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러포즈만 두 번, 올해 안에 결혼할 수 있을까요?"
여기 매년 결혼을 준비하는 남자가 있습니다.
6년차 연애에 접어든 그는
두 번의 프러포즈를 마치고
이제 세 번째 프러포즈를 고민하고 있는데요.
결혼은 인생의 새로운 장이라는 ㅂ씨
그의 바람과 달리 ㅂ씨의 여자 친구는 여전히 한걸음 물러서 있습니다.
올해는 꼭 결혼이 하고 싶다는 한결같은 ㅂ씨의 프러포즈 일대기
한번 들어보실래요?
20대,
결혼을 꿈꾸다
-안녕하세요.
독자분들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20대부터 결혼을 꿈꿔 온 남자입니다. 그리고 현재는 30대 초반으로, 건축을 좋아하는 회사원이 됐습니다."
-매년 결혼을 준비하고 있다고 해서, 너무 궁금했어요!. 벌써 프러포즈를 두 번이나 하셨다고요. 왜 그렇게 결혼이 하고 싶은 거예요?
"저는 목표를 세우고 그걸 성취해나가는 계획적인 인생을 살고 있어요. 결혼도 그 목표 중에 하나였어요. 20대의 아름다움 모습으로 결혼을 하고, 30대부터는 새로운 인생을 살고 싶었어요. 이렇게 생각게 된 계기는 제가 맞벌이하시는 부모님과 자랐어요. 그래서 어릴 때 집에 가면 매일 저녁을 형, 할머니랑 먹고 그랬어요. 자연스럽게 가족이 함께 하는 것에 대한 로망이 생겼어요. 또 결혼은 평생 나의 편이 되어줄 사람이 생기는 일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최대한 결혼을 일찍 하고 싶었어요."
-본인의 계획에 따르면 20대부터 결혼을 준비했어야 되는데, 여자 친구는 있으신가요?
"20대 중반부터 만나서 6년째 연애를 하고 있어요."
-여자 친구에게도 20대에 결혼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하셨나요?
"이 사람을 만나기 전까지는 결혼 생각이 크지 않았어요. 그런데 2년 정도를 만나며 깊은 대화를 해보고 사랑이 이렇게 행복하고 재밌는것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2주년 여행을 부산으로 다녀온 후, 약간의 의견 차이는 있었지만 이 사람과는 꼭 결혼해야 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첫 번째 프러포즈
-오호, 이때 여자 친구에게 프러포즈를 하신 건가요?
"네. 이때 첫 번째 프러포즈를 했어요. 제가 취업을 했을 때거든요. 그래서 크리스마스에 뮤지컬을 보러 가자고 했어요. 그 뮤지컬에서 프러포즈 이벤트를 해줬거든요. 뮤지컬 중간에 노래가 나오고, 제가 나가서 결혼을 해달라고 하는 그런 깜짝 이벤트요."
-드디어 첫 번째 프러포즈가 시작되었군요! 그때 여자 친구는 어떤 반응이었어요?
"그때는 공개 프러포즈여서, 여자 친구가 '응'이라고 대답을 하기는 했는데, 구체적으로 결혼 이야기가 오가지는 않았어요. 뮤지컬이 다 끝나고 나서 여자 친구가 우리는 이제 막 경제 활동을 시작했고 모은 돈이 없는데 어떻게 결혼 준비를 하겠냐고 이야기했었어요."
-첫 번째 프러포즈에서 승낙은 받았지만, 결혼을 준비하지는 안았겠네요.
"네. 저 역시도 적극적으로 결혼을 준비하자 이런 건 없었어요. 다만 우리는 앞으로 결혼할 사이라는 믿음, 당연히 나랑 결혼할 여자라는 마음이 생긴 계기가 됐어요. 여자 친구도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저는 그랬어요."
결혼, 언제쯤 할까?
-그 뒤로 결혼 얘기는 한번도 안하신거에요?
"2년이 지나고 29살이 되었을 때 다시 했어요. 그때는 좀 진지하게 얘기하고 싶어서 제가 직접 추억이 담긴 동영상도 만들고 레스토랑을 예약했어요. 근데 이날 얘기를 할 때, 여자 친구가 결혼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어요."
-여자친구는 첫 번째 프러포즈 당시의 마음처럼 아직 준비가 안 됐던거에요?
"음, 여자 친구가 결혼을 거부했다기보다, 매년 여자 친구한테서 해결해야 될 문제들이 생겼었어요. 어쩌면 여자 친구한테 결혼보다 더 중요한 과제였을 수 있어요. 그래서 그게 해결될 때까지 기다렸거든요. 이 때도,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여자 친구가 일이 좀 있었어요."
-물론 여자 친구분도 사정이 있었겠지만, 본인은 준비가 됐다고 생각했는데도 결혼이 진행되지 않는 거잖아요. 기분이 어땠어요?
"음, 사실 첫 번째 프러포즈는 저도 준비가 안됐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어요. 저도 당장 결혼하자 이건 아니었거든요. 다만 이 때는 결혼 날짜에 대한 확신을 듣고 싶었거든요. 우리 언제 결혼하자 이런 거요. 근데 그런 구체적인 말이 없으니까 이 때는 문득 내가 여자 친구의 주변 상황에 밀리는구나. 이 친구는 나보다 주변을 더 많이 신경 쓰는구나 하고 좀 서운하기는 하더라고요."
-물론 ㅂ씨가 여자 친구에 대해 가장 잘 알겠지만, 저라도 조금 속상할 것 같아요.
"너무 제 얘기만 한것 같은데, 여자친구와 저의 생각 차이예요. 저는 20대에 결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고, 지금 늦은 거잖아요. 근데 여자 친구는 결혼을 30대 중반에 하겠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에요. 서로 결혼관에 대한 차이가 굉장히 크죠. 그렇다 보니 제가 '프러포즈를 했는데 왜 결혼 안 해' 이건 저의 욕심인 거죠. 다만 제가 이렇게 여자 친구를 사랑하고, 너랑 살고 싶다는 걸 계속 알려준다면 여자 친구가 계획보다 결혼을 일찍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하고 있어요."
-맞네요. ㅂ씨 이야기만 듣다가, 여자 친구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했어요. 여자 친구도 본인의 인생 계획이 있으니, 무작정 ㅂ씨를 따라갈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제가 성격상 목표를 세우면, 그걸 이루려고 남들을 설득하고 끌고 가는 편이에요. 그런데 여자 친구도 절대 자신의 계획을 수정하지 않는 거예요. 그래서 지금은 여자 친구가 35살에 결혼을 하겠다는 계획을 30살 초반으로 협의하기는 했어요(웃음). 저는 여기에 굉장히 만족하고, 올해가 우리의 결혼 적기라고 생각해요."
두 번째 프러포즈
-올해가 적기에다가, 여자 친구도 30대 초반에 하는 결혼을 생각하셨다면 드디어 백년가약을 맺는 건가요?
이제 드디어 두 번째 프러포즈가 나올 차례인가요?
"네. 사실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는데, 또 세 번째가 있을 것 같아요. 올해도 적기가 아닌가 봐요."
-왜요? 두 번째 프러포즈도 잘 안됐나 봐요.
"올해 2월에 프러포즈를 했어요. 6주년 이벤트랑 같이요. 이번에는 여자 친구랑 결혼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이야기도 하고 그래서 확신이 있었어요. 프러포즈 장소를 고르고, 여자 친구가 갖고 싶어 하는 선물도 준비하고 했거든요. 문제는 프러포즈를 하기도 전에 여자 친구는 이미 할 걸 알고 있었대요. 장소가 예물 샵이었거든요. 그래서인지 감동이 덜 했다고 그러면서 다시 해줬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이럴 수가, 프러포즈가 여자 친구 마음에 별로 안 들었나 봐요.
"네. 사람마다 본인이 중요하게 여기는 순간이 있잖아요. 여자 친구는 프러포즈 순간을 되게 중요하게 여겨요. 그래서 항상 저한테 결혼 식장까지 다 잡고 하는 프러포즈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얘기했어요. 그러면서 정말 자기가 깜짝 놀랄만한 그런 프러포즈를 했으면 좋겠다고 그랬거든요. 저도 여자 친구가 이 순간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아니까, 제 마음이 좀 서운해도 그냥 알겠다고 했어요."
-여자 친구의 마음은 이해가 되지만, 그래도 많이 실망했겠어요. 프러포즈의 무게는 더 무거워졌는데, 결실이 없으니까요.
"벌써 정식으로 프러포즈만 두 번을 했잖아요. 저는 이번을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는데 또 세 번째를 생각하니 고민이 되기는 해요. 두 번째를 거절당했을 때는 진짜 서운했어요. 열심히 준비한 거예요. 근데 여자 친구가 바로 프러포즈를 다시 해달라고 하는 거예요. 로맨틱한 분위기가 없어지기도 전에요. 최소한 다음날이라도, 정말 고마웠는데 나는 다시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으면 어땠을까 생각해요. 뭐, 이 정도로 상처받을 거였으면 6년 연애 못하죠(웃음). 저는 여자 친구가 프러포즈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 지 아니까 괜찮아요. 제가 안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해요."
-여자 친구가 프러포즈에 이렇게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 보니까, 결혼식도 굉장히 확고한 자신의 타입이 있을 것 같아요.
"그렇지는 않아요. 따로 꿈꾸는 예식장이나 드레스 이런 건 없어요. 그래서 두 번째 프러포즈 전에 결혼식장 이야기할 때도 그냥 여자 친구가 다니는 교회에서 하기로 했어요. 저도 기독교 신자거든요. 다만 저는 혼자 예식장 엄청 열심히 알아보고 그랬는데(웃음). 여자 친구가 소박하게 하길 원해서 교회에서 하자고 말이 나왔어요."
-아, 뭐랄까. ㅂ씨는 결혼을 인생의 새로운 시작점이라고 했잖아요. 여자 친구에게는 프러포즈가 그런 의미인가 봐요. 그래서 그 부분을 굉장히 중요히 여기는 것 같아요.
"맞아요. 보통 신부들 뭐 웨딩드레스 로망이나 결혼식 로망 이런 거 있는데, 여자 친구는 그런 건 없어요."
-이렇게 결혼이 미뤄지는 상황에서 주변 친구들은 혼기가 꽉 차서 결혼을 많이 할 것 같은데요. 친구들을 보면 마음이 어때요?
"제가 결혼을 목표로 했던 시기보다 늦어지니까 친구들의 결혼식에 가면 진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더 빨리 가고 싶었는데, 나만 너무 뒤처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어요. 근데 여자 친구는 그 사람의 인생과 비교하지 말라고 말하더라고요. 각자의 삶이 있는데 왜 그렇게까지 생각하느냐고요."
-두 사람은 계속 프러포즈, 결혼으로 밀당을 하고 계신데 혹시 양가 부모님도 두 분의 이런 마음을 아시나요?
"네. 저는 여자 친구 부모님을 자주 뵈어요. 함께 술도 마신적도 있고요. 양가 부모님께는 우리가 식장이랑 날짜를 잡아서 알려드리겠다고 말씀드렸어요. 최근에는 여자 친구가 다니는 교회에서 할 것 같다고 우리 아버지한테도 말씀드렸어요."
-보통 결혼은 양가 부모님한테 말씀드리면 급속도로 진행이 되던데, ㅂ씨는 아직 답보상태네요.
"올해 결혼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올해도 잘 모르겠어요. 제가 1년 전에 여자친구네 근처 아파트를 분양받았거든요. 여자 친구 아버님이 분양권이 1개가 남았다고 하셔서. 여기가 내년 2월 입주라서요. 원래는 우리가 오피스텔에서 3~4개월 살고 들어가자는 게 목표였는데, 이것도 잘 모르겠어요 이제."
-두 번째 프러포즈 이후 결혼에 대한 생각이 좀 바뀌신 것 같아요.
"네. 뭐랄까, 욜로(자유로운 삶)에 대한 생각도 들어요. 왜인지 올해 결혼을 안 하면 결혼을 하기 힘들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들어요. 요즘 제 삶이 되게 힘들거든요. 평일은 일하고, 주말에는 학원 다니고 쉴 틈이 없어요. 그러다 보니 마음 좀 편히 살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무조건 이 친구랑 올해 결혼을 해야지 생각하고 많이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런게 많이 힘들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라도 많이 지칠 것 같아요. 그래도 여전히 여자 친구에 대한 마음은 흔들리지 않는 건가요?
"네. 결혼 그 자체보다는 지금 여자 친구랑 결혼하는 게 제 목표니까요. 제 여자 친구는 항상 제 예상을 뛰어넘는 사람이에요. 예측이 안된다고나 할까? 그래서 이 친구랑 오래 만나도 식상함이 없고 항상 새롭다는 느낌이에요. 또 항상 밝은 에너지를 가진 사람이라서 좋고요. 이 친구를 만나면 계속 제가 발전될 것 같다는 기대를 갖게 해요. 네 번째 프러포즈를 한다면 이번에는 정말 성공적으로 해서 여자 친구도 감동받고, 저도 그토록 하고 싶은 결혼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좀 조심스러운 질문인데, 혹시 여자 친구한테 프러포즈를 받고 싶지는 않아요? 이 정도 했으면 너도 해줘! 이럴 생각도 들만한데요.
"최근에 제 지인이 여자 친구한테 프러포즈를 받았거든요. 제가 이걸 여자 친구한테 말했더니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거래요(웃음). 제가 받는 건 포기했고요. 만약에 받는다고 하면 그냥 두 사람의 추억이 담긴 장소에 가거나 사진이 담긴 동영상 같은 거 틀어줘도 감동일 것 같아요."
-마지막 질문인데요. 프러포즈 전문가로서, 프러포즈를 준비하는 분들께 조언 한마디 해주세요.
"이 여자다 싶으면 정말 그 사람의 평생 기억에 남을 만한 걸 해줘야 된다고 생각해요. 돈을 많이 쓰라는 건 아닌데, 사람마다 갖고 있는 로망이 있잖아요. 프러포즈를 할 사람이 상대방의 성향을 잘 파악해서 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무작정 내가 해줬잖아, 좋잖아! 이게 아니라, 상대방의 마음을 읽는 게 중요해요!"
-그렇다면, 프러포즈를 거절당했을 때는 어떻게 해야 될까요?
"그냥 쿨하게 넘겨야죠(웃음). 당연히 서운하겠지만. 만약에 상대방이 아직 결혼 생각이 없다고 했을 때는 당연히 기다려야죠. 결혼을 안 한다고 갑자기 사랑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상대방이 별로인 사람이 되는 게 아니니까요. 상대방이 나와 결혼할 생각이 들 때까지 노력을 해야죠. 그리고 만약에 저처럼, 여자 친구가 프러포즈를 다시 해달라고 하면, 원하는 게 뭔지 물어보고 최대한 거기에 맞춰서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