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 산책로
비가 멈추었나 보다.
잠깐의 때를 맞춰 산책 나온 갈색 푸들이
하얀 강아지를 만난다.
안녕!
멍!!
“가자 가자.”
반가웠을 뿐인데 그들은 서둘러 헤어진다.
경쾌하게 달달거리는 빈카트를 끌고 할머니가 부지런히 걸어간다. 할머니가 카트 가득 무언가 득템을 하시면 좋겠다.
이른 아침 파랑 가방을 멘 저 대학생은 도서실에 가는 걸까? 경춘선을 타고 춘천에 가려는 걸까? 저 애가 좋은 곳으로 가면 좋겠다.
야광의 주황색이 씩씩하게 뛰어간다. 달리기 하기에 아주 적절한 전문적인 옷차림새를 한 저 사람은 무엇을 위해 뛰는 걸까?
저 사람이 계속 뛸 수 있도록 건강했으면 좋겠다.
그런데
내가 뛰어 본 적은 언제였던가?
앗!
하얀 우산을 쓴 사람이 등장했다.
다시 비가 오기 시작한다.
커다랗고 검은 우산을 쓴 남자.
휙 하고 우산이 오른쪽으로 기운다.
좁은 산책로에서 사람과 서로 지나친다.
배려심 깊은 남자를 검은 우산은 다시 장마로부터 보호한다.
검은 우산의 남자가 비를 맞지 않았으면 좋겠다.
야광색 러너는 성큼성큼 뛰어 우리 아파트 단지로 들어왔다. 카트를 끈 할머니는 횡단보도를 무사히 건넜고, 꽃무늬 우산을 펼치셨다. 해도 가리고 비도 가리는 양우산인가 보다.
갈색 강아지와 흰 강아지는 비 안 맞고 들어갔을까?
빗 속에 모두 무사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