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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성은 Jan 13. 2018

드디어 그가 신촌을 떠난다

하이디 형준의 취업턱을 얻어 먹으며

오늘은 11년동안 똑같은 자리에서 한 우물만 파던 조형준이 드디어 학교를 떠나게 되었다고 취업턱을 낸 날이다. 아래 사진 속 연지/수연/형준/성은 이다. 형준과 여자친구, 그리고 형준의 여자사람친구들이다. 우린 다 친하고 서로를 좋아한다. 

 

S전자에서 워라밸길만 걸으새오 >_<


여자친구를 제외한 나머지 세명이 서로 알게 된 건 20대 초반에 했던 여행동아리였다. 당시 회장이었던 형준은 '인디감성을 지닌 공대생' 으로 늘 목에 디카를 걸고 다니는 차가운 도시남자였다. 그런 그를 연지와 성은은 별로 탐탁치 않아 했다 (도도했기 때문이지) 그런데 몇년이 지나 길에서 마주쳤는데 그가 달라진 것이다. 예전엔 파랑새를 쫓는 소년 같았다면 이제는 뭐랄까... 호숫가에 통나무집을 짓고 사는 데이비드 소로우...? 왠지 모를 안정감이 느껴졌고 따뜻한 사람처럼 보였다. (실제로도 그는 그런 사람이 되어 여기 저기 늘 사랑받고 있다.) 그래서 속으로 뭐지...? 했는데 똑같은 시기에 연지도 형준과 마주치고 그런 생각을 했다고. 아무래도 사랑의 힘인것 같다.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의 대사


각자의 근황을 나누었다. 먼저 연지는 식자재를 배달하고 그것으로 원격 요리 교육을 진행하는 '키친라이브' 라는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녀가 나눠준 명함엔 ceo@키친라이브.tv 라고 적혀 있었다. 내게도 명함이 없냐 묻길래 '안 그래도 오늘 도메인 신청 했어! 만드는데 14만원이나 들길래 벌벌 떨면서 클릭했지 모야... 사실 내가 하고 싶었던 영어 이름은 hotvideo나 sexyonair인데 그럼 야한싸이트인줄 알까봐 video-conveni 하기로... 그런데 내 이메일 주소는 alba@비디오편의점.com ...' CEO 보다가 alba 보니 너무 신뢰도가 떨어져 보였다. 알바생이 언제 그만둘 지 모르니 2월에는 4대보험도 들어주고, 국민연금에도 가입시켜줘야겠다...


오늘 똥 쌌으면 대가리 텅텅? (이라고 별 생각없이 써봤는데 너모 언피씨해보이네여 죄송합니다...)


그 와중에 오늘 슬픈 전화를 받았다. 유병재 농담집 <블랙코미디>의 편집자님의 전화였다. 최민석의 북 트레일러 영상에 최민석의 책이 재밌냐, 유병재의 책이 재밌냐 하는 부분이 나와서 자료화면으로 이 부분을 넣었는데, 책의 유잼이 넘나 강조되어서 분명 홍보 효과가 있을 것이다. 허락해주시겠지 했지만 역시나 큰 회사는 저작권문제가 복잡하였고... 아쉽게 포기하였다. 하지만 끊기전에 재밌었다고 해주셔서 울지 않을 수 있었음. 무튼 그래서 급하게 낭독을 재촬영해야 되는데 어쩌지, 조형준한테 해달라 해야겠다, 했는데 식당에 가니 조형준보다 더 어울리는 사람이 있었다. 식당 사장님...


사진 찍으면 가장 예쁘게 나오는 데가 어디냐 물으니 화장실이라길래 ...


휴 사장님 덕분에 영상 살릴 수 있겠다. 홍대 서시 사장님 너무 너무 고맙습니다. 혹시 딱새우 좋아하시는 분?



다시 대화로 돌아가서 이번엔 수연이가 말했다. "난 내가 어떤 일을 하느냐가 되게 중요한 줄 알았는데 막상 일을 해보니 어떤 방식으로 일하는지가 만족도에 제일 영향을 끼치더라구. 권한과 책임과 자유. 이 세가지가 함께 주어질 때 가장 행복하게 일하게 되는 것 같아." 나는 이게 나같은 성향의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이건 그냥 인간에게 필요한 3요소가 의식주이듯이, 행복하게 일하기 위한 필수 요소였다. 사람마다 조금씩은 다르겠지만 하급 노동자가 적성에 맞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무도 시키는 것만 하면서, 감시당하면서, 찍소리도 못하면서, 부품처럼 소모되길 바라지 않는다. 자유롭게 소통가능하고 일하는 만큼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우리 모두들 이렇게 일할 수 있었으면...!



귀가길에 김동률 마니아 조형준이 '답장' M/V를 보았냐고 했다. (오늘은 김동률 신보가 나온 날) 만추보다 한층 더 멋있어진 현빈이 나온다고 했다. 집에 오마자마 뮤비를 시청했다.



정물화같은 화면들만 보여줘서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 생각했는데, 영상이 끝날 때 즈음엔 눈물이 고여 있었다. 막힌 강변북로는 왜 그렇게 사람 마음을 일렁이게 하는지. 여자 캐릭터의 분위기도 너무 좋잖아. 외모, 복장, 표정들... 그리고 지하철 너머로 터지는 불꽃. 어제 이와이 슈운지의 <쏘아올린 불꽃, 밑에서 볼까? 옆에서 볼까?>  를 보면서도 참 좋은 부분이 있었는데... 정확히 뭐가 좋은지, 도대체 무엇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지 알고 싶은데 잘 분석을 못하겠어서, '아 이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동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조형준은 회사에 가면 5G얘기할 동료들 많겠지? 동료들과 이야기 꽃을 피우며 행복하길! 


신촌에서 오랜 시간 좋은 친구로 남아주어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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