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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데아 Mar 27. 2018

언니들이 들려주는  생생한 출산 이야기

"1분에 한 번씩 오는 진통, 세상에 어떻게 이런 고통이 다 있어"

사람이 겪을 수 있는 가장 극한의 고통이라는 '출산'
여성이라면 한 번쯤 들어본 공포의 순간인 것 같은데요.
그런데 생각보다 출산 과정에 대해 들어보기가 힘들지 않나요?
임신과 출산의 아름다움에 대한 찬양은 많은데
정작 그 과정에 대한 임산부들의 고통과 고난은 많이 들어보지 못한 것 같아요.
그래서 오늘은 이 공포의 순간에 대해 생생하게 말해줄 언니들을 만나봤는데요.
이들이 말해줄 출산의 순간
아름다움과 공포가 공존했던 그 시간
한번 들어보실래요?


 PART. 1
 내가 임신을 했다


-처음 임신을 했을 때, 마음이 어땠어?

ㄱ: 계획한 임신이 아니었어. 결혼 준비 단계에서 갑자기 찾아온 상황이라, 믿기지 않았고 머리가 하얗게 되더라. 엄마가 될 준비가 1%도 없었기 때문에 마냥 행복하기만 한 순간은 아니었어. 하지만 일주일 정도 지나고 나니까, 기쁜 마음도 들었고 몸을 조심히 하면서 행복한 생각만 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


ㅊ: 나도 결혼 준비 단계에서 임신을 했거든. 신혼여행 갔다 와서 임신이 10주 정도 된 걸 알았어. 나는 좋았어. 이미 결혼한 직후고, 어차피 아이를 낳을 계획이었기 때문에 잘 됐다고 생각했어. 


-아이가 몸속에서 점점 자라면서 신체에 어떤 변화가 있었어?

ㄱ: 나는 늘 날씬한 체형이었어. 그런데 배가 불러오면서 살이 찌고 피부 트러블도 엄청 심해졌어. 특히 사타구니, 가슴에 엄청나게 트러블이 생기는 거야. 점점 못생겨지는 내가 싫어서 거울도 안 봤어. 심할 때는 거리를 걸어 다닐 때 사람들이 날 보면서 못생겼다고 흉본다고 생각했어. 자신감이 없어지니까 패배자 같고, 뒤쳐진 것 같은 기분에 많이 울기도 했어. 임신 당시에는 몰랐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임신 우울증이었던 것 같아. 진작 알았더라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서 좀 더 행복한 임신 기간을 보낼 수 있었을 텐데, 정말 아쉬운 부분이야.


ㅊ: 나는 임신 자체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없었어. 나도 지루성 피부염이 생겼는데, 얼굴에 난 거야. 정말 신경 쓰였어. 그래서 매일 냉찜질하고 이랬어. 다만 일시적으로 생겼다가 없어져서 다행이었어.


-체중 증가 때문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나 봐

ㄱ: 진짜 많이 받았지. 배불뚝이 돼지 같고, 얼굴도 살이 찌고 발도 퉁퉁해지고. 늘 날씬한 몸매로 자신 있게 마음껏 꾸밀 수 있었는데. 매일 예쁘지도 않은 임부복만 입고 다니니까 스스로 매력이 없는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았어.


ㅊ: 나는 임신 때 살찌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는 없었어. 살찌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거든. 그래서인지 나는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이 쪘어. 20kg 정. 다만, 아이를 낳고 살이 안 빠져서 아주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어.


-임신을 하게 되면 사회 생활에 불편함이 생길 것 같은데, 어떤 점이 불편했어?

ㄱ: 출근할 때, 대중교통 이용하는 게 지옥 같았어. 지하철에 사람이 많아지면 갑자기 혈압이 떨어지고 숨도 제대로 안 쉬어지고. 한두 번은 기본으로 뛰어 내려서 구토 하고. 아니면 중간에 내려서 택시 타고 출근하고 그랬어. 임산부 배려석이 있어도 젊은 내가 앉아있으면 눈치가 보이는 거야. 그래서 일어나기 일쑤였고. 특히 회사에서 힘들었어. 장시간 앉아서 일해야 되니까 허리 아픈 건 둘째치고 머리가 너무 아픈 거야. 약을 달고 살았어. 근데 회사 사람들이 나보고 너만 임신했냐고. 우리 부인도, 혹은 나도 임신해서 일 다니고 아기 잘 낳고 키우는데 임산부라고 유세 떠는 거냐고 엄청 어이없어했어. 직장 동료들의 이러한 태도가 회사를 그만게 된 결정적인 계기였어.


ㅊ: 나는 사회생활을 안 해서, 직장 스트레스는 없었어. 다만 일상생활에서 생기는 변화들이 있었어. 예를 들면 무슨 화장실을 그리 자주 가게 되는지. 아이가 방광을 압박하니까. 화장실 가느라 잠도 못 잤어. 또 골반이 너무 아픈 거야. 아이가 점점 커갈수록. 그래서 아예 몸을 숙이지도, 그렇다고 제대로 앉지도 못했지.


-정말 많이 힘들었겠다. 힘든 순간도 있지만, 행복했던 순간도 있잖아.
그것 덕분에 버틸 수 있는 거고.

 임신을 한 후에 행복한 순간들은 언제였어?

ㄱ: 직접 아기 옷을 만지고 젖병을 고르고 할 때 아이 낳는 게 실감 나고 행복했어. 내 뱃속의 아이를 기다리는 설렘을 처음 느껴봤어. 하나라도 더 좋은걸 고르게 되고. 아기 물건에 대해서 알아갈 때 아 나도 이렇게 엄마가 되는가 보다 하면서 많이 행복했던 것 같아.


ㅊ: 나는 임신해 있는 내내 행복했어. 특히 태동이 올 때 행복감이 커졌어. 임신 초기에는 내 몸에 애가 있는지 실감이 안 나. 근데 점점 자라면서 아이가 뱃속에서 움직이면 곧 만나겠구나 얼른 보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들었어.

-아이의 사진을 봤을 때, 어떤 감정이었어?

ㄱ: 정말 한 인간이 내 뱃속에 있어서 신기했지. 실제로 보질 못하니 사진만으로는 크게 와 닿은 감정은 없었어. 그저 빨리 실제로 보고 싶다 어떻게 생겼을지 너무 궁금마음이었어.


: 나도 비슷했어. 그거 신기한 마음뿐이었던 것 같아. 막 감동받고 그런 건 없었어.


-혹시 임신을 했을 때, 이런 것도 못 하다니 이런 부분 때문에 충격을 받은 거 있어?

ㄱ: 먹는 것에서 제한이 오니까 진짜 한 생명을 품는 게 이렇게 어려운 거구나 싶었어. 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회도 못 먹고. 더운 날 맥주 한 캔 하고 싶은데. 참아야 할 것 투성이야.
신체적으로는 겨드랑이 양 쪽에 쥐젖이라는 게 생겼어. 인터넷에 보니까 이게 만지면 커지고 잘못하면 여기서 모유가 나온다고 해서 엄청 충격을 받았어. 그래서 절대 만지지 않았고. 출산 후에 거짓말 같이 없어지더라고. 참 신기한 체험이었어.


: 나도 그랬어! 생선은 중금속 때문에, 매운 건 태열 오른다고, 밀가루는 아이가 아토피 생긴다고, 단 음식은 임신성 당뇨 걸린다고 먹지 말라고 하고. 진짜 뭘 먹으라는 지.
근데 나는 조금씩 먹었어. 안 먹어서 받는 스트레스보다 차라리 먹으면서 행복감 느끼는 게 나을 거라고 하더라고.


- 아이의 태교는 어떻게 했어?

: 나는 딱히 안 했어. 회 그만두고 나서는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거든. 아침에 너무 무료해서 청소하고 요리하고. 임산부 요가 교실을 열심히 다녔어. 요가를 하면서 내 몸을 편안하게 만들고, 아이와 호흡하는 그 시간이 유일한 태교였어.


: 나는 마음을 차분하게 할 수 있는 뜨개질이나 컬러링북 이런 걸 했어. 또 태교 동화책도 많이 읽어주고. 나도 임산부 요가 다녔었어. 임신할 때 생기는 신체적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는 자세를 많이 알려줘서 좋았어.


PART 2.

출산,
극한의 고통을 만나다


-출산 전 병원이나 의사를 선택도 까다로울 것 같은데. 가장 중요하게 본 뭐야?

ㄱ: 병원의 자연분만 출산율과 제왕절개 출산율 표를 보고, 자연분주의 병원인지 확인했어. 그리고 의사도 자연분만을 권하는 ‘여의사’를 선호해서 선택했지.


ㅊ: 나는 아는 의사분의 추천으로 그 병원을 선택했어. 그분의 말을 믿고 선택한 병원이거든. 나는 나이 든 의사, 경험이 좀 많은 의사가 좋은 것 같아. 의사 성별은 크게 신경 안 쓰여.


-자연분만, 제왕절개 이건 선택할 수 있는 문제야? 아니면 의사가 권유하는 대로 해야 되는 거야?

ㄱ: 자연분만이나 제왕절개는 산모의 선택이야. 특별한 케이스로 꼭 제왕절개를 해야 하는 경우 아니면 모두들 자연분만을 선호해. 또 산모의 몸 상태에 따라서 의사가 제왕절개를 권유할 수도 있어.


ㅊ: 병원에서 들었는데, 가끔 산모들이 신체 변화를 겪기 싫어서 제왕절개를 요구한대.

출산 후 골반이 넓어지거나 뱃살이 늘어나는 게 싫어서. 또 길일이라고 하잖아. 이 날짜에 태어나면 아이의 사주가 좋다고. 그 날에 맞춰 애를 낳으려고 제왕 절개하는 사람도 있다고 했어.


-이제 본격적으로 출산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하는데, 출산이 임박했을 때, 어떻게 통증이 와?

ㄱ: 1~2분 간격으로 배가 요동을 쳐. 무언 가가 내 배를 막 위에서 밟는 느낌이야.


ㅊ: 맞아. 이게 진짜 무서워. 우리가 한번쯤 느꼈을 복통이거든. 근데 강도 어마어마하게 쎄. 이게 진통의 시작이야. 그리고 점점 세져.


-벌써부터 내가 다 아프다. 여기서 점점 더 아파지는 거지? 어떤 느낌이야?

ㅊ: 가진통이랑 진짜 진통이 있거든. 나는 이걸 구분 못한 거야. 집에서 잠을 자는데 배가 엄청 아팠다, 괜찮아졌다 이랬어. 계속 참 아침이 되서야 병원에 갔는데 벌써 자궁 문이 5cm가 열렸대. 10cm까지 열려야지 아이를 낳을 수 있거든. 나는 '오, 이 정도 진통이면 애 낳을 만하겠는데' 생각했어.


-그래? 참을만한 고통이었던 거야?

ㄱ: 아니. 신은 인간이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고통을 준다고 하잖아. 근이게 어떻게 된 거야. 이렇게 아픈데 사람이 어떻게 살 수가 있어. 진짜 말도 안 되게 아프고 무서웠어. 게다가 금식을 해야 하니, 물 조차 못 마시고 소리 지를 힘도 없어서 진짜 이를 악물었어. 오징어 같이 몸을 비틀고 막 살려달라고 애원도 했어. 세상에 태어나서 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고통이야. 온 몸을 사방팔방에서 잡아당기고 내 배를 막 짓밟고. 나는 진통이 허리로 와서, 애 낳을 때 배에 힘주라고 할 텐데 제대로 못하겠구나 어떡하지 생각도 들었.


: 아니. 자궁문이 7cm 정도 열렸을 때 까지는 집에서 느낀 진통이었거든. 7cm 이상 열릴 때부터는 소리도 못 질렀어. 배 안의 내장이 전부 수축되고, 칼로 다 헤지어 놓는 것 같았어. 근육이 심하게 뭉치는 느낌도 들고. 배도 배지만 질이랑 항문 쪽에서도 엄청 통증이 오거든.


-무통주사 맞으면 진통할 때 고통 거의 안 느낀다고 하잖아. 무통주사 안 맞은 거야?

ㄱ: 나는 무통주사 못 맞았어. 18시간이 진통을 했는데 자궁문이 2cm밖에 안 열렸어.  3cm부터 무통주사를 맞을 수 있거든. 진짜 1분 간격으로 통증이 오는데 죽을 뻔했어.


ㅊ: 나도 못 맞았어. 무통주사 맞았다면 이런 진통은 못 느꼈을 텐데. 나는 자궁문이 5cm가 열려서 갔잖아. 의사가 지금 맞으면 아기 낳을 때 힘 못준다고 안 놔줬어. 그래서 처음부터 끝까지 진통을 생생하게 느꼈지. 특히 촉진제 맞은 후에. 진짜 미친 사람처럼 상체를 일으켰다 누웠다 이러고 나중에는 막 사람들 기절하기 직전에 눈 돌아가는 거 있지? 나 눈 돌아가 가지고 남편이 엄청 놀.


-촉진제가 뭐야?

ㅊ: 애기 빨리 나오라고 맞는 건데. 이거 맞는 순간부터 진짜 지옥이야. 나는 너무 아파서 호흡이 멈췄어. 남편도 놀랐을 거야. 사람이 이렇게까지 아플 수 있다는 걸 처음 봤을 거니까.


-ㄱ이랑 ㅊ은 모두 자연분만한 거야?

ㄱ: 아니. 나는 제왕 절개했어. 18시간 진통하고, 촉진제를 맞았는데도 자궁문이 2cm 밖에 안 열리는 거야. 촉진제 맞다가 너무 아파서 간호사한테 그만해달라고 하고 멈췄어. 아이가 나올 기미가 안 보여서 간호사한테 물어보니까 다시 촉진제 맞고 진행해야 된대. 나는 그 생지옥을 다시 겪고 싶지 않았어. 또 시도한다고 해도 자궁문이 안 열릴 수도 있다는 거야. 그래서 과감하게 제왕절개를 결심했어. 수술해달라고 하니까 5분도 안돼서 수술실로 들어가서 수술 준비하고 10분 만에 아이가 나왔어.


-그렇구나. ㅊ은 어땠어? 제왕절개랑 어떤 차이점이 있어?

ㅊ: 분만실 옆에 대기실에 산모가 여러 명이 있어. 산모들 악 쓰는 소리, 아이 심장소리 들려주는 기계 이런 것 때문에 진짜 정신없어. 근데 내 진통 때문에 신경쓰이지 않아. 다만 옆에서 어떤 산모가 소리 지르면 아 나도 저렇게 되는구나 하고 공포스럽더라고. 계속 대기실에 있다가 딱 애가 나올 것 같다 하는 이 순간에 분만실에 들어가. 그래서 분만실에는 10분도 안 있었어.


- 아기를 낳는 순간은 어땠어?

ㅊ: 이게 뭐냐면, 내 항문 안에 진짜 수박만 한 똥이 있는데 내가 이걸 못 밀어내는 느낌이야. 아기 낳을 때 힘을 주는데 간호사가 자꾸만 그게 아니라고 하는 거야. 대체 어떻게 하라는 거야. 힘들어 죽겠는데. 나중에는 똥 싸는 것처럼 힘을 줬어. 그랬더니 간호사가 그거예요 이러더라고. 그때 진짜 유레카를 외쳤지. 그리고  애가 몸에서 나오고 있구나 이런 느낌은 없고. 어느 순간 그 답답함이 해소가 되거든. 그때 아 시원하다 이 생각을 했어. 의사한테 애 나왔냐고 하니까 나왔다고 하더라고.


ㄱ: 나는 결국 수술대에 올랐기 때문에 아이가 나오는 순간이 없었어. 수술 시작하니까 마취하고 배를 칼로 쓱 긋는 느낌이 났어. 간호사가 막 윗배를 누르고 의사는 애기를 빼내려고 엄청 잡아당기는데 내 몸이 막 비틀렸지. 그리고 배에서 엄청 큰 덩어리가 쑥 빠져나가. 그동안은 뭔가가 배를 누르고 있었는데 확 가벼워지면서 너무 시원했어! 배에서 아기가 빠져나가면 시원한 기분은 다 똑같나 봐.


-가족들은 다 함께 있었어? 출산의 순간에 옆에서 보고 있거나 이런 거.

ㄱ: 나는 신랑이랑 같이 갔는데, 수술이어서 남편이 밖에서 기다렸어.


ㅊ: 나는 아기 낳는 순간에 남편이랑 우리 엄마가 들어왔어. 그리고 엄마랑 남편한테 내 질을 보라 고해. 애기가 지금 나오고 있다고. 나는 좀 충격을 받았어. 나한테 사전 동의를 구하지 않았거든. 의사가 나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남편한테 나의 이 모습을 보여준다는 게 좀 꺼려졌어. 굴욕 의자라고 하잖아. 다리 벌리고 누워있는데 거기서 애기가 나온다고 보라고 하니까.


-나라도 좀 충격이었겠다. 당연히 동의를 구해야 되는 거잖아. 내 몸인데. 남편은 뭐라고 했어? 그 장면에 대해서?

ㅊ: 왜 그런 거 있잖아. 아기 낳는 거 본 남편들이 트라우마 생겨서 부인을 멀리한다고. 그게 걱정이 돼서, 남편한테 물어봤더니 자기는 그걸 감동적인 순간으로 기억한다고 하더라고. 아, 우리 엄마가 좀 충격받은 것 같았어. 엄마가 나랑 언니를 제왕절개로 낳았거든. 의사가 나 내진할 때, 내 질을 보라고 하면서 엄마한테 애 머리가 보이냐고 막 보여줘. 엄마는 내가 이렇게 고생하는 것 만봐도 힘들었을 텐데, 애 낳는 모습이 생중계되니까 좀 충격을 받은 것 같더라고.


-아이를 낳고 나서 어떤 마음이 들었어?

ㄱ: 어떻게 우리 엄마는 아이를 셋이나 낳았지. 이 고통을 세 번이나 겪었다니 정말 대단해. 이 세상의 모든 엄마는 다 위대해 이런 기분. 그리고 이러한 과정이 있기 때문에 출산이 정말 아름다운 거구나 느꼈고. 여자로서 최고로 큰 일을 한 기분이었어. 내 인생에서 제일 큰 일! 세상에, 내가 생명을 낳았다!


ㅊ: 나도 그랬어. 내 몸을 이렇게 고통스럽게 했던 네가 드디어 나왔구나!이런 마음.


-아이를 처음 봤을 때는 어땠어? 엄청 감동적이고 눈물도 나고 그랬어?

ㄱ: 아이가 울면서 나에게로 오는데, 간호사가 태명 있음 불러주세요 해서 태명 ‘극복아~’ 하고 불렀어. 아기가 딱 울음을 그치고 힘겹게 눈을 뜨더니 나를 찾으려고 안간힘을 쓰던 모습이 아직도 잊히지 않아. 그 순간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는 모성애가 살아나더니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기분과 감동으로 그날 밤 잠이 안 왔어. 너무 신비한 경험이었거든.


ㅊ:  나는 벅찬 감동보다는 회복실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 어차피 신생아실에서 볼 건데. 나는 낳고 나서 아이랑 사진도 찍고 내 배 위에 올리고 그랬어. 근데 그 상황이 나는 막 다리 벌리고 반 나체로 누워있으니까, 빨리 여기를 나가고 싶은 마음이 더 많이 들었어.


PART 3.

출산 후, 몸이 예전 같지 않다


-임신이나 출산에 대한 이야기는 많은데 출산 후의 이야기는 듣기가 힘들어. 출산 직후에 어땠어?

ㄱ: 자연분만은 일시불, 제왕절개는 후불제라고 해. 수술하고 마취가 풀리면 소변줄 꼽고 하루는 꼼짝없이 누워만 있어. 이틀째 되는 날 소변줄 빼고 화장실 가서 소변보고 방귀도 뀌어야 한다고 했어. 그때 침대에서 화장실까지 열 걸음도 안되는데 가는데 10분은 걸린 거 같아. 누웠다 일어날 때 너무 아파서 소리 질렀어. 배를 갈랐으니 얼마나 아프겠어. 많이 걸어야 회복이 빠르대. 애기가 너무 보고 싶어서 막 억지로 걸었어. 그렇지만 촉진제 맞으면서 진통한 거에 비하면 참을만했어. 그렇게 3일간은 죽음의 아픔인데, 딱 4일째부터는 약간 살만해지더라. 정확히 한 달 후부터 일상적 생활이 가능해진 거 같아.


ㅊ: 아기 낳을 때 질을 가위로 자르고 꼬매잖아. 출산할 때는 너무 아파서 의사가 가위로 생살을 마취 없이 싹둑 자르는데도 몰라. 그게 아무는 기간이 진짜 힘들어. 아파서 앉지도 서지도 못하고. 그리고 소변을 눠야 되는데, 방광에 힘이 안 들어가서 소변줄을 달고 있었어.


-출산하고 산후조리는 어떻게 했어? 

ㄱ: 요즘은 대부분 아이를 낳고 퇴원 후에 산후조리원에서 2주 정도 조리를 하고, 산후도우미를 고용해서 또 집에서 2주간 조리를 해서 딱 한 달 정도 산후조리하는 게 통상적인 것 같아. 한 달은 꼭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면서 아기를 케어하는 방법도 배우고 내 몸도 쉬면서 지내야 하는 게 맞는 것 같아. 조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한 평생 간다는 게 정말인 것 같더라고.


-조리원 생활은 어땠어?

ㄱ: 산모가 쉴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생활이야. 조리원은 먹고 자고 유축하고 수유하고 그게 전부거든. 수유할 때 빼고는 내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유일한 기간이지! 내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육아해보면 알게 돼. 정말 1분도 내 시간이 없거든. 조리원마다 다른데 내가 간 곳은 모여서 식사하는 곳이라, 같이 밥 먹을 때 얘기를 많이 했어. 이렇게 조리원 동기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퇴소 후에 서로 정보도 얻고 수다도 떨고. 제일 후줄근한 조리원 시절 알게 돼서 그런가 참 허물없이 지내게 되는 것 같아.


ㅊ: 산후조리원을 1주일 등록했어. 나는 너무 심심했어. 티브이 보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게 없었어. 다른 엄마들은 친구도 잘 사귀는데, 나는 붙임성 있는 성격이 아니어서 그냥 혼자 있었어. 그러다보니 조리원 생활이 즐겁거나 이러 않았어. 그리고 아이를 신생아실에 가서 모유를 줄 때만 볼 수 있었어. 애기를 창밖으로만 봐야 했으니까 빨리 집에 가서 아이를 자유롭게 만지고 보고 싶었어. 나는 일주일이 제일 적당한 것 같았어. 그리고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 조리원 안에 여러 프로그램이 있어. 산후 마사지, 체형 교정 이런 거. 산후에 변한 몸을 되돌리는데 많이 도움이 됐어.


- 산후조리할 사람들에게 주고 싶은 팁이 있어?

ㄱ: 산후조리할 때 친정엄마와 시어머니의 극명한 차이를 깨달았지! 친정엄마는 산후조리 도와주러 오시면 정말 내가 쉴 수 있도록 아이케어뿐 아니라 집안일 까지 손댈 곳 없도록 모두 싹 해줘. 시어머니는 정말 오셔서 아기만 보신다(웃음). 내가 오히려 시어머니 밥 걱정하고 먹었으면 설거지,  청소해야 하고 또 쉬느라 누워있으면 눈치 보이고. 시어머니는 내가 집안일하는 거 구경만 하지 본인이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 않아. 이래서 결혼하면 친정엄마한테 더 잘하게 되는 것 같아. 하핫 시어머니가 산후조리할 때 도와주 오시겠다고 하면 알아둬, 아이만 보러 오신다는 거. 날 생각해서 오시는 게 아니라(웃음).


: 산후조리는 친정엄마가 해주는  정말 좋아. 더욱이 나처럼 모유수유를 안 하는 사람이라면. 분유는 내가 해도 엄마가 먹여도 상관없잖아. 그래서 애가 2시간마다 깰 때, 내가 새벽에 안 일어나고 엄마가 대신 아이를 돌봐줬어. 애기도 씻겨주고. 그래서 무조건 적극적으로 친엄마의 도움을 받는 걸 추천해.


-아이를 낳은 후, 몸이 출산 전으로 돌아와?

ㄱ: 살 빼는 거 진짜 힘들었어. 출산 일주일 정도 되니까 7kg가 빠지고 배도 어느 정도 들어갔지. 모유수유가 살 빼는데 많이 도움이 돼. 모유수유를 이후 남은 살을 빼는 건 정말 힘든 것 같아. 나는 서서히 배가 들어가더니 6개월 후에는 어느 정도 빠지긴 했지만 정확히는 1년이 걸린 것 같아. 진짜 많은 노력이 필요해!


ㅊ: 몸이 출산 전으로 돌아가는 건 완모 여부에 따라 다른 것 같아. 완모는 엄마가 자신의 모유가 마를 때까지, 아이에게 먹이는 걸 말해. 모유가 팍팍 나오면 애기 몸무게랑 양수 몸무게 빼고도 살이 확 빠지거든. 나는 모유가 진짜 병아리 눈물만큼 나왔어. 모유가 안 나오니까 살도 안 빠지더라. 운동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그래서 출산 전에는 50kg였는데 후에는 65kg에 머물러 있었어. 또 나는 살이 많이 찐 편이야. 뱃살이 많이 늘어났어. 이 뱃살은 출산 전과 달리 엄청난 물살이고 늘어나 있어. 튼살도 많아. 아직까지도 안 빠지고 있어.


-제왕절개는 몸에 수술 자국이 남잖아. 자연분만보다 출산 후에 더 관리할게 많을 것 같아.

ㄱ: 응. 흉터가 잘 아물게 시카케어 같은 약품을 붙이고 있던가 하는 게 중요해 나는 흉터에 신경 쓰지 못해서 그랬는지 지금 완전 켈로이드 피부로 부풀어 오르고 피부색도 까맣고 굉장히 흉측해. 수술 후 흉터 잘 아물도록 노력하는 게 중요해!


-둘째도 가지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

ㄱ: 일단 첫째 아이 낳고 막연하게 둘째를 낳긴 해야지 생각을 했는데, 갈수록 생각이 많아지는 것 같아. 이제 아이가 어린이집을 다녀서 직장을 찾고 있는데 만약 임신을 해서 둘째를 낳는다면 또다시 2년은 아무것도 못하고 애만 낳고 키우는 거잖아. 그러다 나는 나이 먹고 경력은 없고 애들만 키워야 될까 봐 두려워서 둘째 생각이 점점 사라지는 것 같아. 정말 어려워.


ㅊ: 아이를 낳고 난 직후에는 다시는 애를 안 낳겠다고 생각했어. 근데 지금은 둘째를 낳고 싶어.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이 엄청난 고통을 기억은 하지만 둘째는 더 빨리, 그리고 잘 낳을 수 있을 것 같거든.

-드디어 마지막 질문이야! 아이를 낳고, 키워보니까 어때?

아직 출산을 하지 않은 여성들에게 아이를 낳는다는 게 무엇인지 말해줘.

ㄱ: 좀 무거운 대답이 될 것 같은데. 아무것도 모를 때 덜컥 아이가 생겨서 낳으면 몰라도, 요즘 같은 시대에 여성이 아이를 위해 희생하고 직장도 포기하면서까지 육아하고 그런 선택하는 거 참 어려운 일이잖아. 그래서 출산을 한다는 건 아이에게 발목 묶여서 자유가 사라지는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야 될 것 같아. 물론 이런 것을 안다면 아이를 낳는다는 사람 없어질 수도 있겠다.


진짜 그래. 정부에서는 저출산이라고 아이를 낳으라고 하잖아. 근데 아이를 낳고 나니 정부에서 참 아무 대책도 없이 오로지 애만 낳으라고 권하고 있구나 야속하더라도. 엄마 혼자 감당해야 하는 육아에 대한 해결책이 없어.

프랑스처럼 나라에서 같이 도우며 함께 아이를 키우는 그런 세상이 아니야. 예를 들어 현재 실시 중인 아이 돌봄 서비스 같은 경우 전화 걸어 문의하니 대기 300명이고 올해 안에 이용 어렵다는 허무한 대답만 들었어. 실질적으로 도움을 받지 못하니까, 엄마가 된다는 건 엄청난 자기희생이 시작되는 동시에 사회생활의 끝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될 것 같아.

 

ㅊ: 책임감의 무게가 달라져. 그래서 아직 아이를 낳을 준비가 안 됐다면 안 낳는 게 좋은 것 같아. 그리고 발이 묶이는 것도 맞아. 전업주부도 그래. 특히 나처럼 어린이집에 늦게 보낼 경우, 2년 넘게 아이한테 묶여있는 거야. 나는 밖에 잘 안나가. 흔한 식당도, 카페도 안가. 밖에 나가면 아이를 보느라고  아무것도 못하니까. 그냥 맨날 집에만 있어. 그리고 남편보다 육아에 대한 비중이 높아. 남편이 아이를 잘 봐줄 것 같았는데 생각만큼 아니더라. 아이를 낳고 나서 생기는 책임감도 있겠지만, 정말 마음 단단히 먹어야 된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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