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되면 시간은 정지한다. 사물. 멈춰있는 것들의 시간. 그 위로 가족들이 부르는 노래. 방 사이를 오가는 모습이 망령처럼 중첩된다. 우린 생각으로써 5차원의 공간에 다다르고 그건 심장이 따라가지 못하는 곳. 내 가슴은 그 경계선 위 쯤에서 숨을 거둔다. 이 고요와 침묵은 블랙홀처럼 모두를 빨아들이고 난 그 찰나에서 부서진다. 이 존재의 파괴감. 뱃속을 찌르는 통증. 암덩어리. 이 수만가지의 작용이. 나는 물결. 나는 바람. 나는 빙하와 같이 흐르고 날리고 또 녹아든다. 가지와 낙엽 사이로, 흙과 바위 속으로, 내 비루한 옷과 주름진 손가락 사이사이로. 나는 무엇인가. 이 사물은 또 무엇인가. 이 기나긴 밤은 또 무엇인가. 어수선한 아침이 다가온다. 이 밤은 언제든 그 위로 중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