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의 탄생

그렇게 아이들은 서로의 존재를 인식한다.

by 메뚜김

병원에서 아이들의 성별이 둘다 남자아이라고 처음 들었을 때 '아, 이 아이들도 형제가 되는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1살 터울인 형이 생각났다. 1살차이라서 맞먹을거라 생각하겠지만 초등학교 2학년 설날에 싸움이 났다가 죽도록 얻어맞고 그 이후부터 서열정리가 끝나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 외에도 스쳐가는 어린 시절 - 청소년 시절 - 성인이 된 후의 기억들. 이거 쉽지 않겠구나.


엄마에게 말씀드리니 그저 웃으셨다. 두 아들을 키워내신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웃음이신 걸까. 아니면 둘째 아들의 미래가 머릿속에 그려져서 그러신 걸까. 거기에 주변에서 들려오는 많은 이야기들. '아이고! 남자쌍둥이? 힘들겠네. 고생이 많겠네' 등등... 나는 각오가 필요했다.


체구도 작고 운동신경도 없었던 나는 이른바 '남자들의 세계' 안에서 어린 시절부터 제대로 어울리지 못했고 결국 살아남지 못했다. 괴롭힘과 따돌림 속에서 나는 도망쳤고 이제는 내향적이고 집에 있기 좋아하는 허약한 성인 남성이 되었다. 그래서 아들들과 잘 지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생겼다. 아기 때는 뭐 그렇다 치지만 아이들이 성장하고 나서도 아버지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그런 아빠 생각은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들은 어느 새 두살이 되었고 이제는 정말 하나의 인격체가 되었다. 자아가 생겼고 취향이 생겼고 욕구가 넘치기 시직하는 시기. 그리고 서로를 인식하기 시작했다. '형제'라는 것을.


아이들이 태어난 후 막 우리 품으로 왔을 때, 나란히 누워있는 둘을 보며 '저 아이들이 서로의 존재를 언제쯤 인식하게 될까?' 라는 의문이 든 적이 있었다. 많은 것을 함께 하고 때로는 경쟁하고 때로는 협력하는 땔래야 땔 수 없는 사이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이 아이들은 지금 알고 있을까. 그에 대한 대답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 최근이다.


1분 먼저 나온 큰 아이는 작은 아이의 손에 뭔가가 들려 있으면 일단 뺏고 본다. 그러다가도 엄마가 먹을 것을 주면 작은 아이도 같이 챙긴다. 같이 먹어야 한다고. 작은 아이가 큰 아이를 먼저 챙기는 걸 본 적은 많이 없다. 참 신기하다. 그 1분이라는 시간 차이 안에서 이런 부분들이 정해지는 것일까. 나와 와이프는 딱히 형과 동생을 나눌 생각은 없고, 아이들이 나중에 커서도 대외적인 형, 동생만 있을 뿐 너희는 친구사이다 라고 할 생각이다. 그럼에도 이른바 사회에서 생각하는 형과 동생에 대한 이미지가 자연스레 두 아이들에게서 나타난다는 것이 신기히다.


아버지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에 대한 대답은 아마 평생 고민해야 할 숙제일 것이다. 그래도 물어볼 사람은 많다. 부모님도 계시고, 형도 있고, 그리고 남자 형제의 차남으로서 제법 오래 살아온 내가 있다. 형제였던 나에게 찾아온 또 다른 형제. 둘이 커 가는 모습을 눈으로 보고 남길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일까.


사랑하는 아이들아.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많은 걸 같이 하고, 서로 의지했으면 좋겠다. 사이좋게 지냈으면 좋겠다. 세상 어떠한 시련이 와도 같은 편으로 있어줬으면 좋겠다. 미워하고 멀어지더라도 다시 가까이 할 수 있는 유대를 만들어갔으면 좋겠다. 아빠가 많이 도와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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