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로 대신 전달한 아침의 햇살
"새벽 5시는 너를 만나는 시간이야!"라는 포스트잇을 잠자리 근처에 붙여 놓고 잔다. 새벽형 인간으로 나의 시간을 만들어 보고자 했는데, 회사에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핑계를 앞세워 차가운 공기 사이로 따스하게, 친절 하게 줄기처럼 내리는 오전 9시의 아침 햇살로 기분 좋게 눈을 뜬다.
자의와 타의가 합쳐졌다고 해야 하나, 어쨌든 난 앞으로 프리 워커(프리랜서)냐, 한번 더 직장 생활을 하는가에 대해서 고민을 하고 있다. 물론 프리 워커에 좀 더 힘을 두게 되는 양상이나, 여러 가지를 고려했을 때 좋은 기회가 있다면 다른 부분의 경험을 해 봐야 하나, 이런 생각을 하다가 그냥 오늘 하루 주어진 대로 충실하고 나머지는 하늘에 맡기자. 하면서 약간의 공간을 내어주고 있다. 다만 길어질지, 아니면 다음 달이면 끝날지 모르는 이 평일 아침의 햇살을 온몸으로 느껴보고 싶을 뿐이다.
오전 8시에서 9시에는 약간 무의식이 잠에서 깨려고 하는 시간이다. 그래서 라디오의 기상 알림으로 인한 노랫소리나 현관 밖의 계단이나 다른 집의 현관문들이 닫히고 열리고, "다녀오겠습니다" 하는 인사 소리, 차 시동 소리들도 조금씩 들린다.
이 분주함 속에서 포근한 오가닉 솜이불에 포옥 쌓여서 초겨울 아침을 맞이 하노라니, 이것이 바로 행복한 백수의 첫 행복이지 않나 싶다.
다행 인지는 몰라도 코로나 19로 인해 이번 가을에는 미세먼지가 많지 않았다. 다만 이제 조금씩 추워지니 난방으로 인한 미세먼지들이 조금씩 알림으로 와서 아침에는 조금 흐린 초겨울도 섞여있다.
매번 햇살을 아침부터 맞이하는 것은 아니라, 유난히 상쾌하고 쾌청한 날에는 눈도 번뜩 뜨인다.
환절기의 계절성이 선곡표에 잘 나타나는지라, 환절기에는 좀 더 선곡 리스트에 몰입해서 음악을 청취한다. 아침 명상도 좋지만 주의 2번은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가 궁금해서 아침 라디오를 주파수별로 기분 따라 듣곤 한다.
아침에는 정지영 님과 이현우 님의 라디오를 컨디션에 따라 듣는다.
11월 2주 차가 시작되는 월요일 아침, '사랑했던 기억으로(아침)' '좋은 사람(김형중)' '사랑한다는 말(김동률)'의 옛 노래들이 어린 시절의 그 초겨울을 소환시켰다.
과거를 곱씹는 것이 좋지는 않지만, 가끔 좋은 추억은 아침을 므흣하게 만든다.
물론 추억도 서로의 뇌에 다른 기억으로 저장되고 일부는 왜곡될 것이다. 이런들 저런들 어떠리
20년을 거슬러 올라간 음악들이 그때의 기억과 아침햇살, 그리고 그때의 기온이 머물렀던 추억을 불렀다.
[그때의 이야기]
첫사랑이었던 그 청년은 우리 동네에 학교가,
난 그의 집이 있는 동네에 학교가 있었다.
기숙사나 학교 근처 독서실에서 근신을 하던 한 살 많은 예비 고3 청년.
'아침햇살'이라는 쌀을 콘셉트로 만든 혁신적인 음료가 나왔을 때다.
편의점이 많지 않았던 그 시대, 저녁 늦게 그 음료를 사러 갔으나 문이 닫혔었다.
다음날 아침 8시, 여느 때와 같이 등교를 위해 아빠 차를 타러 계단을 툴레 툴레 내려오는데,
아빠가 “이게 뭐야!” 하신다.
우편함이 오른쪽으로 활짝 열려있고 아빠 오른손에는 아침햇살이 들려 있었다.
비밀연애 중이던 난 그날 아침햇살을 마시지 못했다.
그게 아직도 미안하다.
둘째 날도 있길래 아빠한테 얘기했다.
우유 대신시켰다고... 아빤 왜 하나만 시키냐고 여러 개 받으라고 하셨고.... ;;
그 뒤로 그 청년과 합의를 봤다.
성의에 충분히 감동했고,
아침햇살 그만하고 저녁노을 하자고...;;;
그랬다. 새벽에 뛰어와 준 숨소리를 생각하면 그게 여전히 고맙고 지금도 아침햇살과 초겨울의 온도, 그때에 듣던 노래들과 연관된 향수를 만나면 그때가 생각난다.
행복한 오늘 아침은 아침햇살 대신에 누룽지를 끓여 숭늉을 마신다. 참 구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