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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데아 Jul 02. 2018

여자가 키 큰 게 뭐 어때서

"어딜 가든 그놈의 키키키, 스트레스야. 키 큰 게 뭐 어때서."


우리나라 20대 성인의 평균 키
남성은 174.9cm, 여성은 162.3㎝래요.
보통 신장이 평균보다 크면 주변에서 부럽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요. 그런데 여기 평균보다
키가 커서 사는 게 불편하다는 여성들이 있습니다.
큰 키가 왜 불편한 걸까요?
가끔은 그냥 평범한 키가 갖고 싶다는 그녀들의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실래요?
키가 176을 넘었다.


-두 사람은 키가 몇이야?

ㅅ: 나는 178cm이야.

ㅈ: 나는 176cm이야.


-우와 진짜 길다. 어릴 때부터 키가 꾸준히 컸던 거야?

ㅈ:  6학년 때 키가 160cm 정도였던 것 같은데, 중학교 2학년 때 176cm이 됐고 지금도 쭉 그 키로 살고 있지.

ㅅ: 나도 키가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자라온 경우야. 지금 키는 고3에 완성됐다고 보면 돼. 고1 신체검사에서 170cm이었고,  뒤로도 쭉 컸어.


-평균보다 키가 거의 10cm가 넘게 큰 거니까, 엄청 눈에 띄었겠다.

ㅅ: 응. 어딜 가나 눈에 띄었지.


-학교 다니면서 겪은 에피소드 있어?

ㅈ: 키 작은 애들이 햇빛 가린다고 내 뒤에 서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별로 기분이 안 좋았어. 그리고 웬만하면 남자애들이 나보다 작으니까 별명이 항상 키와 관련된 거였어.

ㅅ: 나는 키가 안 맞으니까 체육복을 빌릴 수 있는 애들이 없었어.

어딜 가든 보이는 사람들의 시선


-본인의 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만족하는 편이야?

ㅅ: 아니. 나는 주위 사람들이 내 키 좀 떼 달라고 하면 항상 제발 주고 싶다고 해. 진짜 다 떼주고 싶다.

ㅈ: 나는 만족하는 편인데 가끔씩 사람들의 시선이나 행동 때문에 짜증 나는 일이 간혹 있어.


-구체적으로 어떤 게 있어?

ㅅ: 사람들의 시선. 대중교통 이용하거나 밥 먹으러 갈 때 앉아있다 일어나면 나를 보는 게 느껴져. 너무 부담스러워. 커플이 지나가면서 여자가 자기 남자 친구한테 자기보다 크다 이런 말 할 때도 있고. 내가 친구 기다리고 있는데 슬쩍 와서 나랑 키 비교해보고 본인 친구한테 누가 더 크냐 그런 얘기 하는 사람도 있고. 동물원 원숭이도 아닌데. 본인들은 안 들릴 거라고 생각하고 말하는 거 같은데 다 들려.

ㅈ: 나는 예전에 취업 면접을 갔는데 , 나보고 "아우, 너무 큰데" 이렇게 이야기하는 거야. 순간 기분이 확 나빠졌어. 또 취업했던 곳에서는 한 번 힐을 신고 갔어. 힐 좋아하거든. 근데 팀장이 직장 내에 위화감(?)을 준다고 신지 말라고 했었어. 위화감! 그 뒤로는 힐 안 신었지.


-어떤 시선인지 알 것 같아. 남자는 키가 크면 동경이나 부러움의 대상인데 여성은 연예인이 아닌 이상 이렇게 크면 이질적인 사람으로 보기도 하는 것 같아.

ㅅ:응,  나는 정말 처음 만나는 사람들은 전부 다 100% 내 키 얘기를 해. 속으로는 '아~ 또 나오는구나' 생각해. 그리고 키가 크다에는 항상 '너무'가 들어가고. 거기에 모든 의미가 함축되어 있는 것 같아.  그럴 때는 그냥 '그렇죠 너무 크죠' 이렇게 웃어넘기려 하고 있어.

ㅈ: 나도. 어쩜 한 명도 안 빼고 키가 키가 이러는지. 진짜 스트레스야. 키가 크니까 손, 발도 다 큰데. 보편적인 여성에 비해서 크다 보니까, 막 처음 보는 자리에서도 나보고 손이 너무 큰 거 아니냐 발이 너무 큰 거 아니냐 등등 지적하는데 스트레스야. 이것도 일종의 외모 지적이잖아? 유달리 눈이 작은 사람한테 눈이 몇 cm이야? 혹은 코가 큰 사람한테 너 코가 얼마나 큰 거야? 이렇게 물어보는 거나 다를게 뭔가 싶기도 하고.

그래서 큰 키의 남자를 만났다.
키 크면 남자 못 만나겠네


-혹시 키 얘기만 나오면 단골로 나오는 주제가 있어?

ㅈ: 나는 키 얘기만 나오면 남자랑 연관 짓는 게 싫어. "남자가 싫어하겠네", "남자 만나기 힘들겠네". 혹은 남자들이 자기 입으로 직접 "키 큰 여자는 좀 부담스럽지" 이렇게 대놓고 말한 적도 있었어. 나도 너한테 관심 없는데, 뭔 설레발인지 모르겠어. 이런 말은 나의 키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거잖아. '넌 너의 외모 때문에 누군가에게 거절당할 거야' 이렇게. 왜 타인이 나서서 내 키를 그렇게 평가하는지 이해가 안 돼.

ㅅ: 나는 어른들이 내 키를 보면서 위로 아닌 위로를 해주시거든. 원래 키 큰 여자가 키 작은 남자 좋아하고, 키 작은 남자가 키 큰 여자 좋아한다고. 키가 다가 아니라 이렇게. 근데 나는 내가 크니까 무조건 상대방의 키를 먼 저 보거든. 그리고 없으면 안만나면 되는데, 뭘 그리 걱정들을 하는지. 가끔 남자들이 내 옆에 설 때 "너무 커서 못 있겠네~" 이렇게 피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럼 "저리 가"하면서 장난으로 넘겨.


-으, 듣기만 해도 짜증 날 것 같아. 대체 무슨 상관이람.

ㅅ: 맞아. 사실 나는 키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하고 깊게 이야기해본 적 없고, 그러고 싶지도 않아. 키 얘기가 나오면 그냥 장난스럽게 넘겨버려.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가 봐.

ㅈ: 나도 누가 키 어쩌고 하면 약간 회피하는 경향이 있어. 해봤자 또 '너무 크네' 이런 말들만 돌아오니까. 키 얘기만 나오면 노이로제 걸릴 것 같아.  


나를 작아지게 만드는
사람들의 시선


-결국은 사람들의 시선이 문제네, 문제야.

: 저번에 옷을 사러 갔는데 옷가게 직원이 나보고 "와, 여자가 키가 너무 커서 좀 징그럽다"이러는 거야. 진짜 어이가 없더라고.


-그 직원은 좀 많이 이상한데. 그러고 보니 평균보다 키가 크면 옷 사는 것도 힘들 것 같아.

ㅅ: 맞아. 옷을 좀 편하게 사고 싶어. 청바지를 즐겨 입는데 사이즈는 안 봐. 무조건 길이에 맞게 산 다음에 줄여 입어. 짧은 바지를 늘리는 수선을 하면 자국이 너무 남아서 주로 큰 걸 사서 줄여. 바지 사는 게 불편해서 치마나 반바지만 입을까 생각했는데 겨울 되면 레깅스 길이 맞는 거 찾기가 힘들어서 못 입어.

ㅈ: 나도 그래. 나는 바지보다는 치마를 선호하는데 치마도 전부 다 짧아. 강제 하의 실종 패션이야. 스타킹 얘기가 나와서 하는데, 내 키에 맞는 스타킹을 찾기 힘들어. 우리나라 L사이즈 스타킹은 160 중반까지만 입을 수 있는 것 같아. 저번 겨울에 맞는 스타킹을 못 찾아서 편의점에서 사고 뜯고 안 맞아서 다시 사고를 4번을 했어. 그런데도 길이가 안 맞아서 결국 허벅지에 걸치고 다녔지. 근데 언제 한번 겨울에 일본 편의점에 갔는데 170cm 이상의 스타킹이 있더라고. 진짜 신기했어. 거기는 우리나라보다 더 키도 작은데, 이렇게 키 큰 사람을 위한 스타킹이 너무나 평범하게, 흔하게 널려있다니. 새삼 감동받고 왔지.


-스트레스가 반복되다보면 작은 키가 부러워질 것 같아. 혹시 평균 키를 갖고 싶었던 적이 있어?

ㅅ: 응. 항상 그래.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게 평범하게 지내고 싶어. 나는 누군가에게 튀어 보이고 싶지 않아. 근데 자꾸 키 때문에 시선을 끄는 게 싫어.

ㅈ: 가끔 그런 생각들 때가 있지. 하도 키가지고 뭐라고 하니까. 근데 중요한 건 내 키가 아니라 저렇게 부정적으로 반응하는 사람들인 거니까. 그런 사람들이 좀 고쳐졌으면 좋겠어.


-요즘은 많이 바뀌고 있지만,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정형화된 여성의 이미지, 그러니까 여성스러움에는 남성보다 키가 작은 이미지가 있는 것 같아. 그래서 키가 큰 여성에게 조금은 불편한 시선이나 말들이 오가는 것 같아. 그런데 요즘은 남성 혹은 여성을 구별 짓는 고정관념들이 많이 사라지고 있으니까, 점점 이런 시선들이 사라지지 않을까 싶어! 마지막 질문이야! 키가 큰 걸로 뭐라고 했던 사람들한테 해주고 싶은 말 한마디만 해줘

ㅅ:  더 이상 키 크다고 주목하거나, 나를 보면서 말을 하거나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

ㅈ: 나도 마찬가지야. 오지랖은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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