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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ephantmatch Production Mar 10. 2020

존재의 반대

나에겐  밖에 남은 것이 없다. 부조리에 굳은 표정이  것은 이미 오래전 일이다. 굳는다는 것은 참담하다. 그건 분노도 슬픔도 아니다. 바람이나 태양과 같이 당연시될 때의 일이다. 부조리는 일상이다.  그럴  쓰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쓴다. 단어를 적어 내려간다. 간다.  내가  활자를 밟아가며 간신히  은신처에 도달한다.


알베르 카뮈는 이방인에서 죽음에 대한 선택을 종용한다. 죽음을 선택하거나 혹은 우린  현실을 살아내야 한다. 죽음 반대편의 선택은 너무나 많은 것들을 내포한다. 하지만 죽거나 혹은  일을 감내하는 경계선은 그렇게 비대칭적이면서도 지극히 명백한 현실의 모습이다. 우린 기울어진 보트에서 죽지 않고 살아낸다. 생명은 그렇게 죽으라는 것들 사이에 피어난다. . 세상은   아름다운 것들에 반대하는가. 죽지 않는 것들에게 말한다. 죽어라! 죽으란 말이다.


2020 3 10일엔 비가 내렸다. 미세먼지와 바이러스에 종종걸음 치는 인간에게 하늘은 비를 내렸다. 비가 온다.  어깨 위에, 사람들의 구두 위에, 소중히  가방 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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