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시대의 골목길의 훈훈함
지하철역 계단을 내려와서 집으로 향하는 골목길. 그래도 환한 불빛들이 있는 가게들이 많아서 제일 큰 골목에서는 귀에 아이팟 이어폰을 계속 낀 채 걸어간다.
중간 즈음 오면 상가보다 가정집들이 조금씩 보이면서 약간 어두워지는 느낌이 있어 그때부터는 이어폰을 뺀다. 그리고 약간 긴장하며 더욱 씩씩한 보폭으로 주위를 온몸으로 관찰하면서 빠른 듯 빠르지 않은 걸음으로 집을 향한다.
항상 몸에 배어 왔던 루틴인데, 3단계 방역 방침을 검토하고 있는 팬데믹 시대에 9시가 조금 넘으면 첫 길목부터 약간 어둑해진다.
그래서 요새는 조금 일찍 이어폰을 뺀다. 뭔가 멈춰진 도시 같은 약간의 서늘함도 있다.
출퇴근을 하지 않는 상황이라 이러한 부분이 자주 느껴지는 부분은 아니지만, 그 한두 번의 느낌을 온몸이 기억을 한다.
내년부터는 1인 가구의 전기료가 인상된다는 기사가 팟캐스트를 통해 흘러나왔다. 뭐, 결론적으로는 환경을 위한 부분으로 사용된다는 점은 긍정적인 포인트이다. 다만, 이번 달 전기료가 2배 정도 높게 나온 백수인 나에게는 약간의 점검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부채나 다른 부분에서 크게 새는 돈들을 막아야 하지만, 작은 전기세도 불필요하게 지출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뭔가 개선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사실 물욕에 대한 지출을 많이 줄이는 게 가장 효과가 좋을 것이나, 나름 다 이유가 있으므로 우선 불필요하게 지출되는 것을 막기로 했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아무래도 전기 사용이 많아져서 전기료가 더 많이 나온 것이다. 집에서 많이 사용하는 전기를 살펴보니 무드를 위해 조명을 사용하는 부분이 있었다. 다른 부분은 필수로 필요하여 사용하는 것들이었다.
‘그래, 조명을 오후부터 켜 놓는 게 큰 부분을 차지했을지도 몰라’
노란색 빛이 도는 조명의 전구를 빤히 쳐다보았다. 부끄러워서 붉어질 정도로 한참을 쳐다보다 보니, LED 전구가 아니라 할로겐전구라는 것을 발견했다. 할로겐전구 나름의 장점이 있겠지만, 전력사 용면에서 효율적인 부분은 LED 전구가 월등하게 좋은 것은 약간의 상식으로 알고 있던 터라 전구를 교체하기로 했다. 소켓의 크기와 전력에 대한 부분을 살핀 뒤 2개의 조명이 안에 있는 기존 할로겐전구들을 돌려서 뺐다. 혹시 몰라 기존 전구로 에코백에 넣어서 가지고 갔다.
집 근처에 LED 전구 전문 가게가 있어서 갔는데, 잠깐 외출 중으로 연락처를 남기셨다.
핸드폰으로 연락처에 연락을 하니, 주인아저씨께서
“지금 잠깐 나와 있는데, 15분 정도 걸려요. 제가 가게 도착하면 전화드릴게요.”
친절하게 말씀해 주셨다. 정말 15분 뒤에 전화가 왔고, 아저씨에게 할로겐전구를 보여 드리니, 한 모델은 교체할 수 있는 LED 전구가 있는데 한 모델은 가게에 보유하지 않는 모델이라고 하셨다. 그러고는
“여기 조금 더 걸어가면 새마을 금고가 보이는데 거기 대각선으로, 아니 아니다. 내가 그쪽으로 지금 다시 지나가야 되니까 제가 가면서 알려 드릴게요”
시장 쪽에 다른 전구 가게가 있다고 하셨다. 그리고 그 가게는 훨씬 더 오래된 전구 전문 가게여서 더 종류도 많을 거라고 하셨다.
“아 네. 감사합니다. 그럼 하나는 여기서 살게요.”
이렇게 친절하게 알려 주시니 꼭 여기서 하나는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에요, 계산하기 더 번거로우니, 거기서 다 사도 돼요. 하하”
“아니요, 저 현금이 있어서 괜찮아요.”
머쓱해 하시며 아저씨가 하나를 계산해 주셨다. 그리고 시장을 지나가는 길에 아저씨는 전구에 대한 전문 지식을 열변하셨다. 그리고 마지막엔
“저 장사 잘 못하죠?^^(웃음)
하신다.
나는 표현은 다 못했지만,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이게 진짜 제대로 된 브랜딩인 걸요' 했다. 고객을 위하는 진심의 마음, 뭔가 좋아서 신나게 설명하는 것들, 이런 것들이 진심으로 다가와서 다음에도 믿고 이 가게를 가게 되는 것일 거다.
“여기에요”
“감사합니다!”
알려 주신 가게에서는 조금 연세가 있으신 아저씨가 맞아 주셨다. 오래 가게를 하신 게 느껴졌다. 말씀해 주신 대로 종류도 많고 하나씩 다 테스트를 해 주시면서 불빛 색깔이나 조도에 대해서도 아주 전문적이게 말씀해 주셨다. 친절하고 정확한 설명 때문에 쉽게 마음에 드는 색상의 LED 전구를 골랐다. 전구의 종류가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
기억해 보니, 이곳은 내가 3년 전에 CDP 배터리를 수리하러 왔었던 곳이었다. 아저씨께서는 신기하게 날 알아봐 주셨다. 탤런트 고준 배우의 아버님이라고 하시는 사장님은 그때에도 아드님 소개와 자랑을 해 주셔서 훈훈하고 따뜻하게 들었던 기억이 났다. 이번에는 나를 기억하셨는지,
“저번에 온 적 있죠? 수목 드라마 아들 나오는데 한번 봐봐요^^ 그게 요새 수목드라마 1위래요. “
배려해 주셔서 짧게 설명해 주셨다.
“아, 조여정 배우랑 같이 나오는 거요? 라디오에서 들었는데, 저도 다시 볼게요^^”
뭔가 아들 얘기에 전구 설명 보다 더 에너지가 넘치셨다. 가게에 있는 모든 전구의 전력을 합쳐 놓은 것보다 강렬했다.
시장을 가로질러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두 개의 훈훈한 전구가 골목을 환하게 비춰 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