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영화에 대해 쓸 수 있을까. 의문이 들지만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영화 보는 데 사용하니 나름 괜찮은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우주 영화를 얘기하자면 아폴로 13호 같은 식의 영웅담의 시대를 거쳐, 영화 인터스텔라가 한 획을 그었다는데 큰 이견이 없을 것 같다. 그 이후로 그래비티, 그리고 마스, 퍼스트맨, 컨택트와 에드 아스트라까지. 우주 영화의 판도는 크게 바뀌었다. 아마도 미드소마가 공포 영화의 판도를 바꿨다는 것과 비슷할 것이다.
그럼 인터스텔라 이후의 우주 영화는 무엇이 다른가. 그것은 아마도 서정성이 아닐까 싶다. 인터스텔라를 보자. 인터스텔라는 상대성 이론이라는 복잡한 설정과 우주의 무감각한 공간을 이용해 헤어진 딸과의 사랑을 부각 시켰다. 이때 우주는 우주 자체가 아니라 그 사랑과 그리움을 증폭시키기 위한 도구로 이용됐다. 우주의 광대함만큼 그리고 우주의 쓸쓸함만큼 그 그리움은 극대화된다. 그리고 그래비티는? 역시 죽은 딸에 대한 그리움과 그 고통과 혼란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하는 주인공의 도피 공간으로써 우주가 사용됐다. 우주복에 갇힌 진공의 세상. 도피하기 위한 최적의 공간에서 주인공은 말한다. ‘우주의 무엇이 좋아요?’ ‘고요함’
퍼스트맨은 조금 다른데, 속을 알 수 없는 듯한 주인공의 미묘한 감정을 추락하는 우주선의 공포감과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선체의 소음 그리고 무엇보다 서정적인 영화음악으로 풀어냈다. 여기서부터 전자음악과 서정적 멜로디가 섞인 우주 영화 OST의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를 이어받은 컨택트에서는 또 다른 차원의 발전을 만들었는데 우주선에서 들리는 기묘한 새소리 같은 사운드는 물론이거니와 오래된 비디오와 같은 빛바랜 영상. 필름. 기억. 그리움의 감정을 화면에 담아냈다. 이때부터 우주라는 특별한 장르는 사라지고 그 공간은 마치 언제나 볼 수 있는 도시나 집과 같은 오브제로 활용된다. 그리고 에드 아스트라라는 종착역. 에드 아스트라는 한국에서 흥행하지 못했지만 아주 시적인 우주 영화라는 또 다른 차원의 기록을 만들었다. 물론 이 시적인 대사는 컨택트에서도 활용된다. 도입부의 내레이션과 같이. 하지만 에드 아스트라는 처음부터 끝까지 시적이다. 그리고 미래의 우주라기보다 레트로에 가깝게 느껴지는 빛바랜 화면과 연출은 이제 달에서부터 화성까지 19일밖에 걸리지 않는 것에 대한 과학적인 설명도 하지 않는 수준이 됐다. 사건은 벌어지고 주인공은 담담하게 읊조린다. 어렸을 때 헤어진 아버지는 명왕성의 끝에 있고. 어떤 상황에서도 심박수가 80을 넘지 않는 주인공의 차분함은 우주라는 공간의 힘을 빌어 내레이션을 위한 최적의 조건이 된다. 우주와 시와 음악. 컨템퍼러리 서정성의 끝에 이만한 조건은 어디 있을까.
요한 요한슨은 영화 컨택트의 음악감독이다. 그의 앨범 Orphee를 들으며 이 글을 적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