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도망자의 고백》

이 책 어때 27, 서평

by 하민영

가해자 혹은 피해자로 살아간다는 것

“벌이 속죄가 아니라면, 저는 어떻게 살아야 하죠?”라고 묻는 마가키 쇼타에게 어떤 답을 줄 수 있을까?

대학생 마가키 쇼타는 밤 빗길에 음주운전을 하다 사고를 낸다. ‘지금 당장 날 보러 오지 않으면 헤어지겠다’는 여자 친구의 메시지에 술이 깨지 않은 상태에서 운전을 한 것이다. 차를 운전하고 가는 중 무엇인가 부딪히는 것을 느꼈고, 언뜻 빨간불을 보았고, 여자의 비명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하지만 쇼타는 두려웠고, 제정신이 아니었다. 쇼타는 그대로 달아난다. 뺑소니 사망사건으로 붙잡힌 쇼타는 개나 고양이로 생각했고, 무게감을 느끼지 못했으며, 자신은 초록불을 보고 운전을 했다고 진술했으나 인정되지 않았다. 4년 10개월의 실형을 선고받는다. 쇼타의 사건으로 부모님은 이혼을 했고, 누나는 결혼상대와 헤어졌다. 전과자인 쇼타는 출소 후의 삶이 녹록지 않다. 정규직으로 취업도 어려웠다. 요양원에서 속죄하는 마음으로 노인을 돌보고자 했으나. 피해자 남편이 요양원으로 찾아오면서 일을 그만두어야 했다. 쇼타가 20대에 5년 정도를 감옥에서 보냈고, 피해자는 80대를 넘겨 이미 평균 수명을 넘게 산 것이니 자신은 과거의 죄로부터 자유롭고 싶어 한다. 하지만 쇼타는 늘 죄책감에 시달린다.

내가 이런 일을 겪는다면 어떻게 할까? 나는 양심의 가책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현대 사회에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다. 한 번쯤은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내가 가해자가 된다면 진실을 말할 거다. 피해자와 그 가족에게 사죄할 것이다. 그런데 만일 술을 먹어서 정신적인 판단이 흐려진 상태라면 나도 쇼타처럼 도망가고 자신을 속일지도 모르겠다. 만일 내가 이런 잘못을 저지른다면 누군가 나에게 말해주었으면 좋겠다. “진정으로 속죄하라.”라고. 죄책감을 느끼지 않기 위해 그런 사람들의 무리 속에 끼어서 살고 싶지는 않다. 실형을 받고, 진심으로 속죄를 했다고 죄가 없어지지는 않는다. 아마도 나는 평생을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아갈 것 같다.




피해자는 80대 여자 노인으로 고열로 시달리는 남편을 위해 자정이 넘어 편의점에서 얼음을 사 가지고 귀가하던 중 변을 당했다. 피해자의 남편인 80대 노인 노리와 후미히사는 아내의 목숨을 빼앗은 쇼타를 만나 ‘해야 할 일이 있다’며 집념을 불태운다. 그는 쇼타의 집을 알아내서 그의 집 근처로 이사한다. 하지만 그는 그 중대한 ‘결심’을 잊어버린다. 잊지 않기 위해 테이블 아래에 ‘중요한 일’이라고 적어놓고도 그 일이 무엇인지조차 모른다. 후미히사는 인지장애가 심해져 가족조차 알아보지 못하고, 길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오래전에 죽은 어린 딸을 기다리고 아내를 기다린다. 정신이 온전할 때는 자신 때문에 딸이 죽었고, 아내가 죽었다고 여기며 괴로워한다. 그에게는 가족도 모르는 상처가 있다. 그것은 일본의 동아시아 전쟁 당시 참전하여 수많은 사람을 죽였다는 죄책감이다. 열여덟 살에 상관의 명령은 천황의 명령, 신의 명령이라고 여기며 복종했다. 후미히사는 재판에서 도망쳤고, 도덕적 악행을 숨기면서 살아왔다. 야만의 시대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며. 그러나 70년이 흘렀는데도 죽은 사람들의 망령을 보며 늘 죄책감에 시달린다. 딸이 죽었을 때도 아내가 죽었을 때도 나쁜 일이 생길 때마다 자기 죄에 대한 인과응보라고 생각한다.

내가 피해자라면 나는 어떻게 살아갈까? 어쩌면 복수심에 불타서 살아갈지도 모른다. 가해자를 용서할 수 없을 것 같다. 후미히사처럼 자책하면서 살아갈지도 모른다. 내가 어떤 잘못을 했기 때문에 내리는 벌이라고 생각하거나 내가 그때 이렇게 했더라면 혹은 하지 않았더라면 후회할지도 모른다. 내가 어찌할 수 없었던 영역임에도 수없이 나를 책망할지도 모른다. 만일 내가 이렇게 살아간다면 나는 누구든 붙잡고 이야기 나눌 것이다. 안되면 상담자를 찾아가리라. 내가 피해자가 되었을 때 어쩔 수 없는 영역은 내려놓고 갈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는 언제든지 피해자가 될 수도 있고 가해자가 될 수도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전쟁보다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고 하니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이 많다. 피해자 혹은 가해자라면 어떻게 살아갈지 많이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작가는 가해자들에게 말한다. 자신에 의해 죽은 사람의 영령 앞에서 죄를 고하고 살아가야 한다고. 그렇게 하는 것이 인간답게 살아가는 길이라고.



*본 도서는 소미 미디어에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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