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 적신호

몸놀이가 힘든 아빠

by 메뚜김

내 허약함은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입도 짧고, 많이 먹지도 않고 운동하는것도 좋아하지 않고 잔병치레까지 많았던 나. 학교 반 번호를 키 순서로 정하며 1번은 언제나 내 차지였다. (그래도 10대 후반~20대 초반에 키가 뒤늦게 커서 겨우 170 가까이 된건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


운동 이전에 밖에 나가는걸 좋아하지 않는 인도어파. 거기에 나이까지 들면서 체력은 점점 더 떨어지고 있던 와중에 태어난 쌍둥이 아들들은 안 그래도 약골인 아빠의 심기체를 모조리 빨아들이고 있다.


목마라도 태울라치면 태울수는 있지만 내 힘으로 내려줄 수가 없다. 비행기라도 태울라치면 30초만 지나도 다리가 후들후들. 이불로 해먹처럼 태워주는 놀이도 했었는데 몇번 안 했는데도 팔이 떨어저 나갈 것 같다. 외출이라도 하면 아이들이 유모차도 타기 싫고 걷기도 싫은 순간이 반드시 온다. 그러면 안아달라고 하는데 벌써 12kg 이상인 아이들을 안았다 내렸다 몇번만 하면 숨이 턱턱 막힌다,


그리고 이런 아버지의 체력 레벨이 적나라하게 공개되는 날이 있다, 바로 운동회다...

어린이집 운동회를 한 번 갔다왔는데 어린 시절 운동회에서 겪었던 트라우마들이 스멀스멀 떠올랐다. 달리기도 못하고 공차기도 못하고 정말 몸으로 하는건 다 잘하지 못해서 받았던 친구들의 탄식과 아픈 시선들. 이제는 아빠가 되어서 멋진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이대로는 아이들이 더 크고 학교에 갔을 때 뭔가 안타깝고 민망한 모습들만 보여주게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빠가 이모양 이꼴이라 몸놀이는 그래도 아빠보다 건강하고 체격도 있는 엄마가 전담을 하고 있다. 내가 하다가는 정말 아이들이 다칠 것 같아서 무섭다. 신체적인 교감이 중요하다던데 몸놀이를 한다치면 아이들도 엄마를 더 많이 찾게 되었다.


나도 알고 있다.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체력 방전이 되기 전에 운동을 할 수 있는 체력을 아껴두고 하루에 조금씩이라도 운동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천을 하기가 너무 힘들다. 정말 운동이라는 것을 꾸준히 하는 분들이 존경스럽다.


공부도, 육아도, 취미도 그것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결국은 체력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이제는 정말 핑계와 변명은 집어치우고 움직여야 할 때다. 아이들 얼굴을 생각하면서 소박한 운동 루틴이라도 짜서 꾸준히 할 수 있도록 노력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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