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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독서 리뷰

김상욱의 과학 공부, 독서리뷰

물리와 미술이 만나는 우리가 사는 세상


20251012_163339.jpg?type=w773 김상욱의 과학 공부

물리학자가 세상을 제대로 이해하려 한다면, 또한 예술가가 사물의 진짜 모습을 표현하고자 한다면 카오스와 프랙털이라는 자연의 속성을 피할 수 없다. 네덜란드의 화가 에스 허로 가 그린 '천사와 악마'라는 그림에서 천사와 악마가 교묘하게 섞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천사 옆에는 악마가 있어서 우리가 사는 세상을 잘 나타내는 듯 보인다.

- 김상욱의 과학 공부 247P -


카오스를 수학적으로 들여다보면 프랙털이라는 구조가 나타난다고 합니다(245P). 사물의 진짜 모습은 카오스와 프랙털일까요? 복잡성과 단순성은 서로 통하기도 하고 대립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SE-dbead660-7160-41e4-abef-689cac4597bd.jpg?type=w773 천사와 악마, 화가 에스허르


카오스는 혼돈, 프랙털은 반복되는 패턴인데 이런 모습을 사물에서 많이 볼 수 있죠. 세상은 정리되어 있지 않은 것처럼 혼돈되어 보이지만 관찰해 보면 나름대로 패턴과 규칙이 있으니까요. 화가 에스허르의 '천사와 악마' 그림을 보면 하얀 그림은 천사, 검정 그림은 악마입니다. 천사와 악마가 아주 교묘하게 섞여 있어요. 우리 안에, 우리 주변이 이런 모습이 아닐까 해요. 누구나 천사와 악마가 공존하지만 어떨 때는 천사가 나오고 어떨 때는 악마가 나옵니다.


그러니 악마가 나올 때는 천사를 생각할 것이요, 천사가 나올 때는 악마가 언제라도 나올 것을 경계하라는 뜻이 아닐까 헤아려 봅니다. 물리도 그림도 사람의 사는 세상을 그리는 것이기 때문에 표현 방법은 달라도 이치는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문학작품이 갖는 예술적 아름다움은 단순성과 복잡함의 조화에서 오는 거다. 몬드리안의 그림 '빨강, 노랑, 파랑의 구성'은 복잡성을 최소화한 것이다. 반면 잭슨 폴론의 '검정과 하양'과 같은 작품은 복잡성의

극단을 보여준다. 예술이 복잡성과 관계된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작품들이라고 하겠다.

- 김상욱의 과학 공부 257P -


문학작품을 책에서는 '레 미제라블'을 소개했어요. 예술적 아름다움이 단순성과 복잡성의 조화에서 오는 것과 그림을 다시 연결합니다. 김상욱 작가는 자신의 분야 분만이 아니라 다른 영역과의 연결, 삶의 성찰로 이끌어내는 매력이 있습니다.


SE-b70d03a3-58c1-4b8b-a206-edec151ffa18.png?type=w773 몬드리안의 빨강, 파랑, 노랑의 구성 Ⅱ


화가 몬드리안의 '빨강, 파랑, 노랑의 구성 Ⅱ'는 단순한 색의 표현입니다. 어떤 사물을 그리든지 간에 이 빨, 파, 노, 흑, 백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이런 그림을 그렸을까요? 사물이나 세상을 압축하고 압축하고, 단순화하고 단순화하면 이런 색만 남을까요? 반대로 이 색들을 혼합해서 어떤 세상을 그릴 수 있을까요? 확장과 축소의 개념을 모두 활용할 수 있는 그림입니다.


SE-e81cd1fe-f6c7-4135-9cf6-7ef421b7ec37.png?type=w773 잭슨 폴론의 Black and White


잭슨 폴론의 ' Black and White'는 복잡한 세상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복잡한 세상인지, 복잡한 머릿속인지, 복잡한 일인지, 복잡한 인간관계인지는 모르겠으나 정리되지 않은 혼돈과 복잡성을 이야기하는 것 같아 보입니다. 그나마 흑백으로 표현되어 틈새가 있고 쉴 틈이 있어서 변화의 여지가 있는 긍정성으로 보고 싶네요. 몬드리안과 잭슨 폴론의 그림이 아주 대조적이죠. 하지만 김상욱 작가는 엔트로피를 설명하려고 그림까지 가져온 겁니다.



정보의 양을 재는 척도는 엔트로피이고, 엔트로피는 가능한 경우의 수, 혹은 확률의 역수와 연계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엔트로피를 복잡성의 척도로 간주하기도 한다.

- 253p -


'엔트로피'라는 제목의 책을 사서 읽다가 다 못 읽은 기억이 있어요. 엔트로피는 무질서가 증가하는 것으로 더 복잡해진다는 의미가 되겠죠. 모든 것은 정돈된 상태에서 무질서를 향해 가는 거죠. 시간과 엔트로피의 개념도 인상적이었는데요. 과거로 돌아갈 수 없는 이유가 원래의 질서로 되돌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깨진 컵을 다시 붙게 할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시간은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이라고 정의하기도 해요.


사람은 엔트로피에 역행하는 존재라고 하는데 그 이유는 흩어지고 복잡한 무질서를 정리하는 존재가 인간이에요. 흩어지고 복잡한 세상을 단순한 질서로 만들기 위해 이론을 만들고, 공식을 만들고, 시를 쓰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니까요.


SE-785583d4-0125-4d83-a1dd-7b6e52e66f72.jpg?type=w773 김상욱의 과학 공부

복잡한 세상을 단순한 질서로 만든 김상욱의 과학 공부를 읽는 것은 엔트로피를 저항한 작품을 읽는 것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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