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즉흥 글
독서대가 나왔다.
월든을 읽으려니 독서대가 필요하다.
몇 년 전 크리스마스 선물로 큰아이에게 주었던 월든을 빌렸다.
나는 읽지도 않았고, 어떤 책인지도 모르면서 법정스님이 찬사를 한 책이라는 것만 믿고 선물을 했다.
아이가 왜 그렇게 힘들어했는지 이제야 알 것 같다.
책장은 휩쓸리지 않고 착착 붙어 잘 버틴다. 아마도 아이가 책장마다 오랫동안 머물었던 모양이다.
다른 사람이 읽었던 책을 빌려 볼 때면 책장을 넘길 때 읽은 사람이 느껴진다.
어디에서 오랫동안 머물었는지..
분명 힐링 도서라고 했는데 책장을 넘기기가 어려운 책이다.
힘든 것을 도전하는 게 취미 같은 사람이니 어디 끝을 보자!
삼체 이후 집어넣었던 교보문고 독서대를 꺼내어 월든을 살포시 올렸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는 문구가 책을 읽고 싶게 만든다.
며칠째 책을 붙들고 있는데 신기한 것은 잘 읽히는 시간이 있다.
이른 아침인 줄 알았다.
그런데 새벽녘에 잠이 든 바람에 아주 늦은 토요일 아침을 맞으며 책을 읽는데 잘 읽힌다.
‘책이 읽히는 시간이 아니고, 때였구나‘
눈을 뜨고 워밍업이 필요한 시점의 때.
밤새 사고를 멈추어 머릿속에 공간이 느껴지는 이 시간..
잠에서 깨어 맑은 물을 한잔 천천히 마시고
나의 책상 위 정원을 둘러본 후
제일 편한 의자에 앉는다.
월든이 잘 넘어간다.
연재 완료된 <비누를 쓰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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