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을 보내고 나서야 책 읽을 기운이 솟는다. 하루쯤은 주중의 여운을 게워내는 시간이 내겐 필요하다. 심호흡으로 일상의 바다에 고개를 처박는 일과 다시 참았던 숨을 내뱉는 일 그러므로 이 사회는 바다고 난 멈춤 없이 물질하는 해녀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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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오래 다니니 사람들의 오랜 부침을 목격한다. 오랜만에 마주친 어떤 부장님의 머리가 어느새 새하얗게 셌다. 조금 빠릿하지 못했던 그 남자의 어깨가 참 수고스럽다. 얼마나 많은 핀잔을 견뎌왔는지 나는 잘 안다. 성공과 영광. 치기와 질투, 화려함과 경쟁 이런 것들의 이면에서 산 역사를 마주한다. 회사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을 소모하며 젊음을 바친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다. 우린 그걸 이해해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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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리에서 사람을 염두하지 않았다. 그의 이어폰에선 예능 프로그램 소리가 흘러나왔다. 다리를 꼬고 대충 재채기를 하더니 손잡이에 뭔가를 닦았다. 그에게선 욕심쟁이의 냄새가 났다. 이건 심술보의 냄새였다. 기름 냄새 같은 그 기운이 사방으로 풍겨 났다. 난 이어폰을 꽂고 시큰둥한 표정으로 지금의 이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리 신경 쓰이진 않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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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일상에서 최선을 다하는 당신들이 내겐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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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고통은 모두 예민한 사람들의 몫이다. 사람에게 상처 받고 소화시켜 더 좋은 말로 서로를 토닥이는 그들은 이 세상의 지렁이다. 흙을 살리는 지렁이. 하지만 지렁이라는 말로 흠칫 놀라는 것은 그들이 이 세상에 받는 대우와 너무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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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인생은 나를 찾아가는 일에 지나지 않아. 결국 나를 찾고 죽는 하루살이처럼 번쩍하고 지는 섬광일 거야. 광야에 길 잃고 서있는 우릴 두고 바람은 불어 저 멀리 사라지고 하루 해도 매일 같은 곳으로 저물어. 갈 곳 없는 방랑자처럼 그 풍경은 우릴 외롭게 해. 그래도 우린 나를 찾는 이 짓을 멈추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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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열어 바깥공기를 스~읍하고 마시는 순간, 난 그들의 강요를 듣는다. 회사, 학교, 어쩔 수 없이 무리 지어진 친구들, 새벽부터 활기찬 경비 아저씨. 난 억지로 마시던 한약처럼 그들을 마신다. 그럴 때면 입 속으로 손가락이 들어와 사탕을 밀어 넣는다. 난 사탕이 싫어서 꿀꺽 삼켜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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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밥 정식을 먹고 정부 정책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여기서부터 세 자리는 여자들 자리라던 어느 과장이 정작 특정 여자 과장에겐 자리가 없다고 말하던 게 내내 거슬렸다. 돌아오는 길에, 누군가 귓속말로 커피 얘길 꺼냈고 우린 안 그래도 마실 커피 가지고 넉살을 부렸다. 약간의 소동에 다 같이 크게 웃었다. 성공적인 점심 같았다. 난 자리에서 음악 몇 개를 듣고 만들던 자료를 조금 손봤다. 후배가 산책을 하겠냐고 묻길래 이제 막 양치하러 갈 참이었다며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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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숫자에 대해 적어볼까. 내가 지쳐 트위터나 보자 싶게 만든 자료의 장표는 90장이다. 다른 자료까지 합하면 족히 150장이다. 6월 중순 다낭에 가기로 했고 오늘부로 약 30일이 남았다. 그간 난 200여 장의 자료를 족히 더 만들어야 한다. 속도를 내다 난 이미 지쳐버렸다. 낙엽처럼 떨어진다는 300의 목숨은 기가 막힌다. 인간 세상에 접목한 숫자는 아무 의미가 없다. 1은 똑같은 1이다. 넌 1이다. 숫자는 물리와 천문학에 붙일 일이다. 오늘은 10장을 생산한다. 난 이 자본에서 10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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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오른쪽 눈이 부어올랐다. 애교살 있는 곳이 풍선처럼 부풀었다. 링거를 맞고 난 다음이어서 약물 알러지인가 싶었지만 다시 찾아간 의사는 다래끼라고 했다. 연차를 내고 집에서 내동 자버렸다. 왠지 그러고 싶어서 쫄면과 돈가스를 먹고 이삭토스트에 커피까지 먹어버렸다. 비도 오고 왠지 기분이 거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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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출근길에 슈퍼문을 봤다. 새벽녘 푸르스름한 하늘에 오롯이 떠있었다. 사진을 찍으려다 시간이 늦어 그만두었다. 어렴풋이 아주 어릴 적에 저런 달을 봤던 기억이 났다. 버스를 타고 숨을 돌리고 나니 사진이라도 찍어두지 못한 게 못내 아쉽다. 몇십 년 후에 난 저 달을 다시 마주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