셔서 뛰었는데 영~ 힘이 없었다. 에너지가 다 빠지는 느낌이어서 뛰다 걷다가 했다. 오늘은 실패의 날, 경험의 날로 치자.
걷는 건지 뛰는 건지 모르게 가고 있는데 황 00님이 회복 시간이라 천천히 뛰는 거냐고 묻는다. 회복 시간이 아니라 힘들어서 겨우 클럽까지 간다고 했다.
같이 뛰어보자고 하시면서 힘을 내라고 하신다.
발을 맞추고 하나 둘 외쳐 주셔서 안 뛸 수가 없었다. 없는 힘도 짜낼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울트라마라톤까지 뛰셨겠지.
마지막 200m 남을 때는 다 왔다고 하시고 손가락으로 등을 밀면서 마지막 스퍼트를 하라고 한다. 느렸던 발걸음이 다시 빨라지기 시작했고 마지막 스퍼트를 냈고 겨우 '흐지부지한 야소 800 9회'를 마무리해서 다행이다.
이런 생각이 든 시점에 훈련부장님이 마지막 1회가 남았다가 클럽을 지나 800m만 더 하자고 한다. 난 이미 한계상황까지 힘을 다 썼는데. 황 00님만 아니었다면 걸어서 왔는데 그나마 초면이라 도와주시는 마음이 느껴져서 있는 힘, 없는 힘 달려서 finish line을 지났는데 800m를 더 하자니.
"힘이 없어요..."
"'야소 800'은 10회를 뛰어야 훈련인데 그래도 10회로 마무리합시다"
결국 800m를 뛰고 마무리했다.
국가대표를 만들 것도 아닌데 너무들 하신다.
한계 상황에서 달려야 근육도 생기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끌어주심에 감사하다.
마라톤 클럽이 아니면 누가 이렇게 신경 쓰면서까지 이끌어주려고 할까. 다시 한번 광명 마라톤클럽에 온 것이 감사하고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훈련 후 회식
마지막 훈련들이 남아있지만 지금까지 같이 한 훈련만으로도 난 이미 체력이 많이 좋아짐을 느낀다.
설사 완주하지 못하더라도 난 이미 풀코스 완주를 위한 후련을 많이 할 수 있어서 뿌듯하다.
좋아하는 일을 할 때는 아무것도 보장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 가야 할 길이 험하다는 사실, 그리고 시도하려는 일이 잘될지 확신할 수 없다는 사실에서 만족감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