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Design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형준 Aug 22. 2015

소소한 프로젝트 05

유럽에서 만난 거리의 음악가들




To produce music is also in a sense to produce children.

음악을 만들어 내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아이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Nietzsche, The Will to Power



갈대의 나부낌에도 음악이 있다. 시냇물의 흐름에도 음악이 있다.

사람들이 귀를 가지고 있다면 모든 사물에서 음악을 들을 수 있다.


 바이런



대학교 2학년 여름방학 무렵, 침대에 누워서 노트북을 옆으로 비스듬히 세워두고 유튜브를 보던 중이었다.  추천받는 컨텐츠를  이것저것 눌러보며 영상을 보던 중, 내게 한 연주자의 음악이 굉장히 매혹적으로 다가왔다. 그는 아름답고 묘한 소리를 가진 악기를 연주하는, 거리의 음악가였다. 국적도, 나이도, 직업도 알 수 없었지만, 악기의 이름만은 알 수 있었다.


스위스에서 만들어진 Hang  drum(행드럼)이라는 이름을 가진 악기였고, PanArt라는 회사에서 몇 몇 장인들에 의해 2000년에 처음 만들어진 것이었다. 손으로 연주하는 드럼이라고 생각해서 Hand  drum이라고 부른 것이 지금의 Hang drum으로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되었다.

https://youtu.be/mS8eipuXYWg

그 날 이후 나는 틈만 나면 행드럼 연주 영상을 찾아보게 되었다. 동시에 해외 직구 방법이나 판매처에 대해서도 알아보게 되었다. 문제는 100%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1년에 만들어지는 개수가 200개 남짓 하고, 그마저 2 ~ 3년 간 예약이 꽉 차있었다. 가격 또한 만만치 않다. (정가가 500만 원 선이고, 경매에 올라오면 700 ~ 800만 원을 육박했다.) 구매처를 찾아보던 중, 같은 회사에서 만들어지는 제품은 아니지만 비슷한 품목의 악기가 독일 회사에서 생산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되었다. 가격도 나쁘지 않았다..(200만 원 초반;)


그런데 이 또한 한국에서 주문 시, 선입금 후  8개월~10개월가량 기다려야 제작이 완료되고(선입금 후 제작), 배송 시 파손 우려도 커 더욱 직구가 망설여졌다. 고민 끝에 1년 간 돈을 모아 내년 여름, 유럽 여행을 가는 길에 독일을 들려서 행드럼을 사오기로 했다.   


진짜 샀다!!

일 년 후.. 유럽여행을 떠났다. 진짜 행드럼을 살수 있을까 긴가민가하며 출발했지만,  프랑크푸르트 외곽에 있는 악기상까지 찾아가서 샀다. 메일만 주고받던 독일 악기상 아저씨를 직접 보게 될 줄이야.

덕분에 거의 무일푼 신세가 돼버렸지만, 그토록 벼르고 벼르던 행드럼을 샀다는 쾌감에 배도 고프지 않았다. 경비가 거의 바닥난 관계로 기존 여행 경로의 3분의 1로 줄였다. 나는 다니는 곳곳마다 행드럼을 꺼내 치기 시작했다. 지난 1년 동안 유튜브에 있던 거의 모든 행드럼 영상을 다 봤더니 연주가 그리 힘들진 않았다.

하이델베르크 거리에서 :-)

유럽은 거리연주자 자격을 허가받지 못하면 버스킹이 불법이지만, 나는 학생이니까 마음 놓고 행드럼 동냥을 시작했다. 카페 앞, 공원, 지하 통로, 광장 등 장소를 가리지 앉고 연습 겸 동냥을 하다 보니 생각보다 수입이 짭짤해 그 날 하루 밥값 정도는 충분히 벌 수 있었다. 인심 좋은 유럽인들이었다. 그리고 유럽은 버스킹의 성지라고 할 만큼 거리의 악사들이 많았기 때문에, 어디서든 그들의 음악을 접할 수 있었다. 나도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고 소리가 잘 울리는 곳을 찾다 보니, 자연스레 그들과 나란히 앉게 되었다. 여긴 원래 내 자리라고 비켜달라는 사람부터, 옆에서 같이 연주해도 괜찮겠냐는 사람들까지, 모든 만남이 내겐 설레고 흥분되는 순간이었다.


난 이들과의 만남을 좀 더 특별하게 기록하고자 매 순간 그들의 초상화를 스케치해서 건네 주었고, 서툰 스케치였지만 그들이 무척 기뻐하던 모습들이 내겐 잊지 못할 시간이 되었다. 아래는 미처 건네지 못하고 남은 것 들이다.


연주가 끝난 뒤, 낡은 콘트라베이스를 어깨에 걸치고 쉬고있던 독일 아저씨


짤츠부르크 거리에서 연주 중인 오스트리아 아저씨들


뮌헨 광장에 모여서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 할머니도 1000cc도 거뜬히 비워버린다..


콘트라베이스와 벤조, 잉글리쉬 호른의 조합. 특이한 악기 조합.


그 외의 스케치들


.

어느덧 길고도 짧았던 두 달간의 여정이 끝나 버렸고, 나는 한국으로 돌아온 뒤 몇 주간 여행 후유증에 헤롱거렸다. 모든 여행은 지나고 나면 설레고 아쉬운 마음과 함께  차츰 기억의 저편으로 잊히지만, 그 기억들이 조금 더 희미해지기 전에 나 스스로 되새기고자 간단한 엽서를 만들어 보기로 한다.



진정한 빈티지 맨들..

유럽에서 만난 이들의 사진을 모티브로 스케치를 시작했다. 다양한 악기를 지니고 독특한 옷을 입은 연주자들이 많아,  그중 조금 더 기억에 남던 이들의 사진을 추려 작업을 시작했다.

러프 스케치. 슥삭거리기만 하면 달려오는 냥이

카드의 앞뒷면을 나눠 한쪽은 악기의 특징적인 요소를 단순화한 이미지를, 다른 쪽은 단순화한 연주자의 캐릭터를 넣기로 했다.

첫 번째 카드. 만돌린을 연주하는 독일 아저씨.

그들을 만났던 국가와 도시, 악기에 대한 간략한 정보를 새긴 첫 번 째 카드가 완성되었다. 컬러는 의상과 악기에서 추출해 사용했다.

기염


파란 털모자와 낡은 트렌치코트를 입은 클래식 기타리스트 아저씨.





빨간 기타를 연주하던 아저씨






바이올린 키던 아저씨



퍼커션을 치던  흑형


양탄자를 펴놓고 인도 악기를 연주하던 할아버지


촤르륵 펴놓고 한 컷

대략 7~8 종류의 카드를 완성한 뒤, 출력 후 규격에 맞는 비닐 시트지에 한 장씩 넣었다. 앞뒤의 형태와 패턴이 달라 뒤집어 보는 맛이 있다.


옆으로 늘어놓고 한 컷


조금씩 겹쳐 놓고 또 한 컷

이렇게 카드 작업이 마무리되고, 내 유럽 여행의 기억들은 10장 남짓한 카드로 남게 되었다. 책상 서랍 속에 있는 카드들을 꺼내 볼 때, 문득 '옛 여행의 설렘과 추억들이 떠오를 수 있다면..




Instagram


Portfolio


Facebook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