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식물들을 위한 광합성 반상회

나도 너희들처럼, 놓을 때가 되면 우아하게 떨어지는 나뭇잎이 될게.

by meaningtoday

V노믹스(바이러스+이코노믹스)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레이어드 홈'이라는 트렌드가 일상 속에 들어왔다. 집의 공간과 기능이 다양화되고 있다. 테라스 문화가 발달하게 되면서 홈캠핑, 카페존, 덕후 존을 집에서 나누기도 한다. 디스펜서가 따라주는 술로 혼술, 홈술을 한다. 해외에는 구독형 홈트레이닝 서비스들도 즐겨 생겨난다. 특히 반려 물고기, 반려 식물을 기르는 홈그라운드에 있어서는 적극적인 호모루덴스(놀이하는 인간, 적극적인 홈족)도 생겼다. 반려 식물은 부모님 세대에서 기르는 유리 자기에 담겨 있는 선인장과 이름 모를 식물을 떠나서 대파와 로즈메리, 애플민트와 같은 식용식물을 재배하거나 쿼런틴 가드닝으로 전문적인 식물 재배기도 등장했다.
식물은 특히 트렌드와 별개로 2002년부터 회사에서 기르던 행운목이 있었다. 물론 행운을 가져다주면 좋겠다는 염원이 컸다. 지금 같으면 돈나무를 놓았을 거다. 하지만 '운'이라는 것의 엄청난 에너지를 알고 있기에 돈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제일 키우기 쉬울 것 같은 이유가 더 컸다. 당연히 수경 상태에서 내 책상 위에 아무것도 하지 않은 체 놓여 있었다.
성향상 동물과의 교감보다는 식물과의 교감이 더 잘 맞는다. 그리고 그 기운이 가끔 느껴진다. 현대 과학에서는 식물을 기를 때,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수치가 실제로 낮아지는 것이 확인되었다고 한다.

최근에는 특이한 모종이나, 해외에서 온 종자로 자란 특이한 식물들이 많이 판매된다. 물론 그런 식물도 나중에는 좀 더 데려오고 싶다. 지금은 앞에서 얘기한 10년이 지난 행운목과 몇 달 전 트럭에서 1개에 2천 원으로 판매된 작은 식물들, 동네 꽃집에 들렀다가 구석에서 숨이 죽어 있던 고사리과 식물, 차 마실 때를 위한 애플민트, 요리에 사용하기 위한 로즈메리, 허브류처럼 식용 식물을 함께 키우고 있다.
토마토와 가지는 재작년에 몇 번 따 먹고 나서는 저 세상으로 갔다.

항상 식용식물과 채소를 먹을 때에는 아래와 같이 얘기하면서 나름의 의식을 치렀다.
"고마워, 내 입속에서 편안하게 잠들기를 바라. 앙"

'사랑의 불시착'이라는 tvn 드라마에서 손예진 배우도 이 얘길 했고, 이미 많은 미디어에서 소개되었지만 식물은 실제로 긍정적인 에너지에 반응을 한다. 빛, 물, 흙, 온도와 같은 1차원적인 환경은 물론 주위의 언어를 포함한 음악 소리 등에 반응을 한다.


안타깝게도 3년 전부터 전후로 많은 식물들이 나와 이별을 했다. 죽은지도 몰랐던 뿌리만 남은 화분이 베란다 구석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다르다. 마음 챙김에 대한 코어 여유가 조금은 생기고 있어 집 정리, 비우기와 같이 환경을 쾌적하게 하는데에 중요도를 높였다. 전반적으로 기류가 달라지고, 또 다른 에너지가 생기는 것을 느낀다.


식물들에게는 아침에 인사를 할 여유도 생겼다. 혼자 사는 자취생에게 참 좋은 친구다.
그리고 추운 초겨울의 신호탄이 쏟아진 11월 첫째 주 아침은 베란다에 있던 모든 식물들을 실내로 옮겼다.


만나는 사람도 적어지고, 마음 챙김과 같은 마음 수련을 하다 보니, 더욱 식물 친구들의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그러던 어느 저녁, 최근 출판된 '마음 챙김의 시'라는 류시화 작가님의 시집을 읽던 중,
"슑" 하면서 책 위에 잎이 떨어졌다.

책 페이지는 '정원 명상'이라는 곳이었고, 아래 글 위 위었다.


‘나뭇잎이 되라, 놓을 때가 되면 우아하게 떨어지는.’


참 신기하면서도 글귀가 맘 속에 더욱 깊이 들어오는 역할을 해 주었다. 식물 친구과 교감도가 집중되고 있다는 타이밍을 느낀 순간,

나는 실내 곳곳에 흩어진 식물 친구들을 긴급 반상회처럼 한 곳에 모았다.
태양만큼은 아니지만 조금 비싼 램프의 조도를 통해서 조금의 광합성으로 다과를 대신했다.
짧은 개회사로 그동안의 고마움들을 다시 한번 표현했다.
본론에서는 정원 ‘명상' 시를 읊었다. 회의의 안건은 겨울철 광합성 대체 방안과 현재 사는 위치나 자리들이 마음에 드는지 만족도와 상태를 보는 것. 앞뒤로 자리를 약간 흐트러트리기도 하고, 몇 명은 자리를 바꿔 주리고 한다. 빛이나 환기면에서 혜택을 받고 있는 아이들에게는 약간의 양해를 구했다.

마지막 안건은, 백수인 내가 1천 원짜리 영양제가 아닌, 조금 고가의 플랜트 푸드, 너희(식물)들의 고급 음식을 구매하는 것에 대한 의견이다.

의견을 들어 보아하니, 아직은 괜찮다는 느낌이었다.^^:


다음에도 정기적인 반상회를 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모여 있으니, 내가 한 껏 좋았다.

고맙다.
건강하게만 자라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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