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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성은 Jun 05. 2016

문소리의 연출적 재능에 대한 찬사

제 18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문소리 3부작 후기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문소리 3부작'을 보았다. 배우 문소리씨가 영화대학원을 다니며 만든 단편 [여배우]·[최고의 감독]·[여배우는 오늘도] 을 연달아 상영하는 첫번째 자리였다. 세 작품 모두 그녀가 감독이고 주인공이어서 여배우를 꿈꾸는 사촌동생과 보면 더 의미있을 것 같아 함께 보았다. (그녀는 jtbc 사극에서 흑무녀 꼬붕 요괴(?)로 열연중. 울 집안의 자랑) 


영화는 한국에서 '유명한 여자'로 살면서 겪는 개똥같은 상황들을 보여주는데 미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괴웃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까지 '찌질한 남자'를 그리는 영화는 수 없이 많았지만 대부분 남성 감독에 의해 그려진 모습이었다면, 영화판의 산증인이자 여자인 그녀의 눈으로 그리는 모습은 참으로 쾌적한 웃음을 선사해주는데 ... 


촬영장의 꼬..ㅊ.. 인 '여배우' 문소리. 하지만 그녀는 꽃처럼 이쁘진 않다. 베니스 영화제에서 상을 받기도 했지만 캐스팅에선 자주 밀린다. 감독에게 잘 보이려 애쓰지만 예술한답시고 여자 꾀는 감독들 레파토리는 안 봐도 뻔하다. 하지만 그녀 역시 영화감독의 아내인걸 ... 그 뿐이랴 ! 엄마이기도 며느리기도 아줌마이기도 한 여자 배우 ... 그런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리얼하고 시종일관 빵빵 터지지만 사려깊음을 잃지 않아서 [최고의 감독]을 보면서는 펑펑 울기도 했다. 


이 언니의 재능은 너무나 반짝거려서 많은 관객들이 다음 영화 계획에 대해 질문했지만 본인은 손사래를 쳤다. '나는 내가 영화를 만들었다고 감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배우이고 싶다고 ... ' 이미 충분히 배우인 그녀가 왜 그렇게 연기에 목말라 하는지를 귀가길에 그녀의 필모그래피를 검색해 보며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저예산 홍상수 영화를 제외하고 그녀가 그럴듯한 배역으로 스크린에서 많은 관객들과 만난 것은 2007년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 마지막이었다. 


임순례 감독과 진행한 토크는 정말 좋았다. 기억나는 질문이 있다면 영화인을 꿈꾸는 한 남자 대학생의 질문이었는데, 영화에서 여성 캐릭터가 다뤄지는 방식이 아주 구린 현실을 지적하며 (http://h21.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40572.html) 그렇지만 <매드맥스>같은 영화를 보면서 백인 남성도 여성 캐릭터를 잘 그릴 수 있음을 깨달았다고, 여성 캐릭터를 그릴 때 조심하거나 주의할 점이 있다면 가르쳐달라는 질문이었다. 중요하면서도 바보같기도 한 질문에 문소리씨는 멋쩍은 듯 웃으며 천천히 얘기하기 시작했다. 


" 작가가 뭔가를 만들어 낼 때 뭘 조심하고 뭘 두려워 하겠어요. 자기가 원하는 대로 과감히 만들어가는 태도여야겠죠. 다만 그것을 만들어 세상에 내놓으면 세상의 모든 사람들과 이 사회와 많은 교류를 하고 작용을 일으킬텐데 ... 그 이후를 생각 해 본다면 조금은 더 좋은 방향들이 고려될 수도 있겠죠 ? 

 저는 그런 생각을 해요. 그냥 ... 시나리오를 쓸 때 주변의 여자들한테 모니터링이라도 몇 번 한다면 훨씬 달라질 거예요. 남자분들끼리 룸싸롱안에서 크흐 ~~ 이거 좋다 캬 ~~' 하고 끝내지 마시고 (일동 웃음) 아내에게도 한 번 보여주고 여동생에게도 한 번 보여주고 엄마에게도 한 번 보여주면서 이런 상황 이런 캐릭터 어떻게 생각하냐고 ...  그런 모니터링만 해도 한국의 여성 캐릭터들이 많이 달라지지 않을까..."  


올해 국제여성영화제의 슬로건은 '여성은 좋은 영화를 만든다' 이다. 트레일러 매우 신나고 쌈박하다 (https://youtu.be/bRxKLjER-EQ) 하지만 의문이 드는 말이긴 하다. 과연 여성은 좋은 영화를 만들까? 트위터에서 본 누군가의 의견을 빌리자면 '좋은 작품은 '양'에서 나온다고. 여성감독이 100명 있어야 그 중에 좋은 감독이 나오고 1000명 있으면 더 좋은 감독이 많이 나오는 거라고. 여성 감독 2명 놓고서 그들에게 좋은 영화를 만들라 마라 ~ 여성감독은 흥행성이 있네 없네 ~ 따지는 건 말이 안된다고. 그렇기에 여성의 좋은 영화만큼이나 여성의 망한 영화들도 많이 나오길 바란다. 998명의 망한 여성 감독이 존재할 수 있어야만 2명의 거장 감독도 나오기에' 


그런 의미에서 임순례도 문소리도 만세 ! 

문소리가 특별출연하는 아가씨도 500만 기원합니다 만만세 ! 

(내일도 좋은 영화들이 많이 상영한다는데 ... 참아야 하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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