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신 날은 기억이 나는데, 생신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내가 대학교 4학년 때 69세로 돌아가셨으니까 2024년 기준 환산해 보았더니, 1924년 출생이신 것 같았다. 그걸 확인하기 위해 가족관계증명서를 인터넷으로 발행하여 확인해 보았더니, 돌아가신 지가 오래되어선지 주민등록번호도, 출생년월일도 표시가 되지 않았다. 문득 죄송하단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가 살아생전 일제강점기와 6.25 사변에 대한 이야기를 가끔 하셨던 기억이 있는데, 내용은 가물가물하다. 1924년 태어나셨으면, 그 파란만장했던 역사 속에서 살아오셨던 것이 맞다. 살아계실 때는 상상도 못 했던 일이다. 그런 힘겨운 삶을 살아오셨으리란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나는 4남 3녀의 막내이었다. 큰형과의 나이차이가 19살 차이가 난다. 내가 초등학교 때 큰형이 결혼을 했다. 형들과 누나들과 어려서 함께 살았던 기억이 별로 없다. 다들 출가하거나, 타지에서 직장생활을 했었기 때문에 시골집에서는 연세 드신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나, 세 식구가 살았다. 나이가 어려서 아버지의 인생에 대해 물어볼 생각도, 들어줄 생각도 없었던 것 같다.
"나의 아버지는 소장수이셨다."란 글을 브런치 스토리에 올리면서, "아버지의 삶"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아버지도 나의 인생처럼, 어린 시절이 있었고, 청년기를 거친 그런 인생을 사셨을 텐데,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일제 강점기는 1910년 8월 29일 한일합병 조약이 체결되면서 시작되었다. "대한제국"은 사라지고, "일본제국"에 편입이 되었었다. 일본제국의 식민지가 되었고, 조선총독부에 의해 1945년 8월 15일까지 일본의 통치를 받았다.
아버지는 1924년 태어나셨다. 21살에 해방을 맞이한 것이다. 그 일제 식민지 시대에 소학교를 다니셨으리라..., 어렸을 때이니, 독립운동을 한 독립투사도 아닐 것이며, 그냥 강원도 두메산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셨으리라..., 고향은 "강원도 홍천군 팔봉면 광판리"이셨다. 지금의 비발디파크, 스키장과 골프장, 워터파크가 있는 그곳의 아랫마을이다. 내가 어렸을 적 갔던 아버지의 고향은, 버스도 안 들어가는 그런 산속의 오지마을이었다. 버스는 팔봉산까지만 갔고, 그곳에서부터 20리 길을 걸어서 들어가야만 나오는 그런 시골이었다.
어떻게 사셨을지 궁금해서 100년 전의 그때 그 시절의 영상을 찾아보았다. 아버지의 어린 시절을 처음으로 상상해 보았다. 100년 전 영상이 가끔 TV 다큐멘터리로 나올 때는 "아, 우리나라도 저런 시절이 있었구나!"라는 느낌으로 보았다면, 아버지의 인생이 궁금해서 찾아본 영상에서는 아버지의 어린 시절이 오버랩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