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지 않으면 시간은 빨리 간다. 반대로 기다리면 시간은 더디고 더디다. 기다리는 시간은 초침과 같다. 1초. 2초. 3초. 4초. 그 이상으로 시간을 견디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 바닥부터 하나씩 쌓듯. 하나 그리고 둘. 셋, 넷. 쌓아간다. 시간을 견디는 방법은 모두에게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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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를 하면서 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 아마도, 체취. 어제 먹었던 음식과 부대끼던 사람들의 냄새들. 물에 담궈 문지르면 그 체취는 사라진다. 과거로 되돌린다. 리셋. 하지만 아주 처음, 그때로 돌아갈 순 없다. 엉켜버린 시간 어딘가로. 빨래는 시간을 엉망으로 만드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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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어떻게 하느냐에따라 가장 즐거운 시간이 될 수 있다. 그건 자연에 대항할 수 있는 인간의 가장 큰 능력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