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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데아 May 14. 2018

내가 사주팔자를 믿는 이유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을 보면, 사주팔자가 있구나 싶어"

살다 보면 마음이 답답하고 힘든 일이 있죠?
이럴 때 어떤 이들은 점보고 사주도 보면서
인생에 대한 조언도 듣고 응어리진 마음도 위로받습니다.
여러분에게는 이 이야기들은 그저 흥미로운 소재인가요?
60대 ㅇ씨는 인생을 살면서 배운 경험을 통해
사주팔자와 점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과연 ㅇ씨가 어떤 경험을 통해 토속신앙을
믿게 되었는지, 한번 들어보실래요?


-독자들에게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자기소개를 어떻게 하지, 60대 주부 입니다?"


-긴장 푸세요(웃음) 조금만 더 구체적으로 해주세요.

"음.. 아들이랑 딸이 한 명씩 있고, 남편도 있습니다."


-이번 주제가 사주팔자예요. 어떤 사람들은 사주팔자가 미신이라고 하잖아요.

"나는 귀신도 있고, 업보도 있다고 봐. 살다 보면 사람이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기이한 일들이 있잖아. 나도 살면서 겪었고. 그러다 보니까 하늘이 정해놓은 운명이 있고, 내가 한 일이 나한테도 돌아올 수 있겠구나 싶어. 그리고 진짜 운명이 있다면 이런 걸 예측하는 사람들도 있겠지 하고 생각해.


-사주팔자나 미신을 믿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엄청 많지. 업보는 내가 살면서 한 나쁜 행동이 정말 나한테 돌아온다는 걸 경험했거든. 사주팔자도 살면서 이게 정말 있구나 하고 느낀 일들이 몇 번 있었어"


-그럼 업보나 사주팔자, 무엇을 먼저 믿기 시작했나요?

"사주팔자를 먼저 접했지. 구체적으로 믿게 된 건 21살 때야. 친구랑 같이  놀러 가는 길 육교에 어떤 할아버지가 삿갓을 쓰고 앉아 있었어. 갑자기 우리를 부르더니 사주를 봐준다고 하는 거야. 그런데 그분이 우리 집에 딸이 3명이고, 내가 막내인 거를 맞추더라고. 또 내 친구는 어릴 적에 부모한테 버려졌던 것도 맞췄어. 그리고 내 친구한테는 6번째 남자를 만나야 네가 정착한다고 이랬어. 근데 그때, 내 친구가 4번째 남자랑 살고 있었거든. 그때 정말 기절하는 줄 알았어. 우리가 말하지도 않았는데, 뜬금없이 봐주는 사주가 너무 딱딱 맞으니까.


-정말 신기했겠어요. 저도 언제 한번 친구들이랑 사주를 보러 갔는데, 너무 잘 맞춰서 놀랐었거든요.

"그 할아버지가 나한테는 물 건너서 시집을 간다고 했어. 그래서 나는 울릉도나 멀면 제주도로 가나 했지. 근데 지금은 결혼해서 해외에서 살고 있거든. 그리고 지지리도 부모형제 복도 없다고 했는데 그 말도 맞아. 시간이 지날수록 그때 말한 게 맞으니까 사주팔자가 정말 있구나 믿기 시작했어."


고양이와 딸


-그러면 업보라는 건 언제부터 이런 게 정말 있구나 하고 깨달으신 거예요?

"고양이 꿈만 꾸면 나쁜 일이 생겼어. 딸을 임신했을 때, 애가 예정일이 지나도 안 나오는 거야. 병원에서는 괜찮다고 이틀 있다가 다시 오라고 했어. 그날 저녁 꿈에 고양이가 나왔는데 고양이랑 뱀이 소름이 끼칠 정도로 싸우는 거야. 둘 다 다치지는 않았는데, 일어났는데도 너무 생생해서 끔찍했어. 다음날 병원을 갔는데 의사가 갑자기 애가 장애가 있다고 큰 병원에 가라고 했어. 결국 수술을 했는데 아이는 건강하게 태어났어. 두 번째는 꿈에서 고양이가 뱀의 목을 엄청 심하게 물었어. 얼마 안 있다, 버스 타고 가는 길에 대형사고가 났어. 애들 둘 다 같이 타고 있었는데. 나는 목이랑 척추까지 다쳐서 1년 넘게 병원에 있었어. 다행히 애들은 크게 안 다쳤어. 세 번째는 어느 날 고양이가 남편이랑 나랑 자고 있는 안방에 들어오면서 방에 있는 큰 유리를 확 깨버리는 거야. 그날 아침에 남편이랑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치고받고 싸웠어. 애들 학교 보내고 진짜 심하게 싸웠어. 대체 왜 이렇게 싸웠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어."


-유독 고양이가 나오는 꿈을 꿀 때마다 안 좋은 큰일이 생겼네요. 왜 그런지 짐작 가는 거 있으세요?

"우리 딸이 뱀 띠거든. 이게 엄청 옛날 일인데, 우리 엄마가 다리가 많이 아팠어. 관절이 안 좋았거든. 결국 심해져서 장애를 갖게 됐어. 근데 옛날 사람들은 고양이가 관절에 좋다는 얘기를 믿었거든. 그래서 잘 기억은 안 나는데, 내가 어릴 때 엄마가 고양이를 고와서 먹었던 것 같아. 나는 엄마가 그렇게 짐승을 살생을 한 게, 결국 나한테 다 화로 돌아온 게 아닐까 싶어. 짐승이든 사람이든 자기한테 못되게 굴면 그어떻게든 다시 갚는다고 생각하거든."


-그런 일이 있으셨구나. 고양이를 많이 살생해서, 그 친구들이 본인에게 화를 주었다고 보시는 거예요?

"응. 짐승이든 사람한테든 잘 해주면 결국 다 나한테 돌아오고, 또 못되게 하면 그것 역시 나한테 다 돌아온다고 봐. 정말 그렇잖아. 그래서 나는 항상 최소한 짐승이든, 사람에게든 못되게 굴면서 살지는 말자 하면서 생각해."

인생의 대소사를 함께한
사주풀이와 신점


-21살에 만났던 할아버지로 인해 사주팔자를 믿게 되었는데, 그 뒤로 사주팔자는 자주 보셨나요?

"아니. 그 뒤로는 오랫동안 안 봤어. 우리 아들이 대학 갈 때가 됐는데, 그때 보러 간 게 처음이야."


-어때요? 용하던가요?

"경기도 부천에 있었는데, 귀신으로 보는 신점이 었어. 지인이 거기가 엄청 유명한 데라서 국회의원들도 새벽부터 점을 보고 간다고 하는 거야. 내가 안 간다고 하니까, 자기 혼자 가는 거 너무 무서우니까 계속 같이 가자고 해서 가게 됐어."


-점 집의 분위기는 어땠나요?

"텔레비전에서 처럼 자기가 모시는 신 그림이 뒤에 있고 작은 방에 이불 하나 펴고 덩그러니 앉아 있었어. 그 사람이 엄청 욕쟁이였어. 어찌나 욕을 해대던지. 아무튼 그때 나도 갔으니까, 우리 아들 대학 붙겠냐고 물어봤어. 근데 그건 대답 안 하고 계속 내 과거를 얘기하는데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거야. 내가 잊어버렸던 일까지 그 사람이 기억하게 해 줄 정도였어. 그리고 점쟁이가 나보고 너 한국에 있었으면 벌써 잘못돼도 잘못됐어 이러는 거야. 그래서 내가 나 한국에서 산다고 그랬더니 세상에 또 욕을 한 바가지 하더라고."


-그분이  많은 점쟁이 었나 봐요. 그래서 아들 대학은 뭐라고 하시던가요?

"그때 우리 남편이 아들한테 꼭 명문대, 한 군데를 꼭 집어서 반드시 들어가야 된다고 확고하게 말했어. 나는 이런 건 얘기 안 했는데, 그 점쟁이가 '니 서방이 말한데 들어가니까 걱정 마. 졸업도 잘할 거야'라고 했거든. 우리 아들 거기 들어가서 졸업도 했어. 그리고 너 7월에 이사 가겠다 이랬어. 그때 우리 남편 회사도 잘 다니고 있었는데. 그래서 내가 무슨 소리하시냐고. 우리 남편 회사 잘 다니고 있다고 했는데. 세상에 그 해 7월에 회사가 갑자기 어려워져서 밤에 야반도주하듯이 이사를 갔어."


-부적이나 굿 이런 것도 해보셨어요?

"굿은 안 했는데 부적은 했어. 지갑에 75만 원 정도 있었거든. 근데 그 사람이 너 지갑에 70만 원 정도 있잖아. 부적하나 써. 이러는 거야. 놀래 뒤집어지지. 그래서 70만 원 내고 가족들 건강 기원하는 부적을 썼어. 그러고 나서 내가 내가 택시비가 없다고 그랬더니 5만 원 다시 돌려주면서 밥이나 먹고 가라고 하더라고."


-우와 신기하네요. 근데 막 찍는다고 하죠. 그런 거 아닐까요?

"아니야. 그 사람이 100개를 얘기해서 1개 맞춘 게 아니고 얘기하는 족족 다 맞추니까. 너신기했어."


-그분의 점괘를 믿기 시작했다면 자주 가셨겠어요.

"그러고 나서 우리 딸이 고3 때 또 갔어. 그때 수시 1차 넣어뒀을 때인데, '너무 쉽게 붙으면 재미없잖아. 다음에 붙을 거야'이랬는데, 진짜로 1차 떨어지고 2차에 붙었어. 그리고 우리 딸이 성형하고 싶다고 했어. 그 점쟁이한테. 그랬더니 얼굴에 손대지 말라고, 살이나 빼라고 그러더라고."


-믿을 수가 없어요. 그 정도면 진짜 용하다 못해 예언가인데요. 아직도 그 점집을 다니세요?

"아니. 그 뒤로는 안 갔어. 내가 다시 올게요 이랬더니 점쟁이가 다시는 오지 말라고 하는 거야. 내가 왜요? 이랬더니, 여기는 좋은 곳이 아니니까 다시는 오지 말라고 말해서 그 뒤로 진짜로 안 갔어."


-그 뒤로는 한 번도 점을 안 보신 거예요?

"아니. 그 집은 귀신으로 점을 봤다면 지금은 책으로 보는 사주팔자 집 다녀. 여기도 지인의 소개로 갔어. 1년에 한 번씩 신년운세 보는데, 나는 신점이 좀 더 정확했던 거 같아."


-그럼 그 집으로 다시 가고 싶지 않으세요?

"아니야. 그렇다고 다시 보고 싶지는 않아. 너무 맞추니까 소름 끼치고. 인생의 비밀을 들키는 느낌이랄까. 여기 사주팔자도 잘 맞춰서"


-그럼 사주팔자는 주로 뭘 보세요?

"그때는 애들 학교 봤으면 이제는 결혼 이런 거 보지. 사주팔자에서 아들이 30에 결혼할 거라고 했는데 진짜 그러더라고. 그리고 작년에 나보고 무릎 조심하라고 했는데, 내가 올해 진짜로 무릎 수술을 했어. 근데 이 집은 결혼에 관련된 걸 잘 보는 것 같아. 점쟁이마다 잘 보는 분야가 있는 것 같더라고."


-점을 볼 때 주는 돈이 복채잖아요. 얼마씩 주고 보신 거예요?

"신점은 그때 당시 5만 원을 줬어. 사주 보는 것은 3만 원 주면서 보고 있어."

결국 내 마음의 평화를 위한 일

-굉장히 진심으로 이걸 믿고 계시잖아요. 혹시 주변에서 사기라고, 그런 걸 왜 믿냐고 뭐라고 안 해요?

"아니, 이건 그냥 내 생각이잖아. 내가 다른 사람한테 사주팔자 믿고 귀신이 있다고 강요 안 해. 그냥 나만 그렇게 믿고 생각하는 거니까, 나보고 뭐라고 하는 사람이 더 이상하지. 그래서 다른 사람이 나한테 뭐라고 해도 신경 안 써"


-어머님한테 점을 본다는 건 어떠 의미예요?

"점을 보면 마음이 좀 편해져. 점을 보러 갈 때가 도저히 내 인생의 앞 길이 하나도 안 보일 때 가거든. 정말 저 말대로 될 거야 하는 믿음을 가지고 간다기보다는, 내가 안갯속에 갇혀서 길을 헤매고 있을 때, 조금은 빛을 비춰줄 수 있다고 생각해. 그런 마음으로 보고 있어. 뭐든 지나치면 독이 된다고 하잖아. 그냥 지금처럼 인생에 힘든 일이 있을 때, 한 번씩 보려고."



#안녕하세요. 이 글의 작가 메데아입니다. 현재 많은 분들이 글에 나오는 점집의 정보를 궁금해하셔, 인터뷰 주인공인 ㅇ씨께 여쭤보았습니다. ㅇ씨께서는 인터뷰를 통해 특정 점집을 홍보하려는 것이 아니라, 점을 믿는 자신의 인생 철학과 신념을 이야기하고 , 또한 같은 마음을 가진 분들에게 공감을 얻고 이를 계기로 토속신앙에 대한 편견이나 잘못된 시선이 조금은 바뀌길 바라는 마음으로 응하셨다고 합니다. 또한 ㅇ씨께서는 본인이 다른 분들에게 특정 점집을 추천 해준다는 것은 익명을 보장해준다는 이 인터뷰의 취지와 벗어나는 것이라고 덧붙이셨습니다. 아울러 다른 분들이 달아주신 댓글처럼 신점이라는게 오히려 악효과가 날수도 있기때문에 ㅇ씨께서 공개를 원치 않는다고 전해주셨습니다. 얼굴도 모르는 불특정의 사람들이지만, 혹여 자신의 믿음이 다른 사람에게 해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고 하십니다.

댓글 달아주신 모든분들의 절실한 마음을 제가 전부 이해하긴 어렵지만 인터뷰 당사자 분께서도 점집에 대한 공개를 원치않아 공개가 어려운점 다시한번더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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