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수집가로 살아가는 이유'
여러분은 어떤 인간관계를 지향하나요?
저는 소수의 사람에게만 마음을 열고 지내요.
그런데 여기 저랑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사람이 있어요.
사람이 너무 좋아서, 최대한 많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 인생의 목표라는 ㅊ씨.
ㅊ씨는 최근 자신이 만난 사람들을 기록하기 위해 인간 리뷰를 시작했는데요.
사람이 인생의 모든 것이라고 말하는 ㅊ씨의 이야기 들어보실래요?
인간 리뷰를 시작하다
-안녕하세요. ㅊ씨를 독자들에게 소개해주세요!
"저는 서양화를 전공했고, IT회사를 다니고 있어요. 과거에는 미술을 해서 저를 예술가라고 말했는데, 지금은 회사원이 되어서 더 이상 그렇게 말할 수 없게 되었어요. 다만 지금은 저의 예술적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서 글을 쓰고 있어요. 특히 요즘은 인간들을 리뷰하고 있죠. 인간 수집가랄까요."
-인간 수집가, 굉장히 파격적인 단어예요. 어떻게 사람 리뷰를 쓸 생각을 하신 거예요?
"여행을 좋아해서, 이걸 기록하고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 블로그를 시작했어요. 굉장히 성실한 성격이어서, 글을 꾸준히 올리니까 인기 블로그가 됐어요. 그런데 여행은 맨날 가는 게 아니라, 인기는 많아지는데 콘텐츠가 없는 거예요. 그때 생각한 게 사람 리뷰예요."
-많고 많은 리뷰 중에 왜 사람을 선택하게 된 거예요?
"첫 번째, 저는 사람이 정말 좋아요. 두 번째 기록하는 걸 잘해요. 그래서 내가 잘할 수 있는 게, 사람을 기록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사람을 만날 때 절대 빈손으로 안 가고 사소한 선물이라도 꼭 가져 가요. 그렇게 하다 문득 상대방에게 특별한 선물을 주고 싶었고, 가끔은 편지를 줬어요. 받은 분들이 정말 행복해하더라고요. 그 생각이 나서 상대방에게 편지를 주는 마음으로 사람을 기록하자고 마음먹었죠."
-사람 리뷰는 ㄱ이는 성격이 이렇고, 외모를 어떻다. 이런 식인 건가요? 아니면 인터뷰 같은 건 가요?
"인터뷰는 아니고, 그 사람과 놀고 집에 가면 생각이 많이 나요. 그러면 막 그 사람의 좋은 점을 칭찬해주고 싶어요. 그렇다고 좋은 이야기만 쓰는 건 아니고 나쁜 점도 써요. 그런데도 글을 써서 주면 사람들이 정말 좋아해요. 누군가 오롯이 나만을 위한 글을 쓰는 것에 감동받는 것 같았어요."
-ㅊ 씨는 사람을 정말 좋아하나 봐요.
"저에게 사람은 인생의 재미를 주는 존재예요. 사람이 없으면 재미없는 삶이 될 것 같아요. 인생을 혼자 사는 건 아무 의미도 없다고 봐요. 내가 돈이 있어도 같이 쓰지 않으면 가치가 없고, 아무리 예쁜 옷을 입어도 봐줄 사람이 없으면 의미가 없는 것처럼요. 사람은 정말 모든 것이에요."
사람은 인생의 재미를 주는 존재예요
-사람을 리뷰하려면 정말 많은 사람, 특히 다양한 스토리를 가진 사람을 알아야 될 것 같아요.
"제가 친구가 정말 많아요. 숫자로 몇 명이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고요. 다들 자기 학교, 직장을 기점으로 친구를 만들잖아요. 저는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을 사귀고 연령대도 상관없이 만나요. 이 부분은 좀 자랑스러워요."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을 다 어디서 만나요?
"어디에서건 다 만나요. 최근에는 광교에 있는 친구 집에 놀러를 갔다가, 근처 인테리어 소품점을 들어갔어요. 제가 궁금한 것도 많고 말도 많아서 사장님이랑 많은 얘기를 나눴어요. 그리고 집에 가려는데 사장님이 아무것도 사지 않은 저한테 예쁜 보틀을 선물로 주셨어요. 지금은 인스타로 연락하면서 지내요. 이런 식으로 그냥 사람들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요."
-얼마나 사람이 좋아 보였으면, 처음 보는 손님에게 선물을 주시기까지. 다양한 연령대라고 하셨는데, 나이가 많은 분도 잘 사귀나 봐요!
"네. 어떤 회사의 대표님이 있는데, 제가 카페를 놀러 갔는데 거기 지인 분이랑 친구인 거예요. 얘기를 많이 하다 보니까 지금은 삼촌, 조카 하는 사이가 됐어요. 나이 드신 분 들은 공감대가 없어서 친해지기 힘들어요. 그래서인지 본인들한테 스스럼없이 다가가는 사람을 좋아해 주는 것 같아요. 저의 젊음, 활기 이런걸요. 그리고 전 회사 대표님한테 요즘 쓰는 유행어, 신조어를 아침마다 보내드려요. 전 직장 사람들하고 연락하기 어렵잖아요. 특히나 대표인데. 근데 저는 좋은 것을 공유한다고 생각하고 이런 걸 보내요."
-진짜 신기해요. 저는 인터뷰를 하고는 있지만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 때문에 좀 힘들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매번 이걸 극복해내려고 하는데. ㅊ씨의 사교성은 대단하네요.
"네. 뭐랄까 저한테 사람을 사귀는 건 인생의 재미예요. 저는 인생에서 재미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거든요. 그리고 재미있는 인생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해요. 그중에서 제일 재미있는 건 모르는 사람의 이야기예요. 남의 이야기를 들으면 궁금증이 정말 많이 생겨요. 그래서 저의 이 인생의 재미와 호기심 충족을 위해서 계속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싶어요."
-와우, 정말 이렇게까지 사람을 많이 사귀려는 분은 처음 봤어요. 왠지 ㅊ씨는 편견 없이 사람을 만날 것 같아요.
"저는 상대방이 하는 말은 무조건 믿어요. 그 사람이 그렇게 말하면 다 맞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사람들이 저에게 편하게 말을 하고, 마음을 주는 것 같아요. 다만 저도 좀 꺼리는 유형은 있어요. 되게 진지한 사람. 제가 자학개그를 했는데, 위로를 해주는 사람은 재미없어요."
-그런데 그렇게 많은 사람과 친해지다 보면, 그것도 스트레스지 않아요? 사람들을 다 챙겨야 되니까.
"사람을 만나는 건 저에게 일종의 모험, 도전 같은 거예요. 사람을 많이 알고 싶지만 모두와 친해야 한다고는 생각 안 해요. 가끔은 그냥 그 사람이랑 관계를 맺은 것, 그것만으로도 만족하는 경우도 많아요."
-관계를 맺는다는 건 ㅊ씨에게 인생의 새로운 도전이고, 인간 리뷰는 이 도전에 대한 ㅊ씨의 모험기네요. 근데 이야기를 듣다 보니,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 것에 대한 강박 같은 게 있는 것 같기도 해요.
"저는 예측 불가능한 걸 선호해요. 익숙함을 싫어하는 것 같아요. 저도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단골 가게를 싫어해요. 만약에 그 술집 주인이 저를 기억하면, 안 가요 그 가게를 편의점에서도 저를 기억하는 것 같으면 더 멀더라고 다른 곳을 가고요."
-조금 의외네요. ㅊ씨는 익숙함을 꺼려하는 것 같아요. 아니면 혹시 관계를 맺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받을 상처가 무서운 걸까요?
"간혹 싸우거나 갈등을 겪는 경우가 있는데, 이건 관계가 너무 깊게 들어갔을 때에요. 그럴 때는 마음이 많이 우울해요. 그래서 제가 얕고 넓은 관계를 지향하는 걸까요? 그러고 보니 상처에 대한 무서움이 있어서, 사람을 얕게 사귀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근데 사실 저는 이 부분에 대해서 크게 고민 안 해요. 제 별명이 보살이거든요. 사람들이 상식선에서 지켜야 할 예의만 지킨다면, 저는 언제나 상대방에게 마음이 열려있어요. 저는 누구와도 다 깊이 친해질 수 있어요."
'100명의 인간 리뷰가 목표
-지금 몇 명 정도의 인간 리뷰를 썼나요?
"지금은 30명 정도 썼거든요. 대상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있어야 쓸 수 있어서, 오래 걸려요. 지금 애정이 있는 사람은 다 쓴 것 같아요. 좋아하는 사람과 쓸 이야기가 많은 사람은 좀 달라서, 요즘은 휴식 단계에 있어요."
-30명을 쓰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었나요?
"제가 이직을 할 때, 되게 힘들었어요. 그때 의지가 많이 되어준 친구가 있었는데 그 기간 동안 친구의 나쁜 점도 보고 좋은 점도 많이 봤어요. 그래서 글을 쓸 때 다채로운 감정이 많이 나왔어요. 그게 좀 기억에 남아요. 그리고 제가 글을 써주면 복사해서 다른 사람한테 보내주기도 하고, 자랑도 하는 걸 보면 되게 고마워요."
-ㅊ씨의 인간 리뷰의 목록에 들어가는 사람들은 주로 어떻게 고르시나요?
"사람을 고르는 기준은 그냥 제 마음에서 나오는 거죠. 처음의 시작은 만나는 사람은 다 써야지 했는데, 지금은 너무 많은 사람을 만나다 보니 힘들어요. 그 사람에 대한 고민이 길어야 글을 쓸 수 있는데. 누구는 쓰고, 안 쓰면 서운해 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지금 당장 글을 못쓰겠는 사람한테는 인간 리뷰 얘기를 안 해요. 대신 쓸 사람한테는 내가 오늘 너에 대해 쓸 거야. 꼭 봐줘 이렇게 얘기해요."
-인간 리뷰를 시작했으니, 이에 대한 최종 목표도 있을 것 같아요.
"거창한 목표는 아니고, 100명을 리뷰해서 이걸 책으로 만들고 싶어요. 그리고 리뷰에 등록된 사람들하고, 만나는 사람들에게 선물로 주고 싶어요."
-정말 ㅊ씨는 조만간 사람 관계에 대한 전문가가 될 것 같아요.
"네. 저는 사람을 많이 겪어봤으니까, 대인관계가 서툰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칼럼을 써서, 사람들의 고민도 들어주고 싶어요. 그래서 글을 잘 쓰고 싶어요. 저는 미술을 해서 그런지 관계를 이미지나 느낌으로 표현을 잘 해요. 사람의 감정과 느낌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어요. 그리고 관종한테는 관심이 답이잖아요. 지금은 블로그에 쓰지만, 제 글의 활동 영역을 넓히면서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는 글을 쓰고 싶어요."
-언젠가는 인간의 심리에 대해 전문가가 되어 멋있는 칼럼을 쓰고 계실 것 같아요. 저도 ㅊ씨 글 열심히 보면서 응원할게요!.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