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서재페에 갔다가게 된 연유는 우선 서재페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어 혼자 예매를 했고, 표가 십만원이 넘어서 친구들 꼬시기도 애매했는데 엄마가 너무 심심해 하길래 데려갔다. 엄마는 부산에서 실용음악과 학생들을 가르치는데 2주에 한번 서울에 와서 신문물을 배워간다. 원래는 클래식 전공인데 10년 전에 과가 실용음악으로 바껴서 어쩔 수 없이 신문물을 빠르게 습득해야 했다.
곽진언, 존박, 루시드폴, 에픽하이, 로린힐을 봤다. 서재페에 에픽하이 보러 간 촌스런 사람은 나밖에 없겠지... 곽진언 존박 모두 1시간 정도 혼자 무대를 하기에는 아직 히트곡이 없고 노래가 비슷비슷해서 엄마는 옆에서 잠들었다. 그래서 루시드폴도 비슷하겠다 싶었는데 아니었다. 그는 거장이었다. 히트곡도 엄청 많았다. 특히 조윤성, 황호규 연주가와 루시드폴 트리오로 연주하는데 정말... 최고. 이문세만 듣는 사람의 마음도 쏙 빼놓았다. 오랜만에 그의 가사를 음미했다.
'그대는 나즈막히 당신은 언제라도 날 떠날 수 있어요 얘기하네. 난 아무 말 못하고 두터운 목도리를 말 없이 벗어준 채 돌아서지만. 세상에 어떤 인연은 변하지 않을지도 몰라 그래서 사람들 모두 껴안고서 조심스럽게 걸어가겠지. 스쳐가는 말이라도 그렇게 얘기말아요 나에게 그대는 언제나 말할 수 없이 고마운 사람. 사랑하는 나에게는 모질게 얘기말아요 언젠가 마음 변할 수도 있다고 말할 필요 없어요'
그렇게 루시드폴이 최고인 줄 알았건만, 그의 공연이 끝나고 달려간 에픽하이는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엄마는 평생 산 속에서만 살다 세상에 나온 사람처럼 이 광경을 놀라했고, 공연장이 무너질까봐 진심으로 걱정했다.
곽진언 공연 때였다. 커다란 무대 위에 홀로 기타를 메고 있는 한 사람. 그 모습에 흠뻑 빠져있는 나를 보더니 곽진언은 얼굴 같은 존재라고 엄마는 말했다. 그의 뒤엔 연주자들이 있고, 무대의 소리들을 일일이 조절하고 있는 음향 전문가들이 있고, 노래에 맞게 관객들을 고조시키기 위해 준비된 조명 감독이 있고, 그 무대를 셋팅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 많은 사람들이 다 몸이 되어 받춰 주어서 곽진언이 저렇게 빛날 수 있는 거라고. 빛나는 아티스트만 생각했던 나는 그제서야 보이지 않는 것까지 상상할 수 있게 되었다.
집에 가는 길에 엄마가 말했다
'네 덕에 정말 좋은 구경했다. 버킷리스트 했다.'
버킷리스트는 미리 정해놓고 하나씩 없애는 건데, 엄마는 이런 거 있는 줄도 몰랐으면서! 내가 또 좋은 것들 많이 보여줄게! 내가 누리고 있는 것들. 그렇게 엄마도 가끔씩은 오늘 죽어도 좋다 싶은 날들을 살아보자! 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