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 책을 읽을때 행복한 청소부처럼 내 직업을 좋아하고 싶었다. 간호사로서 자존감이 바닥을 쳤을 때라 청소부가 무척 부럽기도 했다.
10여 년이 흐른 지금 다시 책을 마주했다. 그때는 보지 못했던 것을 본다.
청소부는 독일의 음악가 거리에서 간판을 닦고 청소를 한다. 아저씨는 자기 일을 사랑하고 열심히 일한다. 어느 날 음악가와 작가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다는 것을 안다. 이를 부끄럽게 여긴 아저씨는 공부를 하기 시작한다. 책과 공연을 보고, 신문을 본다. 도서관을 다니면서 음악가와 작가를 한 명씩 알아간다. 한 사람도 제대로 알기 어려운데 청소부는 모두를 공부한다.
와~ 청소부처럼 공부하기 쉽지 않은데... 청소부가 대단하다.
청소부는 ‘좀 더 일찍 공부할걸 그랬어.’ 후회를 한다.
나도 그런 적이 있다. 좀 더 일찍 공부했다면 내 소망을 이루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지금이라도 청소부처럼 나도 공부해봐?
도서관 다니면서 작가에 대해서 깊이 공부해보는 거야. 공부한 후에는 사람들에게 내가 아는 것을 강의하는 거지.
사람들은 청소부가 음악가와 작가에 대해서 많이 알고 강의하는 것을 신기해한다. 청소부가 음악가와 작가를 그렇게 잘 아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어? 그런데 잠깐! 나는 의외의 발견을 했다.
청소부는 청소에 대해 공부를 한 것이 아니라 음악가와 작가, 시와 음악에 대해서 공부한 거다. 청소에 대한 공부는 왜 안 했을까? 얼룩과 묵은때, 녹등은 어떻게 청소를 하는지, 청소 도구와 세제는 무엇을 사용하면 좋은지, 혹은 새로운 청소 기계를 발명하기 위한 공부를 했다면 어땠을까?
아저씨가 청소하는 것을 좋아한 것 맞나? 의문이 들었다.
세월이 흘러 나이를 먹은 아저씨는 유명해졌다. 아저씨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사람들이 아저씨가 일하는 곳으로 몰려들었다. 방송국에도 출연하며 유명해졌다. 네 군데 대학에서는 강연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청소부는 대학의 제안을 거절했다.
아니 왜? 대학에서 강의하면 훨씬 더 빛나고 편하고 좋을 텐데.. 돈도 더 줄 거고 깨끗하고 우아하고 멋있어 보일 텐데... 나라면 강연을 수락했을 거다.
청소보다는 음악가와 작가를 더 잘 알고 더 좋아하는 것 아닌가? 오랜 세월 공부하고 강의할 정도면 대학에 더 관심이 갈 것 같은데...
나라면 내가 원하던 것은 청소부가 아니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새로운 기회가 왔을 때 자리를 옮겨야겠다고 생각했을 거고, 내가 바라던 것은 청소부가 아니라 대학교수였다고 말할 거다.
청소부는 자신은 하루 종일 표지판을 닦는 청소부이고 강연은 오로지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서란다. 그래서 지금 하는 일을 계속하고 싶다고 한다.
청소부가 나이 들어서 새로운 도전이 싫은 것은 아닐까?
나에게 대학 강의 의뢰가 온다면 무조건 오케이 할 것 같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현재 하는 일도 나쁘지 않다. 이것저것을 따져 봐도 이곳보다 대학이 더 나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가 없다. 급여나 처우면에서도 그렇다. 그러니 현재 일하는 곳을 떠나고 싶지 않기도 하다.
대학에 강의를 가면 힘들 것도 같다. 젊었을 때라면 무조건 해본다고 하겠지만, 이제는 새로운 도전이 마냥 즐겁지만 않다. 새로운 일에 쏟아야 할 열정과 에너지가 두렵기도 하다. 힘이 드는 일을 피하고 싶다. 딱 이만하면 됐다 싶다.
청소부 아저씨도 나처럼 현재 하는 일이 익숙하고 편해서 그런 것은 아닐까? 새로운 도전이 두려웠던 것은 아닐까? 아니면 중국의 강태공처럼 인생의 모든 것을 초월한 사람이었을까?
앗! 그런데 얼굴 표정만 봐도 알 수 있다.
청소부가 자신의 일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오늘은 일하는 내 얼굴 표정을 들여다 본다.
동화 한 편에 너무 많은 것을 생각했다. 현재 내 직업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나는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