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야는 하루 한번 산책 합니다. 주중에는 동네를 다니고 주말엔 한강 공원이나 차를 타고 조금 떨어진 곳에 갑니다. 공원에서는 끈을 풀고 같이 뛰는데 사람들에게 가지 못하도록 뽀야를 축구공처럼 몰아야 합니다. 그래서 이 산책을 '뽀구'라고 부르죠. 그런데 2.5kg의 소형견 뽀야가 저보다도 빠릅니다. 애를 써야 지킬 수 있습니다. 풍경은 평화롭지만 저로썬 총력을 다하는 순간입니다. 하지만 반려견 천국인 나라를 기준으로 봤을 때 이 정도의 노력도 부족한 모양입니다. 노임팩트맨(콜린 베번 지음, 북하우스 출판)을 읽어보면 뉴욕주는 반려견과 하루 2회, 약 30분 정도 산책이 법적으로 규정되 있다고 하는데, 사실 쉽지 않은 일이지요.
그래도 어쨌든 하루에 한번씩은 나갑니다. 사실 이것도 꽤 어려운 일인데 피곤한 와중에 나가야 하는 것도 그렇거니와 뽀야의 산책 버릇이 너무나 고집스럽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뽀야는 제 발걸음에 맞추기는커녕 버티고, 다른 길로 가겠다고 때쓰고 땅에 솟아있는 모든 기둥에 냄새를 맡아야 직성이 풀립니다. 가로수, 바리케이트, 쓰레기통, 돌 모든 물건의 냄새를 맡고 또 맡습니다. 이 과정을 매일같이 반복하며 기다리는 것은 솔직히 지겹고 힘든 일이지요.
또 냄새에 대한 뽀야의 집착은 놀랄 정도여서 골뱅이나 지렁이, 오징어같은 무척추 동물을 보면 이상행동을 보이기도 합니다. 마치 간질에 걸린 환자처럼 몸을 뒤집어 비비곤 합니다. 눈알도 뒤집힙니다. 처음에는 아픈줄 알았지요. 워낙 이상했으니까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뽀야에게 냄새란 수많은 정보를 알 수 있는 메세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일본 드라마 THE SNIFFER (*코로 범죄 증거를 찾아내는 형사 이야기)를 보면 냄새로 사람의 근황, 기분, 데이트 상태나 먹는 음식까지 알아맞추는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아베 히로시가 연기하는 그 캐릭터는 냄새로 사건의 정황을 동영상처럼 봅니다. 만약 그 드라마와 같다면, 뽀야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후각 능력을 측정할 수 있는 후각수용체 유전자 개수를 보면 인간은 400여개, 개는 800여개 입니다. 2배이지요. 참고로 가장 후각이 뛰어난 동말은 코끼리로 유전자 개수가 1,948개(인간의 5배)이고 그 뒤를 이어 쥐가 1,207개라고 합니다. 이런 수치로 봤을 때, 가로수에 쌓인 동네 강아지들의 자취는 그저 냄새라고 할 수 없는 동물 세계만의 어떤 미디어 매체가 아닐까요? 페이스북이 아니라 개이스북인 것이죠.
어쩌면 동네 강아지들끼리 각자의 소식을 남기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저 영역 표시를 하는 것을 넘어 사는 이야기, 주인에 대한 험담, 오늘 먹었던 음식에 대한 포스팅을 하는 것은 아닐까요? 지나가는 개들이 냄새를 맡으면 인간이 페이스북의 글을 읽고 영상을 보는 것과 같이 동네 개들의 이야기를 맡는 것입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좋아요'를 누르거나 자신의 의견을 댓글로 달지도 모를 일입니다. 자신의 체취로 말이죠.
뽀야는 다른 강아지들의 자취를 아주 신중하게 대합니다. 아주 오랫동안 심사숙고 하듯이 냄새를 맡습니다. 뽀야는 한남동에 파워블로거를 꿈꾸는 강아지입니다. 아니, 혹시 다른 개들의 포스팅을 심사하는 비평가는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