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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지볶음

낙지와 아버지 이야기

by 그사이 Jul 23.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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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지볶음 >

낙지 2마리

양파 2개, 양배추 1/4통,

청양고추 2개, 대파 적당량(선호도에 따라)

물 100ml

-양념장 만들기-

(밥숟갈 기준)

고춧가루 3 (매운 2:안 매운 1 도 가능)

설탕 2, 다진 마늘 1,

간장 2, 소금 1/2, 청주 1,

물 1컵

분량의 재료들을 모두 섞어 알맞은 점도로 고춧가루가 불면 냉장 숙성한다.

최소 하루이상 둔다.

고춧가루마다 흡수량이 다르므로 물의 양은 가감하여 점도가 고추장정도가 돼야 한다.

양념장은 일주일정도 냉장보관하며 다른 볶음에 써도 되니 충분한 양으로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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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묽지만 고춧가루가 불어 고추장 점도가 되면 냉장숙성한다


-낙지볶음 만들기-

1, 낙지는 빨판에 뻘이 없도록 밀가루를 뿌려 깨끗이 씻어 살짝 데쳐둔다.

2, 양파와 양배추는 굵직하게 썬다.

3, 대파는 어슷하게 썬다.

4, 청양고추는 얄팍하게 썰면 매운맛이 더 강하게 난다.

5, 팬을 달군 후 양파, 양배추, 파&고추 순서로 넣어 볶는다. (채소들이 너무 무르지 않게 반쯤 익힌다)

6, 양념장을 크게 한국자 넣고 빠르게 버무리며 볶는다.

7, 물을 붓고 잠깐 보글보글 끓인다.(1분 이내) 이때 볶아진 채소를 먹어보아 간이 부족하면 소금을 넣어준다.

8, 데쳐둔 낙지를 통째로 넣고, 빠르게 버무리며 볶아준다.

취향과 양에 따라 양념장을 더 추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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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지는 미리 데치고, 채소도 모두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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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가 반쯤 익으면 양념장 넣고 물 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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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글바글 끓으면 낙지 투하!
빠르게 버무린다빠르게 버무린다

-플레이팅-

채소들을 아래에 깔아준 뒤 낙지를 위에 올리고 식탁에서 잘라서 먹는다.

비주얼 끝판왕!!

채소를 아래 깔고 통낙지를 올린다. 완성!채소를 아래 깔고 통낙지를 올린다. 완성!


* 팁!!

고추장은 절대 넣지 않고, 고춧가루로만 양념장을 만드는 것이 칼칼한 낙지볶음의 비결이다. 반드시 하루이상 숙성시켜 고춧가루의 냄새를 날려야 한다.

볶을 때의 주의점은 채소가 아삭함이 살아있도록 센 불에 빠른 속도로 볶아주어야 한다.




낙지 이야기


옛날 옛날에 유명하다는 무교동으로 낙지를 먹으러 갔다. 매운걸 못 먹는 편인 나는 콩나물과 조개탕을 배가 터지게 먹고, 손바닥만 한 작은 접시의 낙지볶음은 반도 못 먹고 나온 일이 있다.

신기한 것은 그 맛이 간혹 생각나며 “딱 한 입만!” 먹고 싶다.


생선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오징어와는 확연히 다르며 문어와도 다른 낙지를 좋아한다.

미나리와 함께 먹는 향긋한 낙지강회, 박을 넣고 끓인 시원한 맛이 일품인 낙지연포탕, 매콤 칼칼 눈물이 쏙 빠지는 낙지볶음등 낙지로 만든 음식을 좋아한다

하지만 산 낙지는 먹지 못한다. 먹는 것에 진심인 편이지만 역동적인 것은 먹기가 어렵다.

언젠가 초대받은 어려운 자리였던 최고급 일식집에서 생선의 입이 뻐끔거리는 회를 만났을 때 하마터면 소리를 지르고 뛰쳐나올뻔한 적이 있다. 그 음식을 나눠먹는 식사자리에서 사람에게 집중을 못하고, 생선의 생각만 했던 거북하고 불편한 자리가 되었다.

누군가의 입맛과 음식의 호불호에 대해 왈가불가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기에 때론 눈앞의 음식이 아닌 사람에게 집중을 하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입맛이 잘 맞는 사람과 만날 때 그 만남이 자연스럽고, 친근함이 생겨 관계가 부드러워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내가 낙지를 좋아하게 된 것은 혼쭐나게 매콤하고 빨간 양념맛을 알게 된 그때였던 것으로 생각하며 살았다.

외국살이 중 종종 “매콤한 한입만!”의 그리움이 절실했고, 낙지볶음을 만들기 시작했다.

나는 어른의 맛인 낙지를 좋아했다.


작년 가을 큰 사촌언니가 옛 기억에 대해 말을 해주었다.

언니 : 니가 열 살인가 아주 어릴 때부터 낙지를 참 좋아하더라.

나 : 내가 어릴 때 낙지를 좋아했다고? 어린애가 낙지를 언제 먹어봤다고 좋아해?

언니 : 이모부가 니가 좋아한다고 먼 시장까지 가서 생낙지를 사 오시더라고.

나 : 우리 아버지가 그랬다고?

언니 : 그래. 내가 보기에 이모부가 너를 진짜 예뻐하셨어.

큰언니와 열 살 차이가 나니 내가 열 살에 언니가 스무 살이었으니 정확한 기억이다. 언니의 이모부인 우리 아버지가 낙지를 사 오시던 모습이 무척 인상 깊게 남았다고 한다.

기억하지 못하는 나의 기억을 큰언니는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

‘아버지가 나를 아끼셨었구나. 몰랐는데..’

낙지 덕분에 생각지도 못한 생소하고, 낯선 감정이 느껴졌다.


아버지..

나이 스무 살에 끊어져버린 인연이 된 아버지의 이야기는 꺼낼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아주 많이 필요하다.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할까 말까 망설이다  오늘 글의 발행이 늦어졌다.

맛있는 음식 글이 무거운 이야기와의

페어링이 어울리지 않지만 먹고사는 일과 인생이 무관할 수 없는 것 또한 사람 사는 이야기이니 아버지란 단어를  조금 꺼내어 놓는다.


다 큰 어른이 되어서 낙지음식을 좋아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아버지의 자식사랑으로 생성된 나의 어릴 적 입맛이었다.

맛있는 것을 자식 입에 넣어주는 기쁨을 알았던 나의 아버지를 생각한다.

이미 세상 안 계신 아버지에 대한 말랑한 감정 하나가 생겼다.




완료된 연재북 <비누를 쓰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goodgirlbin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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