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유독 푸르른 하늘의 사진이 많다. 푸르길 바라는 마음일까?
혼자만의 시간
퇴사!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
바쁘게 살아온 회사 생활,
퇴사라는 결심을 하고,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 시절, 유독 푸르른 하늘의 사진이 많다.
나의 퇴직 이후에 그 푸르른 하늘처럼 밝은 인생이 펼쳐지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었을까?
그 시절, 유독 카페에서 찍은 커피사진이 많다.
그냥 커피를 마시며, 조용히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근무지의 옆엔 조그마한 하천이 있었다.
청둥오리가 하천의 물살을 가르며 헤엄치는 모습,
평화롭다.
회사라는 바쁜 시간에서 벋어나
한가로운 풍경을 바라본다.
시간이 멈춘 듯싶다.
그 물가를 따라 걷다 보면, 조그마한 카페가 하나 있다.
카페에서 커피를 한 잔 시킨다.
스스로를 위로한다.
'마지막 승진, 임원 승진이라는 일말의 희망과 꿈은 빨리 버리는 것이 건강에 이롭다. 그 실낱같은 희망의 꿈을 꾼다면, 나는 마지막까지 일에 묻혀 살아야 한다. 그러고 싶지 않다.~'
혼자만의 공간
근무지 건물의 옥상,
사원들은 올라오지 않는 공간이다.
오롯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옥상에서 바라보면,
푸르른 하늘과 하천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퇴사를 결심한 그 순간부터,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
방향성을 제외한 의사결정은 팀장들에게 넘겨주었다.
내가 자리를 비워도, 내가 열심히 안 해도,
가공장의 기계는 끊임없이 돌아가고 있다.
이젠, 팀장들도 나에게 혼자 있는 시간을 배려해 준다.
그들이 묻고 싶은 질문은, 아마도
"퇴직하시면 뭐 하실 거예요?"라는 질문일 듯싶다.
그러나, 그들은 묻지 않는다.
비가 오려나?
검은 구름이 몰려온다. 조금 있으면, 어두워질 듯싶다.
혼자 있을 곳, 쉴 공간이 필요했다.
옥상이라는 공간에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의자를 가져다 놓았다.
직장 생활 중 처음으로 가져본, 스스로를 위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아름다운 퇴직을 꿈꾸다.
회사는 냉정하다.
임원들의 마지막 퇴사 모습은 아름답지는 않았던 것 같다.
임원 인사가 나기 전 날, 그들은 인사팀으로부터 전화를 받는다.
얼굴이 굳어지고, 자리에 잠깐 앉아 있다가 가장 친한 후배를 부른다.
종이 박스를 가져다 달라고 요청한다.
후배는 알아차린다.
오늘이 그 임원의 마지막 근무날이란 것을...,
30년 가까이 근무한 임원의 짐은 박스 한 개이면 충분하다.
그리고, 그들은 그렇게 회사를 떠난다.
박수를 받으며, 환하게 웃으며,
동료와 후배들에게 악수를 하며
떠나는 임원은 거의 없다.
나는 그런 임원들처럼 퇴직하고 싶지 않다.
아름다운 퇴직을 꿈꾸기 시작했다.
회사에서 근무했던 나의 시간,
그 속에 함께 했던 나의 동료들,
모두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