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타, 고헤이, 아쓰야는 좀도둑, 백수건달이다. 시간이 멈추고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특별한 공간 나미야 잡화점에 들어간 이들은 예전 주인 앞으로 도착한 고민 상담 편지를 발견한다. 상담자들의 사연은 하나같이 안타깝다. 이들은 나미야 잡화점의 과거 주인을 대신하여 상담편지를 보낸다. 이들이 보내는 편지는 솔직 담백하여 상담자들에게 뜻하지 않은 혜안을 갖게 하고 신통방통한 예지력까지 발휘한다.
올림픽 출전과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는 연인의 간병을 두고 고민하는 달토끼. 뮤지션으로서 자신의 꿈인 음악을 계속할지 현실적인 선택으로 부모님의 생산 가게를 맡아서 운영할지 고민하는 가쓰오. 사업이 망해서 야반도주하는 부모님을 따를 것인지 말 것인지 고민하는 고스케. 아이를 낳을지 말지 고민하는 미혼의 가와베 미도리. 호스티스로 탄탄한 경제력을 갖출 것인지 회사 다니면서 결혼하고 아이 낳고 살 것인지 고민하는 길 잃은 강아지.
책을 읽는 동안 이런 고민에 빠진다.
인생에서 길을 잃었다는 사람들에게 나라면 어떻게 상담을 해줄까? 내가 길을 잃었을 때 예지력을 갖춘 사람이 내 미래를 내다보고 상담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가도 정말 그것이 좋은 일일까? 나는 상담자의 조언을 그대로 따를 수 있을까? 상담자의 조언을 따르는 것이 옳은 일일까?
나도 가끔은 지인들에게 상담을 받을 때가 있다. 그들의 조언이 도움이 될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그들의 조언을 따르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책에서처럼 결국은 내 안에 답을 갖고 있는 경우도 있다.
나에게 간간히 상담을 요청하는 사람도 있다. 친구나 지인인 경우도 있지만, 온라인상에서 만나서 일면식도 없는 사람도 있다. 가끔은 어떻게 상담을 해줘야 할지 난감한 경우도 있다. 내가 나미야 잡화점 할아버지에게서 배우고 싶은 것은 상담 내용이 그들에게 어떤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흘러온 소리를 무시하지 않고 착실하게 답을 하는 것이다. 대면보다는 온라인에서 주고받는 대화가 많아진 요즘 성심성의껏 답변하기가 쉽지 않다. 무례한 댓글이나 어린아이의 장난 같은 편지는 유쾌하지 않다. 할아버지처럼 어린아이들이 장난으로 보내는 편지에도 성실하게 답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위트 있고 재치 있는 답변을 할 수 있다면 좋겠다.
등장인물 중에서 가장 마음이 가는 인물은 뮤지션의 꿈을 꾸고 살아가는 가쓰로다. ‘꿈을 향해 달릴 것인가 아니면 포기하고 가업을 이어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가쓰로. 그는 대대로 이어온 생선가게 외아들이다. 부모님이 연로하셔서 누군가 가업을 이어갈 사람이 필요하다. 가쓰로는 노래와 연주, 작곡을 하고 있지만 노래로는 먹고살기 힘들다는 것을 안다. 그는 세속과 동떨어진 예술가가 아니라 직업인으로서 뮤지션을 꿈꾼다. 하지만 아주 특별한 재능이 있는 것은 아니다. 친인척들은 가쓰로를 한심하고 철이 없다고 여긴다. 상담자마저 예술가의 길은 때려치우고 생선가게를 맡아서 운영하라는 현실적인 선택을 하라고 권한다. 아버지가 지병으로 쓰러지면서 가쓰로는 흔들린다.
내가 가쓰로라면 쉽지 않을 것 같다. 아마도 가쓰로처럼 꿈을 접으려 했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먹고사는 것과 가족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꿈을 접으려는 가쓰로에게 아버지가 전하는 말은 꿈을 찾아갈 때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삼 년 전에는 그렇게 큰소리를 치더니만 결국 이런 거였어? 분명히 말해두겠는데 나는 너한테 가게 물려줄 생각 없어.... 몇 년쯤 해보다가 역시 음악 할 걸 그랬다고 징징거리는 반편이가 되겠지. 변변히 생선장사도 못 하면 그때 가서는, 아버지 쓰러지는 바람에 별수 없이 가게를 물려받았느니, 집안을 위해 희생했다느니, 이래저래 변명을 둘러대겠지. 책임은 하나도 지지 않고 매사 남의 탓으로 돌릴 거라고.”
“집안도 좀 생각했다는데, 그게 잘못이야?”라고 말하는 가쓰로에게 아버지는 흥 하고 코를 울렸다.
“그런 훌륭한 말은 뭔가 한 가지라도 성공한 다음에 해야지, 너, 지금까지 음악 하면서 뭐든 하나라도 성과를 냈어? 아직 아무것도 못 했지? 부모 말을 무시하면서까지 한 가지에 몰두하기로 했으면 그만한 것을 남기라는 말이야. 그것도 제대로 못 한 사람이 생선가게는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그거야말로 크게 실례되는 소리다.” “너 도와달라는 만큼 나나 우리 가게 허약하지 않아. 그러니까 쓸데없는 생각 말고 한 번 더 목숨 걸고 해 봐. 도쿄에 가서 열심히 싸워보라고. 그 결과, 싸움에 패한다면 그건 그것대로 괜찮아. 어떻든 너만의 발자취를 남기고 와. 그걸 못 해내고서는 집에 돌아오지 마.” “사나이 대 사나이의 약속이다.”
만일 나에게 이렇게 말해주는 아버지가 계시다면 꼼짝없이 꿈을 향해 도전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가족의 생계를 위해서 꿈도 현실적으로 바꿀 것이다. 그동안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다른 선택을 못할 것 같다. 현실에 머무르면서 꿈을 버리지 못하고 파랑새를 찾아 늘 헤맸던 지난날처럼 말이다.
생계라는 현실에서 조금은 놓여난 지금, 나는 진짜 내 꿈을 꾸기로 한다. 꿈꾸기에 지금이 딱 안성맞춤이다. 다시 꿈을 꾸기 시작한 현재의 나에게 30년 후 미래의 내가 말한다.
“재능이 있는가? 실현 가능한가? 현실적인가? 이런 것 따지지 말고 일단 무조건 해봐.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알아. 해보지도 않고 어떻게 알겠어. 너를 믿고 끝까지 해봐. 네가 좋아하는 일,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 너의 길이 열려. 그 길이 가장 너 다운 길이고, 가장 현실적인 길이라는 것을 잊지 마. 끝까지 너를 믿어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