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에서 구독자로 공연 신청, 당첨되어 오케스트라를 남편과 보고 왔다.
지난번에도 구독자 찬스로 본 적이 있다. 일부러 시간 내어서 가기도 힘들고 비용도 들고 이래저래 미루기 마련인 오케스트라 공연이라 기회만 되면 가려고 일부러 만든다. 경제 공부를 부부가 같이 하고 있어서 한국경제 신문을 구독하고 있다. 신문을 보면서 같이 경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투자하고 있는데 경제 흐름을 보여주는 아주 중요한 정보를 갖고 있는 신문이다. 가끔씩 오프라인 경제 세미나에 참석해서 중요한 정보를 얻고 투자 인사이트를 얻기도 했다.
이번 공연은 영화 음악도 있고 해서 미리 집에서 유튜브로 낯설지 않게 듣고 갔다. 처음 들어본 음악도 좋긴 하지만 1~2회 듣고 가면 친근감이 있고 좋아하는 부분이 나오면 더 귀를 기울이게 된다. 뒤카스의 '마법사의 제자'라는 곡은 마법을 부릴 것만 같은 음악이 흘러나온다. 유튜브에서라도 꼭 들어보길 추천한다. 이번에 처음 들어본 곡이다.
가브리엘의 오보에와 시네마 천국 ost는 자주 들어본 곡이라서 익숙하다. 그래도 시네마 천국이 더 좋았다. 특히 악장이 바이올린 독주하는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공연이든 영화든 여행이든 가기 전이 가장 설레는 법이다. 남편이 퇴근 후 7시 30분 시작이라, 7시까지 오라고 하고는 미리 가서 주변을 둘러본다.
롯데 콘서트홀 주변은 둘러보는 게 참 좋다.
석촌 호수를 산책하면서 나무 아래를 걷는다. 어쩌면 공연보다 이런 시간을 오랜만에 즐기는 것을 더 좋아하는지도 모른다.
호수를 향해서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시간들이 정겹다. 날씨도 이제는 많이 풀려서 낮에 덥기는 하지만 나무 아래는 시원하다.
두꺼워서 망설였던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3권 중 1권을 펼쳐서 읽기 시작한다. 토스토옙스키의 책은 '죄와 벌'만 읽었을 뿐인데 서두부터 지하 동굴에서 올라오는 듯한 지독한 어른들의 무책임이 섞인 환경 설정과 아버지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 복잡한 가정사를 묘사하는 글들이 인상을 찌푸리게 한다.
주인공이 표도르 파블로비치 카라마조프다. 작가도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표도르라는 이름이 흔한가 보다.
얼마나 부모 답지 못한 부로로 인해서 아이들이 고통받고 있는지, 그것이 가난의 문제만은 아니다. 사랑받지 못한 사람이 또 사랑을 주지 않으니 그 외로움마저 대물림이 되고 방황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 같다.
대부분의 경우 사람들이란 심지어 악인들조차도 우리가 대략적으로 단정 짓는 것보다는 훨씬 더 순진하고 순박한 법이다. 이건 우리 자신도 마찬가지다.
-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1, 25p -
악인들을 조금 더 이해하며 읽어야겠다. 우리들은 모두 선악을 같이 갖고 있으므로. 초반만 읽다가 책을 덮는다. 오늘은 산뜻하게 산책하며 공연의 분위기를 즐기고 싶다.
주변을 둘러보다가 엘리자베스 랭그리터의 야외 전시를 보게 되었다. 석촌호수의 벚꽃 모습 그림도 보이고 서핑하는 자유로운 바닷가의 모습도 아주 시원하다. 원래도 그림을 보는 것은 좋아했지만 디지털 드로잉을 배우고 나면서부터 더 관심 있게 구도, 색상, 그리는 방법들을 자세히 보곤 한다. 도로, 나무, 사람들을 어떻게 표현했는지 유심히 봤다.
다시 산책하다 보니 석촌 호수 옆 공간에서 도시 예찬 전시회를 하고 있었다. 사진과 그림이 있었는데 사진보다는 아무래도 그림에 눈이 더 간다. 빨간 응원봉이 눈에 띄어서 한참을 바라봤다.
그림을 그리다 보면 사람이 많아지고 등장하는 도구가 많아지면 헷갈리게 된다. 이 사람과 응원봉과 연결이 되는지를 유심히 봤다. 응원의 열기가 보는 사람에게도 전달되는 그림이다. 그림을 보면서 수많은 상상을 하게 되고 자신만의 메시지를 얻는다는 게 그림의 효과가 아닐까 한다.
핸드폰 문자 당첨 메시지로 온 것을 데스크에 보여주고 티켓 2장을 받았다. 1시간 전에 갔기 때문에 줄을 서지 않고 바로 받았고 남편과 저녁까지 롯데몰에서 든든하게 먹고 공연을 봤다. 정면에서만 보다가 이번에는 옆 공간인 L 구역에서 봤는데 소리의 울림이 달라서 더 크게 들리는 것 같았다.
음악에 대해서 전문가는 아니지만 오케스트라가 한 소리로 내는 소리에 매력을 느낀다. 악기끼리 주고받는 화음을 느끼기도 하고 타악기가 터치하는 순간을 유심히 보기도 했다. 삶을 돌아보기도 한다. 미리 연주하는 공연 프로그램을 듣고 간 나는 좋았는데 바쁘게 공연장에서 처음 들은 음악을 남편은 어렵다고 했다. 낯선 음악만 들으면 어떤 음악인지 해석해 줬으면 한다고 했다. 시민이나 학생들을 위한 오케스트라가 중간에 지휘자가 설명을 하기도 하고, 사회자가 설명해 주는 것을 남편은 선호한다.
아무 준비 없이 가는 것도 공연을 관람하는 방법이기도 하지만 어떤 음악인지 미리 듣고 가는 것을 나는 선호한다. 남편처럼 너무 낯설어서 연주 내내 아리송한 표정으로 헤매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음악은 그냥 즐기면 된다. 그림에도 어떤 감상 방법이 없는 것처럼 그냥 음악에 몸을 맡기고 그 느낌만을 즐기면 된다. 어떤 사람은 같은 음악이라도 슬프게 들을 수도 있고, 자신의 처지 같아 울기도 하고, 즐겁게 편안하게 들을 수도 있다. 음악의 해석도, 그림의 해석도, 문학 작품의 해석도 모두 각자만의 해석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콘트라베이스, 관악기, 타악기, 하프 등의 연주를 보면서 그들을 유심히 쳐다보기도 한다. 이 연주를 위해서 연습했을 시간, 함께 호흡을 맞춰봤을 시간을 헤아린다.
딸 둘이 플루트와 오케스트라로 취미 삼아 청소년 오케스트라에서 연 2~3회 연주할 때가 생각났다. 연주 2~3주 전부터 주 1회 모임이 2~3회로 바뀌고 5시간씩 연주해서 어렵다고 하면서 장시간 연습한 날들이 떠올랐다. 그러나 연주 후에는 꽃다발과 많은 사람들의 박수로 자신감을 얻기도 하고 공연 후 뿌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능력과 재능으로 박수를 받는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물론 그 행복한 일을 위해서는 하기 싫은 연습, 힘든 연습도 견뎌 내야 한다는 것. 삶은 거저 되는 게 없다. 노력만큼, 쏟은 시간만큼 보람을 얻는 것 같다. 관람 후 귀가하면서 오늘 공연에 대해서 이런저런 대화를 하는 게 즐겁다. 각자의 느낌이 다르고 공통의 주제로 이런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일부러 시간을 내어서 밤늦게 귀가해도 행복한 순간이었다.
사실 우리의 삶을 살 만하게 만들어주는 철학, 과학, 예술, 종교, 운동, 오락 등은 모두 잉여가 아니었던가?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잉여의 가치를 잊어버린 것 같다.
- 김상욱의 과학 공부 27p -
삶을 살 만하게 만들어준, 잉여의 가치를 준, 한경 atre 필하모닉 더클래식 2025, 클래식 in 뮤비 오케스트라 공연 관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