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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뜻지 Aug 19. 2020

홈리스지만 괜찮아

영화 ‘소공녀’의 미소에 누가 돌을 던지나

“집은 없어도 생각과 취향은 있어.”


뉴스레터 '뉴닉'이었는지 '머니 레터'였는지 기억은 안 난다. 구독 중인 콘텐츠에서 자발적 홈리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소공녀'를 추천했고 예고편을 보게 되었다. 그로부터 꽤 시간이 지난 어제서야 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


 

주인공 미소는 월세가 올라 집을 포기하고, 과거 함께 밴드 활동을 했던 멤버들의 집에 잠시 신세를 지고자 차례차례 찾아간다. 직장생활에 치여 점심시간에 수액을 맞을 정도로 여유가 없어 미소의 방문 부탁을 거절한 한 멤버를 제외하곤, 미소는 밴드 멤버였던 친구들의 공간에서 머무는 동안 각각의 '집'이 보여주는 모습을 마주한다.


영화 소공녀 (출처: 네이버 영화)


과연 내가  집이 있다고 해서 행복할까? 아니, 우선 나의 집은 home일까 house일까?

미소가 오랜만에 만난 건반 멤버와 막내 드럼 멤버에게, 내가 몸을 뉘일 물리적 공간으로서 '(house)' 있었다. 하지만, 퇴근을 기다리는 직장인이 '~  가고 싶다.'라고 말할 때의  편안한 안식처로서의 (home) 갖지 못하고 있었다.


영화 소공녀 (출처: 네이버 영화)


집은 있지만 어딘가 결핍된 상태이거나, 넓고 좋은 집에서 정작 자신의 모습을 잊거나 또는 모른 체하는 멤버도 있었다. 대학 시절, 뜨거운 기타리스트였던 언니와 전립선이  좋고 부모님의 결혼 기대를 받고 있는 오빠.  둘을 보며 내가 주목한 것은 이들이 미소의 행복 추구에 대한 생각과 취향을 존중하지 않고 평가의 말을 퍼붓는 ‘폭력 저지른 이다. 미소 인생은 미소 껀데, 네들이 뭔데?


미소의 취향은 위스키, (출처: 네이버 영화)


밴드 멤버들의 집에서 저마다의 이유로 나오게 된 후, 미소는 녹록지 않은 세상살이를 자신의 방식대로 이어간다.

미소는 말했다. 자신의 생각과 취향(미소의 언어로는 담배와 위스키)만 있다면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고.

밴드 멤버들이 경조사로 인해 모였을 때 미소는 그들의 연락을 피하고 나타나지 않았다.
미소 자신이 선택한 삶의 모습에 대해 자신의 잣대로 평가해버리는 무례함을 피하기 위해서였을까?



 시간 미소는 앞서 돈통 속에서 일찌감치 포기한 월세에 이어, (아마) 약값마저 결국 충당하지 못해 머리가  희어진  가사도우미 일과 홈리스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순간을 비추는 화면은 미소의 표정을   번도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미소의 진짜 행복 3가지(담배와 위스키, 이와 더불어 있던 남자 친구 한솔은 결국 그의 의지로 물리적 이별을 맞게  영화 엔딩까지는 재등장하지 않았다.) 였다가 2가지가  취향은 변함없이 유지하고 있는    있다.

그리고 미소는  켜진 높은 아파트들의 , 한강 둔치 위에 자그마한 텐트를 치고 하루의 문을 닫고 있다.

그때의 미소는 어떤 표정을 짓고 있었을까?



그리고 담배 (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느낀 내 감정은 안타까움이었다. 되돌아보니 무례하기 짝이 없다. 미소의 생각과 취향을 지키고, 자기 자신이 행복하게 사는 방식을 선택한 모습에 대해 나의 잣대에서 비롯한 감정을 느껴버렸다.
어떤 엔딩을 기대한 걸까? 먼 나라로 떠났던 미소의 남자 친구 한솔이 큰돈을 벌어와 결국 두 사람이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는 것?



월세와 약값이 없어도 '나다운 생각과 취향'이 가장 소중한 미소는, 담배와 위스키마저 피할 수 없었던 물가 상승에 집과 검은 머리를 포기했다. 미소는 타인의 기준에서나 필수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 모습대로 괜찮은 여행을 하고 있다. 그것이 미소의 선택이자 가장 자신 다운 행복을 찾을 용기였다.


그런 용기에 대해  역시 누군가와 다를  없이 '폭력' 행사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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