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칼잡이 JINI May 16. 2024

고기(肉) 인생 30년, 숨겨진 고기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고기인생 30년, 축산MD의 숨겨진 고기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고기(肉)와 인연을 맺은 지 올해로 30년이 되는 해입니다.


"고기와 관련된 이야기를 재미있게 표현해 볼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과 "30년 고기인생을 글로 남겨 보고 싶다."라는 개인적 소망을 기반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려 합니다.


우선 고기와의 인연은 아주 어려서부터입니다.


저는 춘천의 "애막골"이라는 지명의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저의 방옆으로는 외양간이 있었고, 한우가 3~4마리의 암소가 항상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한우를 사다가 6개월 정도 키워서 다시 우시장에 갔다 파는 소장수이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볏짚을 작두로 썰어 가마솥에 물을 넣고 콩껍질과 함께 끓여 여물을 먹이던 기억이 납니다.

아버지가 우시장으로 소를 끓고 갈 때면, 논두렁을 따라 코뚜레에 매어진 줄을 끌고 따라다니곤 했습니다.

우시장에서 좋은 가격에 거래가 잘 되면 좋아하시던 미소가 생각나네요.


요즘 다시 시작된 드라마 "수사반장 1958"에 1화에 나오던 소도둑의 배경이 되었던 그 장면을 기억하면 딱 맞을 풍경이었습니다.


거래가 잘 되시면 우시장 앞 조그마한 식당에서 "소간"을 사주시면, "너는 어리니 살짝 익혀먹어라" 하며 구워 주시곤 했었는데...,



아버님이 일찍 돌아가시고, 어려운 가정 형편상 대학교 4학년 2학기에 바로 취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여러 작은 기업에서 근무하던 중 IMF를 겪게 되었고, 부도난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그 시절 대형할인점 점포 축산코너의 소분사원으로 입사하였고, 현장에서 열심히 노력한 결과 본사로 발령이 나서 MD(Merchandiser)라는 직무를 오래도록 경험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때 습득한 고기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려 합니다.




고기(肉)는 참 매력 있는 직무 분야입니다.


고기와 관련해서 먹고사는 사람들의 수는 엄청 많습니다.

21년 기준 축산산업분야의 생산액은 총 24조 5,748억 원으로 생산규모도 많고, 소비하는 물량도 많은 분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기는 거기서 거기? 아니, 맛의 깊이가 다릅니다."


축산분야는 근무하는 인력의 기능, 전문성의 수준에 따라 수익이 차이가 나는 독특한 분야입니다.

고기는 소를 잘 기르는 장인, 발골을 기가 막히게 하는 전문가, 저장(숙성)의 달인, 고기의 조리를 특화한 셰프 등 전문가의 손길에 따라 맛의 깊이가 달라지는 특징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농장과 소비자를 이어주는 가교(bridge) 역할을 하는 직무가 바로 MD(Merchandiser)입니다.

그 직무를 오래도록 할 수 있었던 것은 정말 행운이었던 것 같습니다. 산지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가교역할을 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전문가들을 만나 보았습니다. 그들은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MD가 고기(肉)에 대한 깊이에 있어서 각 분야의 전문가들보다 나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MD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폭넓게 만나 대화할 기회가 많습니다. 그런 지식들이 쌓여 MD만의 가치관과 철학을 보유한 전문가로 성장하는 것 같습니다.


고기를 통해서, 저의 인생은 많은 배움이 있었고, 대한민국의 전국을 돌아볼 수 있었고, 다양한 나라의 축산업에 대한 견문을 넓힐 기회가 있었습니다.


고기(肉)는 거기서 거기다? 아니, 다름입니다.


아래의 사진은 제가 영국 헤롯백화점에 갔을 때 보았던, "아름다운 정육점"입니다.

숙성(Aging)하는 공정을 벽면 display의 요소로 표현하였는데, 제가 본 정육점 중 가장 높은 수준의 진열이었습니다.

뼈를 포함한 고기(肉)로 진열된 상품을 최상의 서비스로 전문가가 직접 컷팅하여 판매하는 The Butcher입니다.

거기서 거기는 아닌 것 같지요?  

영국의 해롯백화점  _ 숙성육(Aging)을 Display로 활용한 아름다운 정육점


 '고기에 진심인, 고기에 관심이 많은 분들에게 숨겨진 고기 이야기'를 시작하려 합니다.


-jini's meat story-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