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근처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도로변 혹은 주택가 골목에 위치한 13평 남짓의 정육점이 떠 오릅니다.
정육코너 하면 어떤 생각이 떠 오르세요?
대형마트 혹은 백화점 같은 리테일 매장에 과일코너, 채소코너, 수산코너, 다음에 위치한 정육코너가 떠 오르시지요.
정육점이든, 정육코너든 고기를 파는 건 마찬가지이니, 정육점이라 칭하는 것에 무리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길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정육점을 보기 위해 호주를 간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을까요? 저는 정육점을 보기 위해 호주를 가본 경험이 있습니다.
그 이야기를 해드리겠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프리미엄 정육점 중의 한 곳인 Victor Churchill 이란 정육점은 호주 시드니 시내에서 좀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Victor Churchill 정육점은 고기와 관련된 업무, 혹은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방문하는 유명한 정육점입니다. 실제로 그 정육점의 Dry Aging Room의 소금벽돌의 사례는 국내 유명백화점과 쇼핑몰에서도 도입되었던 사례가 있었습니다.
시드니에 위치한 Victor Churchill 매장을 방문하기 전 구글링을 해 보았습니다.
화려한 조명과 유리 작업장, 소금벽돌, 원형도마와 빨간 오래된 핸드슬라이서의 이미지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 구글링의 환상적인 이미지를 갖고 호주의 정육점을 찾아갔습니다.
정육점 앞에 도착하였을 때, 첫 느낌은 "어? 이런 위치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독주택가에, 가로수가 잘 정비된 4차선 도로가에 위치한 그냥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정육점이었습니다.
"나는 왜 당연한 것에 놀란 것일까?"
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리미엄 정육점이라고 들었기에, 주변 환경 또한 프리미엄을 판매할 수 있는 또 다른 다양한 요소들이 있을 것이라는 잘못된 상상력이 작용한 것 같았습니다.
출처 : 구글지도, Victor Churchill 시드니 매장 위치
Victor Churchill 매장의 입구에서 사진을 찍었는데, 이미지가 선명하지 않아 모기업인 vic'smeat의 홈페이지의 이미지를 사용하였습니다. 아래 사진의 이미지에서 보이는 출입구가 가로사이즈의 전체입니다. 즉, 가로는 짧고, 세로로 긴 형태의 매장의 모습을 지니고 있습니다.
출입구에는 쇼윈도에는 오래된 정육업자들이 사용하는 소품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더 화려한 것들을 Display 할 수도 있었을 텐데 작업자들의 장화 등으로 진열하였다는 것이 특이해 보였습니다.
간판에는 since 1876년이라고 쓰여 있었습니다."140년이 넘는 정육점의 역사를 가졌다니?"
그 숫자 하나만으로도 감히 쉽게 평가할 수 없는 정육점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궁금했습니다.
Victor Churchill이라는 정육점의 사업구조는 어떻게 운영이 되는 것일까? 그래서, 찾아보았습니다.
이 정육점은 Victor가문과 Churchill가문이 조그마한 정육점으로 시작하였다고 합니다. 도축업자로의 전문성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해 왔으며, 현재는 호주에서 프리미엄 고기를 고급 레스토랑 등에 제일 많이 공급하는 기업이 되었습니다. 모기업은 Vic's Meat입니다.
빅터 처칠(Victor Churchill) 정육점은 2010년 뉴욕 국제 인테리어 디자인 어워드(New York's International Interior Design Awards)에서 '올해의 최고상(Best of the Year)' 상을 수상하기도 하였습니다.
출처 : vicsmeat.com.au 홈페이지
매장에 방문해서, 매장의 매니저에게 한국에서 온 리테일러라 소개하고 매장의 사진을 찍어도 되는지 문의를 했더니, 흔쾌히 "찍어도 됩니다.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 물어보십시오."라는 답변을 해주었습니다. 그의 대답 속에는 그들의 자신감과 전문가의 느낌을 전달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좌측의 길게 뻗은 유리로 된 작업장에는 은은하게 불빛을 비추는 원형도마가 3개 자리 잡고 있었으며, 양고기와 드라이에이징을 전문가가 직접 손질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작업하는 직원들은 맨손으로 고기를 만지고 있었습니다. 맨손으로 뼈와 고기를 분리하는 작업은 상당히 위험합니다. 손질하는 사람이 웬만한 전문가가 아니면 다칠 확률이 높습니다. 그들의 작업모습은 "잔잔한 감동"이었습니다.
Victor Churchill 고기손질 실현 모습
숙성육은 건조숙성(Dry Aging)과 습식숙성(Wet Aging)으로 구분합니다. 건조숙성(Dry Aging)은 원료육 그대로를 온도, 습도, 바람의 세기 등을 세밀하게 관리하여 숙성시키는 방법으로 치즈향이 나는, 깊은 풍미가 느껴지도록 만드는 숙성방법입니다. Victor Churchill은 드라이에이징에 진심인 정육점이었습니다.유리로 된 숙성고에서는 고기가 익어가고 있었습니다. 숙성이 제대로 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드라이에이징 숙성고
로티세리 코너는 벽면에 세로로 설치되어 있었으며, 가스토출구를 통해 가스불이 켜지면, 벽면자체가 Display 효과를 내기에 충분해 보였습니다. 매장의 통로는 전반적으로 어둡고, 강조하고 싶은 부분만 조명이 환하게 비추어서, sns 사진을 찍기에는 좋은 환경으로 보였습니다.
"눈으로 이미 만족한 고기는, 맛이 없을 수 없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로티세리와 가공품 슬라이스 코너는 함께 위치하고 있었으며, 직원이 입고 있는 앞치마에는 Victor Churchill을 상징하는 두툼한 사각칼과 로고가 보였는데, 마음에 들었습니다.
로티세리 코너
계산대도 특이한 점이 있었는데, 저울이 천정형 저울이었습니다. 천정형 저울 모습도 빈 공간을 활용한 Display 효과를 충분히 나타내고 있었습니다. 상품이 들어있는 냉장고는 모두 밀폐형으로 설치되어 있었고, 상품의 보관에 있어서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효과를 나타내고 있었습니다. 밀폐형 판매대에 진열되어 있는 Bone in Meat와 Cured Meat(염지육 또는 가공육)의 진열도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국내에서는 대부분 소비자의 구매가 편리하도록 대부분 오픈형 다단 쇼케이스를 활용합니다. 원물 중심으로 진열되어 있는 Victor Churchill의 매장은 밀폐형이 낮은 온도를 유지하는데 훨씬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기를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계산대와 상품 진열대
어떻게 이렇게 작은 매장에 이 모든 콘셉트를 담을 수 있었을까?
도착해서 입구의 간판을 보고 느낀 느낌은 "어, 국내에서도 항상 볼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일반적인 정육점 같은데~"이었다면,
내부에서 전문가들의 손길로 표현된 고기와 고기가공품을 본 느낌은 "아, 고기에 진심이구나, 그래서, 여기를 오는 거구나~"이었습니다.
그들의 모습 속에서 "고기에 대한 진심과 열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는 Victor Churchill 시드니에 대한 글을 쓰기 전 고민이 있었습니다. 다녀온 지가 꽤 오래된지라 이 글을 쓰는 게 맞을까? 에 대한 고민이었습니다. 글을 쓰기 전 블로거들의 최근 포스팅을 검색해 보고, 포함된 이미지를 검색해 보았더니, 여전히 기존의 많은 것들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직접 다녀온 경험과 잊히지 않는 기억, "Victor Churchill의 고기에 대한 진심과 열정"을 글로 남겨 보기로 했습니다. 추가적으로, 멜버른에도 Victor Churchill 점포가 한 곳 더 생겼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시드니, 혹은 멜버른을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Victor Churchill 정육점 방문해 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