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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형준 Aug 02. 2016

삶의 갑작스러운 밀도의 아름다움

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영화 :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감독 : 홍상수

출연 : 정재영, 김민희 외 다수

개봉 : 2015. 9.24



밀란 쿤데라는 남자에게 단 하루 동안 세 여자와 자는 것보다 더 아름다운 경험은 없다고 했다. 그것은 섹스 파티의 기계적인 결과로서가 아니라, 예기치 않은 기회, 놀라움, 유혹들이 생겨나는 극도로 희귀하고 꿈같은 일이기에 눈부신 매력이 있다. 그 매력은 왕성한 성행위에 있지 않고 연속적인 짧은 만남들이 갖는 서사적 아름다움에 있는 것이다.


여행지에서 우연히 만난 남녀가 주고받는 하찮은 대화들은 관객 혼란스럽게 만든다. 정재영의 대사와 독백은 전혀 논리적이지 않 심지어 생각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수준에 그치기 때문이다. 김민희와 마주 앉은 순간 정재영의 머릿 속을 스쳐 지나가는 것은 오로지 성적 충동에서 비롯된 상념의 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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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의 영화적 수법은 논리적 통일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인물이 가진 태도와 성격에 기반을 둔 단편적인 관찰의 집합이다. 이는 보는 이로 하여금 모순되고 불완전하다는 인상을 준다. 스스로 관찰하고 복잡하게 뒤섞인 모습들을 자기 나름대로 조리있게 해석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족한 부분을 관객 자신의 체험으로 보충할 여지를 남겨놓아 더욱 생생하고 설득력이 있게 다가온다.


현재의 순간에 한 사람의 머릿속을 지나가는 것, 그다음 순간에는 영원히 사라져 버리는 것.

그는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인 삶 속에서 결정적인 순간들을 만들어 낸다.





영원의 척도로 재볼 때 모든 인간행위는 쓸데없는 짓이다.

Salvador Da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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