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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오늘 느낌

이런 입춘이라니..

입춘대길 (立春大吉)

by 그사이


알싸하다 못해 귓방망이가 매콤하기까지 한 올해의 입춘(立春)이다.


기나긴 설연휴가 끝났다.

별로 대단히 설 행사를 한 것도 아닌데 왜 이리 피곤한 건지 모두 출근을 하고, 잠깐 눈을 붙였다가 뜨니 아직은 길게 집안으로 드는 입춘의 해가 얼굴로 내리쬔다. 입춘이라더니 집안에서 느끼는 해는 따끈하여 보일러를 껐다.

구석구석 남은 연휴의 잔해들을 정리한다.

대충 하는 청소인데도 집에 사람들이 있으면 시원치가 않다. 먼지는 아무도 없을 때 가만히 내려앉아있어 한꺼번에 치우면 깨끗해진다. 가족들이 북적거리는 집안에서 먼지가 내려앉을 새가 없어서인지 더 자주 밀대를 밀어도 어느새인가 먼지가 쌓인다.

오랜만에 청소가 마음에 들게 깔끔하게 되었다. 겨울 먼지가 조금 씻겨 나갔다.


촉촉하게 습도를 올려주는 데는 화분에 물 주기가 그만이다.

물을 주다 보니 며칠 전부터 잎사귀 안에 숨어있던 프리지아의 꽃봉오리가 빼꼼히 올라왔다.

11월에 구근을 흙에 심고 첫 물을 주고 겨우내 기다리는 나의 봄꽃.

성급한 마음에 조금 얼굴을 내민 꽃봉오리에 코를 대고 향기를 맡아본다..

작년부터 기다린 프리지아는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언제쯤 향기가 날까?


해가 따스하게 느껴지니 환기를 위해 창문을 활짝 열었다.

겨울바람이 휘익하고 들어온다.

“앗! 아직 겨울이잖아.”

그 순간 한파주의보라고 경고 알람이 뜬다. 내일은 체감온도가 영하 30도라니 이게 무슨 일인가.

이런 입춘이라니..


자연의 변화와 24 절기가 신통하게 잘 맞는 것은 감사하고 안도감이 드는 일이다.

입춘답지 않지만 봄이 곧 올 거라고 예고하는 입춘의 햇빛을 느낀다.

겨울의 시샘을 이토록 받는 올해의 봄이 얼마나 화사하고 아름다울지 기대가 된다.


평범하고 자연스러운 날씨의 다행 속에 사는 해가 되기를..


입춘의 해가 뜨고
프리지아의 꽃봉오리가 빼꼼.


연재북 <아는 식물> 프리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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