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메데아 Mar 21. 2018

결혼, 행복의 시작 (feat. 대출과 종교)

"서로를 위한 배려가 제일 중요해요"

여러분은 어떤 결혼을  하셨나요?

행복만 가득했나요? 아니면 내가 왜 결혼을 해야 하는지 아픈 고민만 가득했나요?

오늘 만나 볼 ㅎ씨는 올해 8월, 남자친구와 백년가약을 맺습니다.

너와는 단칸방에서 라면만 먹어도 행복할거라고 말했던 ㅎ씨.

그런데 결혼을 준비할수록  돈 때문에 남자친구와 자주 부딪혔다는 ㅎ씨.

이 갈등 속에서 ㅎ씨는 배려가 어떤 것이, 또 나의 욕심을 내려놓는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배웠다고 합니다.

크고 작은 숱한 갈등 속에서 진짜 사랑이 무엇인지 알아가고 있다는 ㅎ씨의 이야기 한번 들어보실래요?

결혼, 내 집 장만이 이렇게 힘들다니

-안녕하세요. 올해 8월에 결혼식을 올리신다고요. 축하드려요! 결혼하실 남자친구는 어떤 분인가요?

"안녕하세요. 저랑 결혼할 예비 신랑은 32살로 저랑 동갑이고 저처럼 평범한 사람이에요."


-항상 거쳐가는 질문일 것 같은데, 결혼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한눈에 이 사람이랑 결혼해야지! 이런 건 아니었어요. 남자친구를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결정하게 됐어요. 남자친구가 다정다감하고, 자기 사람이라고 여겨지면 정말 최선을 다하거든요.  모습을 보면서 남자친구를 믿게 됐고, 미래를 함께 해도 후회가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결혼을 준비하면서 힘든 건 어떤 부분이 었나요? 

"집 구하는 게 제일 힘들었어요. 남자친구와 제가 일하는 스케줄이 정 반대거든요. 둘 다 토요일에도 일을 해서, 이날 밤에 잠깐  보고 일요일에 상의하고. 여유롭게 알아볼 시간이 없었어요. 또 집에 대한 생각 차이가 있었어요. 집은 예식장처럼 네가 원하는 데서 살자. 이렇게 할 수 없는 거잖아요."


-구체적으로 어떤 생각의 차이가 있었어요?

"저는 빚을 지더라고 집을 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왕 대출받을 거 더 받아서 좋은 집을 사고 싶은 거예요.  처음에는 남자친구도 집을 매매하고 싶다는 제 의견에 동의를 했어요. 근데 제가 대출을 더 받자고 하니까 굳이 큰 빚을 지면서 시작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었고요. "


돈, 행복의 씨앗이자 현실의 벽

-들 결혼은 현실이야 이러잖아요. 돈에서 오는 문제 때문에 이렇 말하는 것 같아요.

"남자친구와 제가 사회생활을 늦게 시작했어요. 그래서 둘 다 모아둔 돈이 별로 없었어요. 결혼 비용이 여자는 평균 5000만 원, 남자는 1억 원이라는데 저희는 거기에 한참 못 미쳐요. 이런 상황에서 누가 누구한테 이거밖에 못 모았냐고 탓할 수 없었어요. 그래도 금전적인 한계에 부딪혀서, 현실 속 내 한계가 명확히 보이니까 그게 너무 속상했어요."


-이런 부분은 결혼한 친구들이 잘 알 것 같은데요. 도움이 많이 되는 조언을 많이 해줄 거 같아요.

"친구들한테도 조언을 구할 수 없었어요. 제 친구들은 준비를 많이 해서 결혼을 했거든요. 그러다 보니 자꾸 친구의 결혼과 비교를 하게 되는 거예요. 그래서 물어보지 못하고. 제 원망 많이 했어요. 내가 일을 일찍 시작했다면 우리 결혼을 위해서 더 욕심부려도 됐을 텐데라고요. 내가 돈이 많았다면 남자친구도 부담을 가질 일도 없으니까. "


-ㅎ씨가 이렇게 힘들어하는 걸 보면 부모님도 많이 속상했을 것 같은데. 부모님은 뭐라고 하시던가요?

"속상해했어요. 양가가 넉넉하지 못한 형편이 었기 때문에,남자친구랑 내가 어떻게든 잘 시작해보겠다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걸 보면서 마음 아파했어요. 너희가 너무 힘들게 시작하는 것 같다고."


-두 분 다 서로의 미래를 위한 결정이다 보니 각자의 입장에서 치열했을 것 같아요. 어떤 결론을 내리셨나요?

"전세로 시작하기로 했어요. 남자친구의 부담이 이해가 되더라고요. 제가 계속 매매를 고집하니까 남자친구 입장에서는 속이 많이 상했을 것 같아요. 저희는 집을 살 때 돈을 반반씩 하기로 했거든요.  당연히 여자친구가 원하는 집에서 살고 싶겠죠. 그런데 금전적인 것 때문에 못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제가 매매를 고집하는 게 상대방에게는 상처가 되는 일인 것 같아 마음이 아팠어요. 남자친구와 이 부분에 대해 대화를 많이 했고, 전세로 시작하고 돈을 모아서 더 좋은 곳으로 이사를 가기로 했어요."


-ㅎ씨가 양보를 했다고 보면 될까요?

"아니에요. 누가 양보하고 봐주고 이런 건 아니에요. 그냥 제가 눈 앞에 있는 현실을 보고 수용한 거죠. 한 번은 크게 싸운 적이 있었어요. 그때 지금 내가 너무 욕심을 부리고 있다는 걸 알았어요. 내가 왜 돈 때문에 이렇게 상대방을 속상하게 만들었을까하는 생각이 들면서 저를 보는 남자친구의 마음이 어땠을지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이때  뭔가 깨달았어요. 그래서 지금은 항상 상대방 입장에서 먼저 생각하려고 해요. 이렇게 하니까 싸울 일도 없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요."

육아와 나의 경력 사이의 고민

-당장 눈 앞의 단기적인 것들은 해결하셨잖아요. 결혼은 먼 미래까지 생각해야 되는 장기적인 그림인데, 혹시 결혼 후의 목표, 계획은 어떤 걸 세우셨나요?

"지금의 가장 큰 목표는 전세 탈출이에요. 근데 남자친구는 뭐든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걸 좋아해요. 전세 탈출 좀 늦더라도 애도 낳고 이렇게요. 저는 반대예요. 전세 탈출까지는 절대 애는 안돼 이런 마음이거든요. 이건 또 서로 대화를 해봐야 되는 문제 같아요. "


-방금 출산에 관해 이야기했잖아요. 요즘은 출산 후에도 맞벌이 많이 하는데, ㅎ씨는 어때요?

"임신을 생각하면, 좀 답답해요. 육아냐 경력단절이냐 극단적으로 보게 되거든요. 여자들은 그런 것 같아요. 출산을 하면 보통 애는 엄마가 키워야지 그러잖아요. 근데 내가 지금까지 이 위치에 어떻게 왔는데 이걸 포기하지, 이런 생각이 들어요. 일하는 걸 선택하는데 왠지 죄를 짓는 것 같은 느김이 들어요. 그래서 내가 육아에만 전념하지 않고 이 공부를 계속 이어나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계속 고해요. 그렇다고 부모님이 지금까지 우리 키워줬는데, 또 애 키우라고 그럴 순 없잖아요."


-집안일에 대한 생각은 어때요? 여전히 여성이 부담하는 가사 노동이 더 높다는데.

"맞아요. 여전히 여자가 일을 더 하는 하는 것 같아요. 솔직히 저번에 예비 시댁에서 밥을 먹었는데 어머님과 형님만 주방에서 식사 차리고, 설거지까지 다 하실 동안 남자친구랑 아버님은 그냥 거실에 앉아 더라고요. 물론 내가 새로 꾸린 가정은 그런 풍경이 아니어야죠. 이제 남편이 되면 일을 많이 시킬 거예요."


천주교 신자가 되다


-맞아요. 서로 자라온 환경이 다를 수 밖에 없으니까, 이 부분도 서로 맞춰나가야할 부분인 것 같아요. 혹시 결혼하면내가 반드시 시댁을 따라야한다는 것 있나요?

"음,  종교가 있어요."


-오, 종교 갈등 이거 되게 심오한 건데. ㅎ씨와 남자친구의 종교가 다른가요?

"남자친구 집안이 천주교예요. 천주교는 결혼할 때 배우자가 신자가 아니면 당사자가 천주교 법상 죄인이 된대요. 그래서 제가 세례를 받아야 된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어차피 무교니까 세례 받아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어요. 종교라는 게 없는 사람이 있는 사람 따라가는 게 속 편하잖아요."


-세례는 어떻게 받는 거예요?

"천주교 신자가 되는 길, 정말 어렵더라고요. 6개월 동안 매주 일요일 아침에 하느님의 말씀을 들어야 해요. 3번 이상 빠지면 안 되고요. 이 시간이 너무 힘들었어요. 토요일에 술을 마시게 되면, 일요일에 쉬고 싶은데 그러지도 못하고. 특히 저는 토요일에도 출근하잖아요."


-진짜 힘들었을 것 같아요. 내가 대체 왜 이걸 하나 싶은 마음이 진짜 컸을 것 같은데, 어떻게 극복하신 거예요?

"남자친구가 저한테 많이 고마워했어요. 한 번도 안 빠지고 저랑 같이 가줬어요.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데이트하는 마음으로 다녀요. 남자친구가 충분히 미안해하고 또 고마워하니까."


-그럼 부모님은요? 종교를 갖는다는 것에 뭐라고 하지 않으세요?

"네. 부모님도 제가 천주교 신자가 되는 걸 긍정적으로 봐주셨어요. 천주교에 대한 이미지가 굉장히 좋나 봐요(웃음)."


-종교가 다르다고 해서 엄청난 갈등을 기대했는데 굉장히 평화롭게 해결되셨군요. 내심 허무하네요(웃음) 

"제가 긍정 왕이에요. 어차피 내가 하기로 선택한 거 그냥 끝까지 해야지 이러 생각이에요. 굳이 이걸로 생색을 낸다거나 시비를 건다거나 그럴 마음 없어요. 아 그렇다고 제가 독실한 천주교 신자가 된 건 아니에요. 저는 여전히 저만 믿어요(웃음)."

결혼, 너만 있다면 괜찮아

-많은 갈등 속에서도 ㅎ씨가 결혼을 차근차근 준비해 가는 모습을 보니까 남자친구를 진짜 많이 사랑하는구나 하는 게 느껴져요. 특히나 돈 문제로 결혼하다가 파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많이 들었는데. ㅎ씨는 돈과 결혼에 대해 고민하는 분들 한테 해주고 싶은 말 있으신가요?

"중요한 건 두 사람의 마음인 것 같아요. 만약에 우리도 누구는 얼마 해왔대 이러면서 서로 비교만 했으면 금방 깨졌을 것 같아요. 근데 돈보다는 사람이 먼저라고 생각했어요. 믿음과 사랑이 있으면 어느 정도 극복이 되는 것 같아요. 서로 상처를 주기보다는, 지금 이 상황을 받아들이고 어떻게 하면 우리 둘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까 고민해야죠.


배려가 진짜 중요한 것 같아요. 되게 이상적인 말이지만, 결혼, 행복하려고 하는 거잖아요. 내 입장만 내세우면 결국 아무 해결책 못 구하고 나는 그냥 싸울 거야 이것밖에 안 되는 거니까요. 저는 결혼 준비하면서 점점 남자친구가 저의 동반자가 되어가는 느낌을 받아요. 하나가 되는 게 이런 거구나 하고요. 다들 나의 배우자가 될 사람이니까, 나보다 그 사람을 조금만 생각한다면 결혼 준비 순탄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다들 결혼 엎지 말고 행복하게 했으면 좋겠어요~!"

매거진의 이전글 기자와 기레기 그 사이 어디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