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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졸업식

10개월의 아름다운 마침표 그리고 새로운 시작

by 메카럽

10개월 동안 함께 울고 웃었던 아이들과의 마지막 날, 졸업식. 강당 문을 열고 들어서는 아이들의 표정은 여느 때와 다르게 묘한 긴장감과 설렘으로 가득 차 있었다.

넥타이를 어색하게 매만지는 아이, 연신 밝게 웃으며 친구들과 사진을 찍는 아이, 그리고 왠지 모르게 울먹이는 얼굴을 한 아이까지, 각자의 방식으로 이 특별한 날을 맞이하고 있었다.

나 역시 만감이 교차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었던 10개월이라는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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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에 담긴 10개월의 기록

졸업식의 시작을 알리는 사회자의 멘트가 흘러나오고, 곧이어 강당의 불이 꺼졌다. 스크린에는 지난 10개월 동안 아이들이 함께 땀 흘리고 웃었던 순간들이 담긴 영상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처음 서먹했던 OT 날의 모습부터, 서툴지만 열정적으로 캐드를 배우던 모습, 밤늦도록 3D 모델링에 몰두하던 모습, 쉬는 시간에 삼삼오오 모여 간식을 먹으며 웃음꽃을 피우던 모습, 그리고 다 함께 소풍을 가서 신나게 뛰어놀던 모습까지.


화면 속에는 앳된 얼굴의 아이들이 하나둘씩 등장했다. 자신의 모습이 나올 때마다 아이들은 “어머, 내 흑역사!”라며 손으로 얼굴을 가리거나, “야, 너 진짜 웃기다!”라며 친구를 놀리기도 했다.


쑥스러워하며 몸을 배배 꼬는 아이들의 모습은 영락없는 고등학생이었다. 그러다 문득 진지한 표정으로 작품에 몰두하는 자신의 모습이 나오면, 왠지 모르게 뿌듯한 미소를 짓기도 했다.


영상 중간에는 아이들이 직접 만든 작품 발표회 장면도 나왔다. 저마다 심혈을 기울여 만든 기계 부품이나 3D 프린팅 작품들을 설명하는 아이들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빛나고 있었다. 발표를 마치고 환하게 웃는 아이들의 모습은 마치 작은 발명가 같았다. 그때의 열정과 노력이 고스란히 느껴져 나 역시 흐뭇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영상이 후반부로 흘러갈수록 강당 안의 분위기는 조금씩 달라졌다. 함께 고생했던 시간들이 떠올랐는지, 여기저기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는 졸업을 앞둔 아이들이 서로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는 영상이 나왔는데, “우리가 벌써 졸업이라니 믿기지 않아.”, “10개월 동안 정말 즐거웠어. 다들 꼭 성공하자!”, “선생님, 정말 감사했습니다!”라는 진심 어린 메시지들이 스크린을 가득 채웠다.


영상을 보던 한 여학생은 눈물을 글썽이며 옆에 앉은 친구의 손을 꼭 잡았다. 그 모습에 나 역시 가슴이 뭉클해졌다.


작별의 순간, 엇갈리는 감정들

영상 상영이 끝나고, 드디어 졸업식의 하이라이트인 수료증 수여식이 시작되었다. 한 명 한 명 아이들의 이름이 불릴 때마다 아이들은 단상 위로 올라와 씩씩하게 수료증을 받아 들었다. 수료증과 함께 나는 아이들에게 짧은 격려의 말을 건넸다.

“김민호!”
“네!”


단상 위로 올라온 민준이는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수료증을 받아 들었다.


“민호야, 너 처음 왔을 때 캐드 프로그램 다루는 거 어려워했었잖아. 그런데 이제는 제법 능숙하게 모델링도 하고, 3D 프린터도 자유자재로 다루는 거 보면서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어. 앞으로도 네가 좋아하는 일 하면서 즐겁게 지내길 바란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처음에는 너무 어려워서 포기하고 싶었는데, 선생님께서 쉽게 가르쳐주신 덕분에 재미를 붙일 수 있었어요.”


다음으로 단상에 오른 수빈이는 수료증을 받자마자 울먹이기 시작했다.

“수빈아, 왜 울어? 졸업하는 게 그렇게 슬퍼?”


내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묻자, 수현이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네, 선생님… 10개월 동안 선생님이랑 정도 많이 들었고, 우리 반 친구들이랑 헤어지는 것도 너무 아쉬워요.”
“수현아, 너무 슬퍼하지 마. 우리는 여기서 끝이 아니잖아. 앞으로도 연락하면서 지낼 수 있고, 언제든 학교에 놀러 와도 괜찮아. 너는 정말 성실하고 꼼꼼해서 뭐든지 잘 해낼 거야. 선생님이 항상 응원할게.”


수료증 수여식이 끝나고, 아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선생님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다. “선생님, 10개월 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선생님 덕분에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았어요.” 아이들의 진심 어린 감사 인사에 나 역시 울컥하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몇몇 아이들은 아쉬움에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지, 나에게 달려와 뜨거운 포옹을 건네기도 했다. 특히 처음에는 곧잘 삐딱한 모습을 보이던 민재는 나를 꼭 안으며


“선생님, 정말 감사했습니다. 여기서 배운 거 잊지 않고 열심히 할게요.”


라고 말했다. 민재의 따뜻한 마음에 나 역시 눈시울이 붉어졌다.


아이들은 서로에게 “졸업 축하해!”, “다음에 꼭 다시 만나자!”라며 아쉬운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함께 고생했던 시간들을 공유하며 쌓았던 끈끈한 우정은 쉽게 끊어질 수 없는 것이었다. 떠나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10개월이라는 시간이 정말 빠르게 지나갔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성장의 발자국, 그리고 새로운 시작을 향하여

처음 이 아이들을 만났을 때, 대부분은 공부에는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방황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기계설계라는 분야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아이들은 놀라운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배우기 시작하자, 이전과는 전혀 다른 집중력과 열정을 쏟아붓기 시작한 것이다.


쉬는 시간에도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수업 내용에 대해 토론하고, 서로의 작품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모습은 이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밤늦도록 실습실에 남아 자신의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몰두하는 아이들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빛나고 있었다.


한번은 아이들이 3D 프린터 작동법을 배우다가 오류가 발생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선생님, 이거 왜 안 돼요?”라며 우르르 몰려와 질문하는 아이들에게 나는 힌트만 주고 스스로 해결하도록 유도했다.


처음에는 답답해하던 아이들도 끈기 있게 매달린 끝에 결국 문제를 해결해냈다. 그때 아이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서로에게 축하를 건네는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의 힘으로 성취감을 느끼는 경험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다시 한번 깨달았다.


졸업식 날, 아이들에게 마지막으로 이런 이야기를 해 주었다.

“너희들이 이곳에서 배우고 경험한 모든 것들은 너희들 스스로가 쌓아온 소중한 자산이야. 앞으로 어떤 어려움에 부딪히더라도, 이곳에서 배우고 느꼈던 열정과 끈기를 잊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너희들의 앞날을 항상 응원할게.”


아이들의 눈빛은 굳게 빛나고 있었다. 10개월 동안의 노력을 통해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을 얻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비록 지금은 서툴고 부족할지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향해 나아갈 용기를 얻었다는 것이 무엇보다 값진 성과일 것이다.


학교 문을 나서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왠지 모를 벅찬 감동이 밀려왔다. 이곳에서의 경험이 아이들에게 작은 씨앗이 되어, 앞으로 각자의 분야에서 멋지게 성장해 나가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10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이들과 함께했던 소중한 추억들은 오랫동안 내 마음속에 깊이 새겨질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만나 웃으며 이야기 나눌 날을 기대해 본다. 졸업, 새로운 시작을 응원한다. 얘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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