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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ephantmatch Production Mar 24. 2020

초상

나의 초상은 모래성 같다. 계속 부어 올리지 않으면 가루처럼 사라질  같다.  모래 인간이자 시시포스의 돌멩이. 버티고   없는 늪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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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사람 만나는 일은 언제나 곤욕이다. 하지만 그것만이  자신을 반추할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세상 모든 사람은 나를 비춰주는 거울이자 자화상이다.  나의 일부를 그들로부터 전달받는다. 그들이 비추는 나는 부분 부분 분리된 입체파 추상화 같다. 당신은 이런 사람이에요. 그래요? 그들은 나를 그리는 피카소인 것이다.


중년의 권태와 회의로 지독하게 우울한 지금,  가능한 새로운 사람과 대화할 필요성을 느낀다. 앙금으로 가열된 만남은 검정 물감 같은 독설을 퍼붓기 때문이다. 지금 내게는 새로운 경험과 여행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자화상은 엉망이 돼버릴 것이다.


사람에게 헌신하는 것은 숭고한 일이다. 하지만 헌신이 폐쇄적인 집착으로 변해버릴  모든 것은 망가진다. 자신을 되돌아볼  없고 만남의 틀어짐도 관찰할  없기 때문이다. 내가 무너지면 세상에 휘둘린다. 헌신이 족쇄가 돼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만남은 한걸음 떨어져야 한다. 붙고 떨어지는 권투 같아야 한다. 부둥켜안고 레슬링을 하면 체력만 소모된다. 상대의 허리를 꺾으면 상대도 나를 꺾는다. 반사적이다. 헌신적인 만남은 조망하는 기술이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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