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이틀 연달아서 하프(21.097km)를 완주했다. 이렇게 체력이 좋아진 이유가 뭘까? 하프만 달려도 반나절은 쉬어야 하는데 이틀 연속 가능하다니 말이다. 토요일은 광명 마라톤클럽 정기모임 러닝이 있어서 회원들과 같이 광명시민체육관에서 같이 뛰었다.
06시 모임인데 출발할 때도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도착해서 가랑비가 오고 있었다. 이 정도 비면 충분히 뛸 수 있다. 러너 5~6명 정도가 뛰고 있었다. 날씨가 좋다면 러닝 클럽 4~5곳이 모여서 무리를 지어서 뛰고 있었을 거다.
9월 중순 이후로 낮도 짧아서 06시가 되어도 어둡다. 바람도 서늘하여 점퍼와 긴 바지를 입고 갔다. 7~8월에도 뛰었기 때문에 18도라는 기온이 믿기지가 않는다. 더운 여름날 뛰어서 서늘한 기온이 몸으로 바로 체감한다. 비가 개어서 뛰기에는 딱 좋다. 해도 없고 덥지도 않고 이런 날뛰지 않으면 언제 뛰리오.
비 오는 날은 호흡하기가 아주 좋다. 더운 날은 숨이 턱턱 막히는 경험을 하기 때문에 호흡도 편하고 덥지도 않아서 최적의 날씨와 함께 러닝을 하니 기분이 좋다. 비가 오는 바람에 가장 편한 신발이기보다는 더러워도 괜찮은 신발을 신고 오는 바람에 천천히 뛰었다. 1~7km까지는 7분 전후 페이스로 뛰다가 컨디션이 좋아서 10km 목표로 왔다가 더 뛰기로 혼자 마음을 먹는다. 가끔 가랑비가 왔지만 맞아도 좋다!
이번 주는 지난 일요일 하프 대회에 나갔기 때문에 평균 주 5일 러닝을 주 2회로 줄이고 휴식을 많이 취했다. 그 덕분인지, 비 덕분인지 몸이 가볍고 하프를 뛰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8km 이후로 6분 30초로 뛰다가 11km 이후는 6분 10초대로, 조금씩 빨라지다가 마지막에는 5분 51초, 5분 19초로 마무리를 했다.
<페이스 조절하며 완주하는 방법 4가지>
1. 페이스를 조절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페이스로 뛰는 방법이다. 1km에 6분 페이스면 6분 페이스를 마지막 구간까지 유지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도 나쁘지 않다.
2. 초반에는 빠르게 뛰다가 나중에는 느려지는 방법도 있다. 보통 러너들이나 초보 러너들에게 많이 보이는 방법이다. 페이스 조절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고 막판에 힘들에서 기록이 저조해지는 경우다. 걷는 경우도 생긴다.
3. 초반 천천히, 점점 자기만의 페이스 회복, 마지막 전력 질주하는 방법이다. 경험이 많은 러너들은 초반에는 몸을 풀면서 페이스보다 조금 느리게 뛰다가 점점 스피드를 높이는 방법으로 마지막에는 전력을 다해 뛰기도 한다. Build -Up이라고 하며 좋은 방법이다.
4. 서브 3 전후 러너들은(3시간 안에 풀코스 완주하는 기적의 러너들) 미리 출발 전에 몸을 풀고 바로 자신만의 페이스로 시작해서 끝까지 같은 페이스로 마무리한다. 언덕이던 오르막이던 상관없이 기록이 거의 일정하다.
예전에는 초반에 빨리 뛰다가 나중에는 힘이 빠져서 걸어온 적도 있고 포기한 적도 있다. 이제는 경험이 생기다 보니 처음에는 조금 천천히 뛰다가 제 페이스를 찾고 조금씩 페이스를 빠르게 하는 전략을 세우며 뛴다. 그래야 20km 이상 거리를 뛸 때 끝까지 전략대로 걷지 않고 완주할 수 있다.
뛰면서도 자신만의 컨디션을 살피고 페이스를 조율하기도 한다. 컨디션을 좋을 때는 조금 빠르게,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조금 느리게 뛰는 것도 자신을 잘 알아야만 가능하고 경험이 많을수록 노련해지는 것 같다. 러닝 중에 자신만의 페이스를 찾아야 하고 수정, 변경할 줄도 알아야 한다. 누가 해줄 수 있는 게 아니다.
08시 30분이 조금 넘어서 하프가 끝났지만 아직도 아침이다. 일찍 러닝 하면 하루가 길어서 좋다. 하프 완주하고서도 별로 힘든 기색이나 근육통이 있는 곳이 없어서 가뿐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기분도 처음인 것 같다. 체력이 좋아지고 있는 건가?
이튿날 일요일에는 한강을 향해 러닝 했다. 어제 하프를 뛰어서인지 몸이 조금 무거운 듯했지만 그다지 나쁜 컨디션은 아니었다. 2~3km 뛰면서 오늘 얼마를 뛸 것인지 정하자고 생각하고 일단 천천히 뛰어본다.
어제 비 오는 날 뛴 하프보다는 1km 구간 기록이 30초 이상 늦다. 어제는 운동장 트랙이었고 오늘은 안양- 한강 도로 러닝이어서 장애물이 간간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트랙이 훨씬 편하지만 지루한 점도 있다.
5km 넘어서 몸이 풀렸고 한강까지 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가능하면 하프도 뛸 수 있겠는 걸. 그 대신 어제 하프를 뛰었기 때문에 스피드는 무리하지 말자고 다독였다.
역시 한강은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어제 운동장 트랙은 빙글 뱅글 돌기만 해서 지루했는데 한강 러닝은 주변도 보고 한강도 보고 꽃들도 많아서 보는 재미가 있다.
이런 꽃과 나무들을 보지 않고 뛰기만 하면 무슨 재미가 있으리오. 건강을 위해서 내 삶을 위해서 러닝 하는 건데 이런 재미까지 놓칠 수 없다. 더군다나 혼자 뛰는 것이고 대회도 아니라서 부담도 없다. 러닝이 아니라면 일요일 아침 여기까지 혼자 왔을 리도 없다~^^
한강 합류 지점에는 러너와 자전거를 타는 분들로 가득하다. 말없이 그들에게서 에너지를 서로 주고받는다. 집에서 미숫가루 한 컵을 먹고 출발해서 출출하다. 준비해 온 에너지젤을 먹고 수돗물을 마시고 다시 뛰기 시작한다.
5km를 더 가니 다시 목이 마르기 시작한다. 자주 만나는 야쿠르트 아주머니를 찾는다. 꿀맛이다. 꿀맛이다! 목마른 자에게는 마시는 게 모두 꿀맛이다. 더 마시고 싶지만 1개로 만족하고 다시 뛴다. 뭐든 러닝 할 때는 많이 마시는 게 절대 좋지 않다.
다시 컨디션이 올라온다. 마지막 5km가 남았을 지점에서 남편을 만났다. 남편은 집에서 일요일 08시쯤 출발했다고 한다. 사진만 찍어달라고 한 후 헤어졌다. 남편은 어제 혼자서 한강 18km를 다녀와서 오늘은 5km만 뛰고 싶다고 했다. 11월 둘 다 풀코스 대회가 있기 때문에 풀코스의 고통을 알기에 일요일이라도 러닝을 쉴 수가 없다.
초록 숲길은 언제 봐도 기분이 좋다. 이렇게 아름다운 초록 길도 1개월 후면 가을빛으로 물들 것 같다. 단풍도 이쁘지만 초록이 더 마음에 든다. 가을은 왠지 겨울로 치닫는 느낌이 들어서이지 않을까 싶다. 항상 마지막 2~3km는 힘들지만 하프라는 목표가 있었기에 겨우 완주했다. 완주 후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냥 나 자신이 대견하고 기특하다. 힘든 것을 참아냈을 때 나 자신이 더 자랑스럽다.
광명 마라톤 클럽 선배님이 권해주신 대로 100m 전력 질주를 2회 했다. 나의 100m 기록은 28초다. 100m 2~3회 전력질주는 참 힘들었다. 그것도 하프 러닝 에너지를 다 쓰고 나서 전력 질주는 없는 힘도 짜내기 때문이다.
<마라톤 훈련 후 100m 2~3회 전력 질주 효과>
1. 전체적인 근력과 파워 유지를 할 수 있다. 힘이 들 때 훈련하는 그 마지막 1개, 그 마지막 1분이 근력을 키울 수 있는 것이다. 추월하거나 마지막 피니시 스피드를 낼 때는 이런 훈련을 했던 생각이 나서 힘이 났던 적도 많다. 역시 경험, 훈련이 중요~^^
2. 달리기 폼을 교정할 수 있다. 거의 훈련이 끝날 즈음에는 러닝 폼이 무너지기 쉽다. 주변에서 러닝 폼이 좋지 않다고 하여 신경 쓰며 고치려고 하는데 쉽지 않다. 어깨도 좌우로 흔들리고 팔자 러닝에 발을 높이 들지 않는다는 지적을 많이 받아서 항상 신경 쓰고 있다.
3. 심박수 회복 능력 향상을 할 수 있다. 아무래도 전력질주하고 나면 최대 산소 섭취량(VO2 max)을 증가시킬 수 있다. 천천히 뛰기만 하면 거기에 익숙해지기 때문에 가끔씩 강도 높은 운동도 해줘야 향상되는 원리인 것 같다. 숨이 꼴딱꼴딱 넘어갈 정도로 훈련하면 다음 날이 쉬워진다.
4. 멘탈 강화 효과가 제일 있는 듯하다. 완주하고 나서, 정말 힘이 들 때 마지막 200m는 오기로, 깡으로, 악으로 버티면서 뛰게 된다. 멘탈이 약하면 포기하고 만다. 다시 해내는 힘은 멘탈이 가능해야 도전한다.
100m 반복 질주는 이런 점에서 효과가 아주 클 듯하다. 800m 야소 훈련처럼 강약을 반복해서 훈련하면서 생기는 효과는 힘이 빠졌을 때 다시 뛸 수 있는 습관과 체력을 훈련으로 키우는 것이다. 예전 같은 면 힘이 빠졌을 때 포기하고 계속 걷는데, 이런 훈련을 자주 하면 걷다가 다시 뛸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다시 뛰게 된다.
5. 젖산 역치 향상(피로도 물질 제거 균형 향상) 된다. 젖산이 뭔지, 역치가 뭔지도 몰랐다. 젖산은 피로 물질, 역치는 젖산 제거하면서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피로가 한계치에 도달해서 급 피곤해지는 것을 지연해 주는 능력이 생기는 것이다. 그것은 100m 달리기처럼 고강도 훈련할 때 생성된다고 한다.
연달아 이틀 동안 하프를 완주해서도 그다지 힘들지 않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꾸준한 러닝이 있기에 가능했다.
<이틀 연달아 하프 완주한 이유는 훈련!>
- 4월 말 발목 골절 철심 제거 후 5월 말까지 매일 걷기 1시간, 다리 올리기
- 6월 102km 러닝, 다리 올리기, 계단 오르기, 반팔 굽혀펴기
- 7월 224km 러닝, 스쾃 매일 200~300회
- 8월 220.7km 러닝, 스쾃 매일 200~300회(또는 5kg 덤벨 스쾃, 30km 장거리 1회)
- 9월/22 170.4km 완주 (32km 장거리 1회 완주), 덤벨 스쾃
월 목표를 두고 걷기부터 시작해서 차근차근 러닝과 근력운동을 병행했기 때문에 체력이 길러지고 있는 것 같다. 예전에는 러닝만 했을 경우 근육통이 오기 마련이었는데 근력운동을 병행하고 나서는 근육통이 없고 뒷날 아픈 곳이 없어서 스스로 놀랄 때가 있다. 많이 좋아지고 있구나를 느낀다.
달리기를 하기 전이나 하고 난 뒤에 이런 운동(하단 블로그 링크 참조)을 한다면 근육을 고르게 발달시키고 피로골절에 대비할 수 있으며 러너들에게 흔한 질병인 발뒤꿈치 통증 (족저근막염), 아킬레스 건염, 정강이 통증, 달리기 무릎 통증, 좌골신경통) 등을 완화할 수 있다.
- 달리기와 존재하기(조지 쉬언 : 심장병 전문의, 작가) -
러닝은 하면 할수록 몸의 전반적인 체력, 리듬, 균형, 근력, 유연성 등이 있어야 가능한 운동임을 절실히 느낀다. 러닝 하면서 통증이 있다는 것은 그곳이 약하고 강화해야 한다는 반가운 신호다. 아플 때마다 강화해야 하는 운동을 찾아서 하곤 했다.
풀코스 완주하고서도 근육통이 없다면 훈련을 제대로 한 게 아닐까 한다. 지금까지 5회 완주할 동안 안 아픈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기록보다는 완주 후 무통증을 목표로 체력, 근력, 유연성을 목표로 완주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