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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데아 Apr 20. 2018

벌써 3년 째 공무원 준비,  딱 올해까지만

"안정적인 직장을 찾고 싶은게 제일 커요"

독자분들은  
정시퇴근, 야근수당 잘 보장받고 계신가요?
참 이상하죠.
당연한 노동자의 권리인데 우리는 이게 가능한 곳을 '좋은 회사'라고 부르잖아요.
ㄱ 씨 역시 좋은 회사를 꿈꿨지만
회사의 반복되는 불합리한 회사의 처우에 지쳐
안정적인 근무가 보장되는 공무원 시험에 뛰어들었어요.
딱 올해까지만 하고 그만두겠다고 말하는 그,
이제 3년째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ㄱ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실래요?
불합리한 처우와
회의감 드는 직장 생활
KBS1 뉴스 기사 갈무리

-ㄱ씨, 안녕하세요! 3년째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데, 어떤 공부를 하고 계신가요?

"저는 7급 일반행정을 준비하고 있어요. 합격하게 되면 국가직으로, 정부부처에 들어가서 일을 하게 되고 만약에 서울시나 지방으로 가게 되면 시청이나 구청 이런 곳에서 근무할 거예요."


-어떤 공무원이 되고 싶어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내가 꼭 공무원이 되어서 국민과 나라에 봉사를 해야겠다 이런 마음가짐은 없어요. 물론 면접할 때 물어보면 달라지겠지만요(웃음). 지금 공무원이 되고 싶은 가장 큰 이유는 정년보장이에요. 안정적으로 오래 다닐 수 있으니까요."


-안정적인 것에 굉장히 큰 의미를 두시는 것 같은데요. 예전 회사 생활이 불안했었나요?

"불안보다는 처우가 너무 나빴어요. 회사를 2년 동안 다녔었어요. 돈에 얽매이는 성격이 아니라서, 월급에 대한 걱정은 별로 없는데, 당시 회사의 환경이 너무 싫었어요. 거의 매일 야근을 하는데 수당도, 대체 휴무도 없었어요. 너무 큰 회의감을 느껴졌죠. 그래서 10년, 20년 미래를 계획했을 때, 내가 과연 이 일로 가족을 꾸리고 자녀를 키울 때 안정적으로 해낼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어요."


-그럼 회사를 그만두기 전부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 거예요?

"지금 직업이 아닌 다른 직종을 하려고 마음먹었어요. 절대로 같은 직종은 안 가야겠다 이렇게. 그리고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마음을 굳히고, 안정적인 직장과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는 공무원을 해야겠다 결심하고 시험을 준비하게 됐어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
서울pn뉴스 '새달 18일 국가직 9급 공무원시험… 과목별 필승 전략 <상>' 기사 사진 갈무리

-공무원 시 준비를 시작할 때 막막했을 것 같은데요. 가장 먼저 한 일이 뭐예요?

"일단 저랑 같은 시험을 준비하던 사람을 만나서 조언을 들었어요. 7급은 7과목, 9급은 5과목 시험을 보거든요. 과목, 교재, 강의 등에 대해서 조언을 받았어요. 저한테 조언을 해주신 분은 행시를 준비했는데, 7급을 1년 만에 붙었어요."


-그분의 조언이 정말 피가 되고 살이 되었겠는데요. 조언 중에서 가장 도움이 됐던 건 뭐예요?

"음, 사람 많이 만나지 말라고요. 공부할 환경을 만들어야 되니까. 실제로 공부를 시작해보니까 사람을 끊을 필요가 있더라고요."


-오, 벌써부터 공시생의 암울한 기운이 느껴지는데요. ㄱ씨도 거의 공부하느라 거의 사람을 안 만나나 봐요?

"기본적으로 기상을 오전 6시에 해서 하루 12시간을 공부해요. 꾸준한 리듬을 유지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해요. 사람을 만나면 이게 깨지게 되잖아요."


-스터디는요? 공무원 공부하시는 분들 보면 스터디도 많이 하던데요.

"저는 다른 사람들이랑 템포를 맞춰야 하는 게 싫어서 스터디를 안 하는 편이에요. 나에게 부족한 부분은 스스로 끌어올리고, 안 해도 되는 부분은 생략해요. 공부의 속도 조절에서 저의 선택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거든요. 스터디를 하게 되면 제가 공부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을 해야 할 때도 있잖아요. 저는 저한테 필요한 부분을 스스로 해내는 게 가장 좋은 공부 환경이에요. 개인적인 성향이 강해서 그런가 봐요."


-그렇군요. 그럼 ㄱ씨는 고시촌에서 생활, 학원 다니기 이런 것도 선호하지 않겠네요?

"공무원 시험의 가장 대표적인 곳이 노량진인데, 그곳은 정말 가고 싶지 않더라고요. 다큐멘터리나 뉴스만 봐도 수업이 끝나면 사람들이 막 몇백 명씩 나오고, 저는 그렇게 되고 싶지 않았어요. 실제로도 학원가 보면 한 강의에 500명 이상씩 들어가요. 그런데서는 뒤에 있는 사람들은 강사가 안보이니까 강의실에 붙어있는 모니터를 봐요. 인터넷 강의랑 다를 게 없잖아요. 또 강사들의 강의를 좋은 곳에서 보려고 새벽부터 줄을 서있고. 그렇게 하는 분들께는 실례가 될 수 있지만 저는 그것이 오히려 체력, 시간의 낭비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인터넷 강의로 공부를 하고 있어요."

3년간
매일 반복되는 하루
연합뉴스 '9급 공무원 공채 역대 최대 22만8천명 접수…경쟁률 46.5:1' 기사 사진 갈무리

-그러면 3년 동안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만큼 공부에 노하우도 생겼을 것 같은데 처음 공부하던 때와 달라진 점은 어떤 게 있어요?

"처음 공부를 시작할 때는, 순서대로 모든 과목의 강의를 들었어요. 한 강의가 3시간이면, 다시 복습을 하는데 3시간이 걸리고요. 그런데 지금은 저한테 부족한 부분을 메꾸는 마음으로 공부해요. 공무원 시험이 확실히 오래 한다고 느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어차피 다 암기하는 거예요. 시간을 더 끈다고 몰랐던 것을 새롭게 알게 되는 것은 거의 없고, 계속 반복해서 외우고 또 외우고. 신유형이 나오는 경우도 거의 없으니까."


-문제 유형이 똑같고 반복될수록 강사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할 것 같아요. ㄱ씨가 생각했을 때 잘 가르치는 강사는 어떤 사람인가요?

"사람마다 본인한테 맞는 강사가 있어요. 연상 암기법으로 공부하거나 이해 위주로 가는 사람도 있고요. 다만 저는 연상 암기법보다는 이해가 먼저라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생각하는 좋은 강사는 쉽게 이해시켜주는 강사예요. 그래서 그런 강사들을 선호해요. 책은 특정 강사한테 배우면 그 강사의 책을 사는 거라 어떤 게 좋다 이런 건 없는 것 같아요."


-가장 어려운 과목을 꼽자면 무엇이 있나요?

"다 어렵고 힘들지만 가장 하기 싫은 게 있는데 한자예요. 강사들도 정 못하겠다 싶으면 그냥 버리라고 해요. 한자는 대체 왜 나오는지 모르겠어요. 지금 공무원들이 서류를 만들 때 한자로 만드는 것도 아닌데. 또 한자가 어떤 때는 많이 출제 도고 어떤 때는 적게 나와요. 완전 운이에요. 강사들도 기본적인 한자만 외우고 그냥 찍으라고 해요. 한자 때문에 시간을 빼앗기는 것도 개인한테는 손해니까. 저는 지금까지 출제됐던 문제, 의미와 모양이 비슷한 한자를 위주로 공부해요. 반은 버렸다는 마음으로 하고 있어요. 아, 그리고 한국사요. 아주 5000년 역사 사를 정말 쩨쩨하다 싶을 정도로 디테일하게 내요."


-본인만의 공부 노하우는 뭐예요?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잖아요.

"붙은 사람이 말해야 도움이 되는 건데(웃음). 저는 하루 12시간 공부시간 안에서 최선을 다할 생각을 하지, 더 늘려야겠다는 생각은 안 해요. 12시간을 채우기만 하는 공부는 안 하는 게 낫죠. 이 시간 내에 최선으로 공부할 방법을 쓰는데, 스톱워치를 활용하는 거예요. 진짜 집중해서 공부를 하고 난 후, 더 이상은 힘들다고 생각했을 때 스톱워치를 봐요. 스톱워치 보기 전에는 내가 10시간은 넘게 한 것 같은데, 막상 보면 7시간밖에 안 했을 때도 있어요. 공부하는 시간이 합격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남들도 이만큼 공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어진 시간도 제대로 못 쓰는 건 너무 아까워요. 이 시간이라도 최선을 다해서 공부하려고 해요."


-으, 하루 12시간의 공부라. 생각만 해도 힘들어요. 이런 극한의 상황에서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는 거예요?

"평일에는 공부 리듬을 유지하는데, 토요일이나 일요일에는 정말 아무것도 안 해요. 친구도 만나고 술도 마시고. 이것도 안 했으면 진짜 미쳐버렸을지도 몰라요."

경제적 어려움에
가족 눈치는 덤

-공무원 공부를 시작하면서 부모님의 지원을 받기 시작했잖아요. 금전적으로 제한이 왔을 것 같은데, 어떤 점이 제일 어려웠어요?

"먹는 게 제일 힘들었어요. 회사를 다닐 때는 내가 먹고 싶은 것을 여유롭게 먹을 수 있었는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게 되면서 똑같은 자취라도 삶의 질이 달라지더라고요. 그동안 벌어놓은 돈과 집안의 지원으로 식비를 해결해야 하니까 돈을 많이 아껴야 했어요. 지금은 본가에 내려와서 집밥을 먹지만, 처음 준비했을 때는 먹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저라도 그럴 것 같아요. 부모님께 죄송하기도 하기도요.

"네. 돈 문제가 제일 커서 서울에서 지방으로 내려갔어요. 근데 내려가니까 부모님 눈치가 보이죠. 또 조카가 집에 있는데 한창 뛰어놀 나이인데도 제 눈치를 보게 해서 좀 미안해요. 경제적으로는 좀 편해지기는 했는데, 눈치가 늘었죠."


-부모님은 ㄱ씨가 공무원 시험 준비하는 것에 대해서 뭐라고 하세요?

"부모님은 제가 원래 다니던 회사에서 고생을 많이 한 걸 알고 계세요. 그래서 처음에는 기자 말고 다른 직장을 잡기를 원했지만, 지금은 얼른 붙어서 직장에 다니길 바라는 마음이시죠."


공무원 준비
딱 올해까지만
연합뉴스 기사 '"공무원 시험, 민간과 호환성 높이고 성과급 손본다" '사진 갈무리

-혹시 중간에 취업을 생각하진 않았어요?

"계속 생각은 하고 있죠. 시험이 1년에 6번이 있는데 보통 시험 보고 채점할 때마다 얼른 다른 직업을 알아봐야 하나 생각이 들어요.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직업을 가질지는 생각을 안 했어요. 그래도 이 공백이 더 길어지면 상황은 답답해지니까. 어쨌든 올해를 목표로 그만하려고요.


-목표를 올해로 설정한 이유는 뭐예요?

"작년 7급 시험을 진짜 아깝게 떨어졌어요. 그래서 올해 다시 도전하는 거예요. 붙은 사람 말로는 3년 했는데도 합격점 근처에 못 왔으면 손 떼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올해까지만 해보려고요. 더 늦으면 취업도 힘들어지니까."


-공무원 준비하는 분들에게 조언 한마디 해주세요.

"붙은 사람이 해야되는데(웃음).제가 아는 사람 중에 10년을 공무원 시험을 한 사람이 있어요. 고시공부 6~7년은 있었지만 이렇게 오래 한 사람은 없거든요. 제가 3년 하면서 느낀 건데 이 시험은 오래 준비한다고 내공이 쌓여서 붙는 시험이 아니에요. 차라리 행시나 사시처럼 서술, 논술 시험이 있는 거면 오래 하면서 글빨도 늘고 하다못해 쓸 내용이라도 더 생겨요. 근데 이건 객관식 시험이라 5~6년 해도 안된 사람은 그만큼 열심히 한 게 아니거나 진짜 머리가 안 따라주거나 인 것 같아요. 붙을 운명이 아니라고요. 물론 매년 한 끝 차이로, 한 두 문제 차이로 떨어지는 건 아쉽지만 그 사람의 실력인 거죠. 저도 그렇게 떨어졌었고. 올해도 그렇게 떨어지면 나의 실력이 이 정도구나 라고 생각하고 접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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