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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오늘 느낌

아침 9시 17분

때론 즉흥 글

by 그사이


독서대가 나왔다.

월든을 읽으려니 독서대가 필요하다.

몇 년 전 크리스마스 선물로 큰아이에게 주었던 월든을 빌렸다.

나는 읽지도 않았고, 어떤 책인지도 모르면서 법정스님이 찬사를 한 책이라는 것만 믿고 선물을 했다.

아이가 왜 그렇게 힘들어했는지 이제야 알 것 같다.

책장은 휩쓸리지 않고 착착 붙어 잘 버틴다. 아마도 아이가 책장마다 오랫동안 머물었던 모양이다.

다른 사람이 읽었던 책을 빌려 볼 때면 책장을 넘길 때 읽은 사람이 느껴진다.

어디에서 오랫동안 머물었는지..


분명 힐링 도서라고 했는데 책장을 넘기기가 어려운 책이다.

힘든 것을 도전하는 게 취미 같은 사람이니 어디 끝을 보자!

삼체 이후 집어넣었던 교보문고 독서대를 꺼내어 월든을 살포시 올렸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는 문구가 책을 읽고 싶게 만든다.


며칠째 책을 붙들고 있는데 신기한 것은 잘 읽히는 시간이 있다.

이른 아침인 줄 알았다.

그런데 새벽녘에 잠이 든 바람에 아주 늦은 토요일 아침을 맞으며 책을 읽는데 잘 읽힌다.

‘책이 읽히는 시간이 아니고, 였구나‘

눈을 뜨고 워밍업이 필요한 시점의 때.

밤새 사고를 멈추어 머릿속에 공간이 느껴지는 이 시간..

잠에서 깨어 맑은 물을 한잔 천천히 마시고

나의 책상 위 정원을 둘러본 후

제일 편한 의자에 앉는다.


월든이 잘 넘어간다.



연재 완료된 <비누를 쓰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goodgirlbin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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