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감당은 엄마 아빠 몫
요즘 아이들은 흙장난을 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맞나?) 시골 출신인 나는 어린시절 맨날 모래랑 흙장난을 했었고 내 아이들도 적당히 흙을 경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다행히도 아이들의 양가 조부모님 댁에 논과 밭이 있어서 모 심을 때 논에 들어가 본다던지, 가을에는 고구마를 캐거나 하면서 땅을 밟고 흙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다. 하지만 날이 추워지는 겨울이 오면 밖에 잠깐 나가는 것도 쉽지 않다.
와이프가 이른바 '촉촉이 모래'라는것을 산 것은 꽤나 이전 일이나, 본격적으로 아이들이 가지고 놀기 시작하게 된 것은 25년 겨울이 들어오면서였다. 동절기에 아이들의 외부 활동이 제한되자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고, 그 중 자유도가 높은 편인 모래놀이는 곧 아이들의 최애 놀이가 되었다. 책을 보거나 밥을 먹는 도중에도 "모래!" 를 찾기 시작했다.
중장비 놀이기구를 놓으면 곧바로 공사장이 되고, 동물 모형들을 놓으면 아프리카 사바나나 아마존 정글이 되고, 공룡 모형을 놓으면 곧바로 공룡 시대를 연출할 수 있는 최고의 무대. 뭉쳐도 되고 굴려도 되고 밟아도 되고 모형칼로 슥슥 자를 수도 있는, 촉감놀이를 통해서 아이들의 창의력과 상상력을 자극 할 수 있는 멋진 놀이기구이자 교보재.
저기까지는 좋다. 나 역시도 공룡 모형을 놓는 순간만큼은 가슴이 설렜으니까. 하지만, 집 안에서 모래를 푼다는 것은 곧 온 집안에 모래가 퍼져 나간다는 것에 대해 동의하는 것과 같다. 아무리 손에 묻지 않는 촉촉이 모래라지만 아이들이 놀다가 흘리거나 던지고, 옷에 묻은채로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시작하면서 와이프와 나는 모래와의 전쟁을 시작했다. (벌써 모래의 양이 줄어든 것이 눈에 띄게 느껴진다. 아마 대부분은 청소기가 먹었을 것이다. )
빨리 봄이 오고 아이들이 다시 따듯한 햇살과 함께 밖에서 뛰놀 수 있는 시기가 왔으면 좋겠다. 그때까지는 촉촉이 모래와 어쩔 수 없는 공생관계를 이어나가야 한다. 다른건 다 괜찮다. 놀다가 던지지 말고 입에만 넣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