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가 되어 은행을 만나는 날

내맡김 테스트, '될 일은 된다'

by meaningtoday








백수로 지낸지 3개월이 조금 지났다. 나만의 루틴을 찾았고, 전반적인 삶의 지표도 가닥이 나오고 있다.
물론 이 부분은 계속 업데이트가 되겠지만 본질에 대해 끊임없이 고찰하여 나만의 멘탈 관리 법들을 리스트업하고 있다. 더불어 멘탈 관리에는 시간 에너지를 잘 사용하는 방법 외에 운을 만드는 시크릿과 같이 미신 같지만 손해 볼 것 없는 정신 관리 방법에 대해 여러가지 방면에서 경험들을 테스트해 보고 있다. 내 스스로가 행동력을 불러 일으키기 위해 경험만큼이나 큰 확신은 없기에.


모태신앙이자, 삼촌이 목사 님이신 기독교 집안의 크리스천인 나는 20대 중반부터 여러가지 종교에 드는 의구심으로 교회 예배에 적극적인 참석을 하지 않았다. 약간의 모순들에 대한 질문과 함께 나의 개인적인 고찰로 30대 초반까지 여러가지 종교들에 대한 학문을 아주 가볍게 보았다. 공부까지는 아니고, 생활에서 필요한 신념을 위해 종교마다 부분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내용들을 공감하고 흡수했다. 어릴 때는 절의 향냄새가 너무 싫고 불상들이 무서웠는데, 요즘에는 큰 거부감이 없다. 스티브 잡스가 죽을 때 아이패드에 남겨 놓은 단 하나의 책, ‘요가난나’부터 사후세계의 구체적인 내용들이 궁금하여 티벳 불교도 조금씩 보았다.

다른 종교들이 같은 얘기를 하고 있다는 결론을 3년전부터 확신을 가지면서 나의 유튜브에는 다양한 종교와 동서양의 구루들의 지혜들이 담긴 콘텐츠들이 50%다.

최근에는 내맡김에 대해 테스트를 했다. 대출연장을 위해 나는 은행을 방문해야 했다. 다만 직장이라는 큰 백이 없어진 상황에서 대출연장은 나를 긴장하게 하는 상황이었다. 일부 상환, 또는 최악의 경우 대출연장 불가 등의 시나리오를 그리면서 나름 다른 때보다는 큰 스트레스틑 아니었지만 현재 나의 일과에서는 해결과 확신이 필요한 중요한 과제였다. 몇 년 전 같으면 지금까지 이런 부분에서 자유롭지 않게 자금 관리를 못한 나에 대한 자책감이 에너지의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자본주의의 금융지식에 문외한이었던 나는 다른 카테고리 에서처럼 공부하여 이제는 어느 정도 기본 지식을 갖추고 해결하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

내맡김이라는 것은 그냥 모든 걸 맡기는 게 아니다. 내가 오늘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그 결과를 누군가에게 맡기라는 것이다. 누군가는 종교마다 말하는 단어는 다를 것이지만 유일한 신을 얘기하는 것이다.

팬데믹 시대에 수도권의 방역 3단계를 코 앞에 둔 시기라, 은행도 단축 근무를 하고 있었다. 꽤나 사람이 많았고, 앞에서 맞이하시는 안내담당자분께서 어떤 업무로 왔는지 물었다. 조용하게 “대출연장”요 했는데, 잘 안 들린다며 3번을 물으셨다. 유쾌한 일은 아니라 나 스스로도 작게 얘기했는지 모르지만 나도 좀 짜증이 났다. 그리고 빨리 확인을 해야 지만 짐을 덜 수 있을 것 같은 나에게 오늘도 헛걸음으로 돌아가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몇일전에 단축근무인 줄 모르고 왔다가 허탕을 쳤었다. 거기에다 오늘 사람들이 많아서 가까운 지점이나 대출을 받은 지점으로 가라고 하는 담당자분의 말이 너무 화가 났다. 30분이나 기다려야 한다는 말씀에 30분이면 업무 볼 수 있는 거죠? 하면서 나도 되물었다. 그리고는 번호표를 받고 앉았다.

나의 날카로움이 괜스레 전해지는 것만 같아서 죄송한 마음도 있었지만, 불쾌한 안내와 함께 유선 문의를 드렸을 때 은행에서 뻔한 대답만 매뉴얼로 읽는 분들이 참 야속 했었다.
“그러면 AI로 다 하지 왜 상담을 하냐:”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었지만 내맡김과 긍정적인 에너지를 사용하기 위해 나의 행동을 알아차리고 다시 되돌리고 되돌리는 것을 훈련하였다.

“2018 손님”

마지막으로 내가 마음 속으로 얘기했던 건 좋은 담당자분이다. 기본적인 매뉴얼을 기본으로 은행, 담당자마다 어떠한 여러가지들이 바뀌고 변동될 수 있는 것들이 있다는 유튜브의 정보를 인지하고 이왕이면 실력 있고, 고객을 위해 진심으로 역량을 펼쳐 줄 수 있는 담당자를 원했다.

약간 서툰 듯이 수첩에 적어 놓은 것들을 보시는 여자 담당 자분이셨다. 마스크 사이로 보이는 눈이 참 선하셨다. 현재 직장이 없다는 말에 조심스럽게 “아 그럼 여기는 제외하시고 아래만 기재해 주시면 되세요” 하시면서 배려를 담은 멘트를 해 주셨다.

계좌번호를 잘못 기재 한 부분도, “아 죄송해요, 제가 이 부분은 안 적어도 된다는 말씀을 못 드렸네요. 불편하시겠지만 다시 한 장 작성 해 주시겠어요? 죄송해요” 하시면서 고객을 배려해 주는 담당자였다. 나도 모르게 손을 모으고 약간 긴장하고 있었는데.

“이자율은 더 낮아지셨고, 연장 가능하십니다. 죄송한데, 이자 인출을 조금 빠른 날짜로 처리해도 될까요?”

“아. 네 감사합니다.”

많이 티 내지 않으려고 했는데, 약간 울컥한 목소리와 안도감이 마스크를 뚫고 나갔다.

담당자분은 끝까지 친절하고, 배려해서 단어나 금린이(금융을 잘 모르는 어린이를 일컫는 줄임말)인 나에게 쉽고 구체적인 설명으로 끝까지 최선을 다 해 주셨다.


앞으로 은행도 없어질지 모르는 시대를 살고 있다. 다만, 이름표에 기재된 담당자의 이름을 기억했다.
그리고 속으로 말했다.

‘감사하고, 다음에 만날 수 있으면, 제가 꼭 좋은 상품으로 보답 할게요’

뭔가 어려운 것들이 쉽게 해결되고 감사함으로 충만했던 오후, 돌아오면서 유튜브로만 보아오던 책을 샀다.
‘될 일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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