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비움에 대한 연습"

퇴직을 준비하는 자세, 명함에서 회사, 직책, 직무를 지웠다

by 칼잡이 JINI
베이비부머 세대의 퇴직, 나의 이야기?


연중 출생아수가 90만 명을 넘었던 1955년부터 1974년 사이 출생한 세대를 'Baby boomer, 베이비부머'시대라 부른다. 시기에 따라 1차, 2차로 연령을 구분하는데 1954년~63년생을 1차(705만 명), 1964~1973년생을 2차(954만 명)로 구분한다.


2차 베이비부머의 퇴직, 나의 이야기이다.

조그마한 목동의 매장의 판매사원으로 시작해서, 대기업의 수석부장까지, 30년 직장생활을 한 평범한 2차 베이비부머 시대의 수많은 "퇴직자 중 한 명"일 뿐이다. 세대를 묶으니, 한 사람의 인생도 그 세대 속의 한 부분이라는 것이, 공동화의 일반화라는 것이 약간 서글프긴 하다.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나이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은 듯싶다.

50세가 넘어서니 "퇴직 후 뭘 해 먹고살아야 하지?"라는 생각이 자주 든다.


내가 다니던 회사는 55세를 기준으로 명예퇴직을 할 것인지? 아니며, 직위를 내려놓고 사원으로 일할 것인지? 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퇴직을 앞둔 나, 불확실한 미래


퇴직의 시간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퇴직자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어제가 다르고, 오늘이 다르고, 내일도 다를 것이다.

오늘도 아침이 다르고, 점심이 다르고, 저녁이 다르다.


아침에는 "그만두고, 오랜 직장생활의 습득한 경험을 바탕으로 뭔가 내 장사를 해볼까?"

점심에는 "오랜 기간 한 분야에서 일했으니, 이직을 해볼까?, 이직을 위해서 내일이라도 인맥을 만나러 다녀야 하는 건 아닐까?"

저녁에는 "직위가 무슨 소용, 그냥 직위를 내려놓고 근무할 수 만 있다면, 감사하게 근무하는 것이 좋을까?"


시간은 흐르지만, 그 어떤 것도 결정하기가 어렵다.

그건, 내가 결정한 대로, 도전한다고 모든 것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확신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퇴직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간, 그 소중한 시간을, 매일매일 고민하는데 보내는 내가 스스로 안타까웠다.



고민의 시간을 멈추다.


매일 반복되는 고민의 시간을 멈추기로 했다. 나의 버킷리스트를 작성했다.

버킷리스트를 작성해 보니 별게 없다. 그 별거 없는 버킷리스트를 30년간 왜 못했는지 모르겠다.

온전히 스스로 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것들을 정의하고 싶었다.


70년 세대들이 다 그랬듯, 주 6일 근무, 하루 쉬는 일요일에 당연한 듯 당직을 서고, 연장 수당은 없지만 저녁 9시~10시까지 최선을 다해 근무했던 기억,

회사의 성장을 위해, 아니면 그 시절 누구나 그랬듯 당연 그렇게 해야 하는 줄 알고 일했던 무임금 노동의 시간들을 기억했다.


나를 위한 시간을 갖기로 했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었던 일, 도전하고 싶었던 일에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퇴직 버킷리스크 첫 번째

많은 것을 내려놓는 연습을 해야 한다.


마음을 비워야 새로운 것을 채울 수 있다. 직장생활로 인생의 절반을 넘게 채웠다.

그것에 대한 재정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내가 능력이 뛰어나서 만든 성과가 아니라, 대기업이라는 시스템과 의사결정이 만들어낸 성과임을 인정해야 한다." "내가 누군데...,라는 허망한 스스로에 대한 위로를 멈추어야 한다."


대기업이란 회사의 이름을 떠나서, 본인 스스로가 만들어 내기 어려웠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우리는 그러한 사실을 망각한다.

시스템과 자본력이 만들어 내는 힘의 파워를 자신이 만들어 낸 성과처럼 착각한다.


내가 가진 본연의 경쟁력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명함에 적혀있는 회사와 직위, 직책을 지우고, 자연인 나를 바라보아야 한다.

그래야, 덜 상처받을 수 있다.


이제 많은 것을 내려놓기로 했다. 연습이 필요하다.

내가 조직 내에서 별거 아니라는 생각과 중요한 업무에 대한 의사결정도 후배들이 결정할 수 있도록 업무를 이관해 주어야 한다. 남은 기간은 방향성만 알려준다. 모든 의사결정은 남을 후배들에게 넘겨준다.


비로써, 나는 자유로워진다.


비움에도 연습이 필요하다.


마음을 비우는 것도, 업무를 내려놓는 것도, 새로운 미래에 대한 두려움도,

연습이 필요하다.


나는 첫 번째 퇴직 버킷리스트로 "비움에 대한 연습"으로 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