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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데아 Mar 14. 2018

기자와 기레기 그 사이 어디쯤

"돈과 거래되는 기사, 내가 과연 기자일까? 고민하게 하죠"

ㅅ씨는 경제부 기자로 근무한 지
4년 차가 다 되어 갑니다.

그는 최선을 다해 취재하지만,
어느 순간 자신의 기사가 돈에 의해 거래되고 삭제되는 모습을 볼 때면 
문득 '나는 기레기일까?'
라는 자괴감에 빠지곤 합니다.

ㅅ씨는 회사의 명령과 기자의 의무 사이에기자의 자존심을 지키려고 노력하지만 가끔은 크게 휘청거릴 때도 있다고 하는데요.
그럼에도 진정성 있는 기자로 성장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ㅅ씨의 이야기 한번 들어보실래요?

나의 기사는 돈과 거래된다.


-ㅅ씨 안녕하세요. 오늘은 ㅅ씨와 함께 언론 업계의 생태와 기자들의 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볼 건데요. 준비를 단단히 하셨다고요?

"네. 저 욕도 하고 이럴 건데 괜찮을까요?"


-적극적으로 인터뷰에 응해주시면 저야 감사하죠(웃음).  요즘 언론의 이미지가 굉장히 안 좋아요. 기업과 언론의 유착 관계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뉴스들이 나오면서 더욱 언론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대표적으로 삼성과 언론사의 유착을 고발하는 뉴스가 있었죠? 이런 뉴스 보면 어떤 마음이 들어요?

"터질게 터졌다고 생각해요.  제가 우리나라의 모든 언론사에서 근무해본 경험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나라 언론이 이렇다고 말은 못 하는데요. 그래도 취재 현장에서 기자들을 만나보면 함께 공감하는 건 있어요. 기업의 갑질이요. 처음에는 기업의 광고 기사를 써주고 거기에 대한 대가를 받는 거죠. 그런데 어느 순간 기업이 광고비 이상을 주게 되면 그 언론사는 기업에 의존하게 돼요. 해당 기업에 대한 기사는 무조건 좋게, 나쁜 이슈가 터졌을 때도 최대한 긍정적으로 기사를 써주는 식으로요. 그 기업이 빠지게 되면 언론사의 수입에 큰 타격이 가니까."


-ㅅ씨도 이런 경험이 꽤 있나 봐요?

"당연히 있죠. 분명 저 기업의 비리가 보이는데, 회사와 좋은 관계가 있다는 이유로 기사를 못 쓰게 하거나 아예 취재도 못하게 해요. 반대로 사이가 안 좋은 기업은 의도적으로 나쁘게 쓰라고 할 때도 있어요. 기사 하나에 기업의 이미지가 흔들릴 수도 있기 때문에, 일부러 나쁘게 쓴 후에 광고비를 받고 나서 기사의 방향을 수정하기도 해요. 목표 달성한 거죠."


-기사에 대한 신뢰가 확 떨어지는데요? 이런 식으로 기사가 만들어져 나가게 되면 마음이 어떤가요?

"초반에는 기자를 그만두고 싶었어요. 내가 생각하는 정의구현과는 많이 달랐거든요. 기사를 회사가 원하는, 그러니까 돈이 원하는 방향으로 써야 되는 거잖아요. 열심히 취재했는데 기사가 내려간다거나, 돈이 되니까 억지로 쓰게 만들어요. 어떻게 보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기자의 영향인지 회사의 영향력인지 모르겠어요. 처음에는 이런 일로 친구들과 이야기하다가 많이 울었어요, "


-모든 기사가 그런 건 아니겠죠? ㅅ씨도 자신의 기사 중 일부가 그런다고 한 것처럼요. 그런데 사람이 경험한 만큼 생각한다고 그러잖아요. 그렇게 돈으로 만들어지는 기사의 생산에 기여하고 있는 건데,  기자로서 같은 기자들이 쓴 기사를 신뢰하나요? 돈이 만들어낸 기사가 아닐까 의심은 안 드나요?

"기사를 믿기보다 정보를 얻는다는 마음으로 기사를 봐요. 사실 저도 그런 건 구분하기 힘들죠. 다만, 갑자기 현재 흐름과 다르게 뜬금없이 특정 기업에 대한 기사가 좋게 나간다거나 나쁘게 나가면 일단 의심은 하죠. 어차피 취재원들도 서로 아는 사이거든요. 그래서 그 기사의 취재원에게 전화하면, A기업이 그 신문사에 힘 좀 써줬대요 이렇게 말하기도 하고요."


-그럼 그렇게 기업이 언론사에 돈을 주면서까지 수정해달라는 기사는 대체로 어떤 종류예요?

"우리나라 기업들은 회장의 이름에 굉장히 민감해요. 특히 예민한 기사가 올라올 경우 회장 이름이나 사진을 빼 달라는 요청이 가장 많아요. 그래서 회장 이름, 사진이 들어가면 바로 수정 요청이 들어와요. 더 잘 나온 사진으로 써달라던가. 아, 혹은 자기 그룹이 B그룹보다 규모가 더 큰데, 왜 우리 회장님 이름이 B그룹 뒤에 들어가야 되냐고. 당장 수정해달라고 이래요. 아니면 A그룹, B그룹 이렇게 사진을 나란히 편집해서 기사를 내잖아요. 그럼 B그룹에서 우리 사진이 왜 뒤에 있냐고 A를 뒤로 해서 다시 수정해달라고 이래요. "


-오, 정말 생각보다 소소한 내용들이네요? 만약에 거부하면 어떻게 돼요?

"물론 더 심오한 취재 내용에 대한 수정도 있지만, 독자들은 이런 것 까지는 모르잖아요(웃음). 기사 하나 나가는데 이렇게 세세한 것까지 기업에서 터치한다는 걸 말해주고 싶었어요. 만약에 거절하게 되면, 뭐 그 기업에서 광고 더 주겠다고 말하거나 이러죠. 그러면 팀장, 부장급 그러니까 데스크들이 이걸 상의해서 기사를 내리거나 수정하거나 결정하는 거예요."


-그럼 혹시.. 그렇게 돈을 받고 수정된 기사에 대해 성과급을 받나요? 어쩌면 언론사가 돈을 버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건데요?

"뭐, 일반 회사원이랑 똑같죠. 성과에 따라서 인센티브를 주기도 해요. 어떤 언론사는 광고비의 일정 부분을 기자에게 준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우리 회사는 그냥 연봉 협상 때, 내가 그때 이렇게 했잖아요 말하면서 협상에 써먹는다던가 기자들 회식시켜주던가 이런 거 그걸로 끝이죠."


나도 가끔 기레기가 된다.

 -돈으로 거래된 기사를 내가 진실한 기사라고 믿을 수도 있다는 것이 영 마음이 좋지 않네요. 그리고 스멀스멀 기레기라는 단어가 생각나네요(웃음). 기자를 비하하는 대표적인 단어가 기레기죠? 기자와 쓰레기를 합한 신조어인데, 이 단어 종종 접하시죠?

"네. 자주 보고 듣고 하죠. 근데 기레기는 진짜 기자가 아닌 사람들 때문에 만들어진 단어라고 생각해요. 물론 기자로서 윤리의식이나 자질이 부족한 사람에게도 쓰이는 단어일 수 있지만, 기자 집단 자체가 쓰레기로 불리는 건 너무 속상해요"


-진짜 기자가 아닌 사람들이라, 그게 어떤 의미인지 궁금해요.

"검색어 기사를 쓰는 사람들이요. 검색어 기사는 대게 사람이 사무실에 앉아서 포털 인기 검색어 보면서 그 단어를 검색창에 치고, 그렇게 나온 기사들을 다시 순서만 바꿔서 기사로 내보내는 것들이에요. 연예인 ㄱ씨의 결혼이 이슈라서 제목 'ㄱ씨 결혼, 전 여자친구와 만나서 대화' 이래서 들어가 보면 뭐.. 걸그룹 여자친구와 방송에서 대화를 했다 이런 거요. 진짜 억지죠?. 근데 이렇게 말장난하는 검색어 기사들 진짜 많아요. 기레기가 나오게 된 가장 대표적인 예라고 봐요.

또 노룩 취재요. 취재 현장에 한 번도 안가보고, 관계자들하고 이야기도 안 하고 인터넷으로 정보 찾아서 기사 쓰는 사람들이요.  인터넷 기사는 바로 수정이 가능하니까 일단 내보내고 고치자는 마음으로 글을 쓰는 사람도 꽤 있어요."


-그런 건 기사로써 가치가 없으니까 일종의 인터넷 쓰레기로 보는 거죠?. 이런 글을 쓰는 사람들이 언론 업계에서 없어지면 기레기라는 단어가 사라질까요?

"없어질 수 없어요. 언론업계가 기레기가 없으면 안 돼요. 우리나라에 언론사 진짜 많아요. 요즘에는 1인 미디어라고 해서 혼자 기사 쓰고 취재하는 분들도 많고요. 이런 환경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돈이 많아야 하는데, 돈은 곧 조회수에 비례해요. 그러다 보니 작은 매체일수록 자극적인 기사를 쏟아내서 돈을 벌어야 돼요. 그래야 직원들 월급도 주고, 그렇게 번 돈으로 기자들의 취재비도 줄 수 있는 거죠."


-결국은 다 돈이네요. 하긴, 기자가 되고 싶은 사람들 중에서 그런 자극적인 기사를 쓰는 꿈을 갖고 들어온 사람은 없을 거예요. 다들 사회에 한 획을 긋는 기사를 쓰고 싶을 텐데. 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기레기가 되어가는 사람들, 어찌 보면 속상하기도 하네요.

"맞아요. 그분들도 생각해보면 안타깝죠, 글은 밑에 사람이 쓰지만 그 아이디어는 대부분 위에서 시켜서 만들어진 것들이니까요. 저도 인턴 때 회사에서 검색어 기사 쓰도록 시켜서 울면서 쓴 적도 있었어요. 인턴 지나서도 한 때, 회사에서 조회수 중요하다며 현장 기자들한테도 검색어 기사를 쓰도록 시키기도 했어요. 처참했죠 뭐."

기자로 남기 위한 끝없는 노력


-그런데 저 궁금한 게 생겼는데요. 기레기를 정의 내리기 전에 혹시 본인은 스스로 기레기라고 생각해본 적 없어요? 돈과 기사가 거래되는 그런 일 가운데서요.

"네 있죠. 근데 그 단어 너무 극단적이라 별로 안 좋아요.(웃음) 기레기까지는 아니고 자괴감이 들 때는 있는데, 남이 보기에는 그냥 기레기일 수 도 있죠. 대표적으로 열심히 취재했는데, 이해관계에 따라 기사가 바로 내려가는 것을 보고 기자로서 자존감 떨어지고, 회의감도 들었어요. 특히나 취재 과정에서 여러 사람을 만났던 만큼 그분들에게 더욱 부끄러움이 느껴지더라고요."


-사실 이건 회사에서 결정한 일이라 본인이 어떻게 할 수 없어, 더 우울하겠어요. 그럼 스스로 기레기가 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건 어떤 게 있어요? 아무리 회사가 내 기사를 이렇게 만들어도 내가 기레기로 전락하지 않는 최후의 보루는 이거다 하는 거요.

"회사가 돈을 버는 방법은 한정적이고, 돈은 회사의 결정이라 제가 나설 수 있는 부분은 제한적이에요. 다만 기업에 불리해 삭제되거나 수정될 가능성이 있는 기사를 작성할 경우 사전에 보고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편이에요. 또한 기사가 나간 후 수정 요청 등이 올 경우 기사의 논점이 유지될 수 있도록 관계자 및 회사와 대화를 나누며 어떻게든 부딪히려고 노력해요. 반드시 세세하게 취재해서 정보를 파악해요. 기사 작성할 때 사실관계를 확실히 알고 반박해야 제 기사를 최대한 지킬 수 있거든요. 물론, 아무리 회사에서 요구해도 사실을 왜곡하는 기사는 더더욱 거부하고요."


-모든 현상에는 양면성이 있다고 하잖아요. 쉽게 이 기사 쓴 사람 완전 기레기네 라고 말한 제가 좀 부끄럽기도 하네요. ㅅ씨의 말을 들어보니, 참 쉽게 너는 기레기야 라고 정의를 내리는 것도, 그렇다고 넌 진정한 기자다 이렇게 확신하며 상대를 믿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는데 말이에요. 기레기 소리 들으면서 기사를 써야 하는 기자의 마음은 어떻겠어요. 또는 열심히 취재했는데 회사 때문에 기레기가 되어버릴 수도 있고요.

"그렇죠. 기자도 돈을 벌어야 하니까, 어느 정도 회사를 따를 수밖에 없어요. 그렇지만 기자의 도덕적 가치와 옳음을 지키려는 신념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결국 자신의 가치는 스스로 만드는 거죠. 그리고 윗선도 너무 돈돈돈 이러면서 자신들의 가치를 스스로 깎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맞아요!. 중요한 건 기자가 어떤 목적의식과 명분을 갖고 취재하는 것인가 같아요. 그것 만으로도 일단 진실한 기자에 한걸음 다가갔다고 볼 수 있는 거잖아요! 기자, 어려운 직업이란 건 알았는데 개인이 겪는 내적 갈등이 정말 심하네요. 사회가 요구하는 기자가 되기 위한 노력을 하는 동시에 회사의 수익에도 기여하는 기자. 이 두 사이에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니 저도 덩달아 기자란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하게 되네요. 혹시 기자가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 있나요?

"제가 감히 뭐라 할 수는 없는 거지만, 모든 이슈에 민감해야 돼요. 그게 귀찮으면 절대 하면 안 되는 직업이에요. 항상 사건과 사고의 전방에 서 있는 직업이고, 또 그 사건들이 언제 또 다른 것들과 연쇄작용을 일으킬지 모르는 거니까요. 정신 바짝! 차리고 있는 태도가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매번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되는 직업이라 어디 가서 든 빨리 자리를 잡는 그런 태도도 진짜 필요해요!"


-ㅅ씨의 이러한 고민이 기자를 준비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나저나 오늘 인터뷰 어땠어요? 인터뷰를 하는 입장일 텐데, 취재 대상이 되어보니까요(웃음)

"색다른 경험이었어요. 무엇보다 그동안 생각해보지 않았던 부분에 대해 깊게 생각할 수 있던 시간이었어요. 더불어 3년간의 기자생활을 돌아보며, 새롭게 마음도 다잡게 됐고요. 한 사람이 보는 기사일지라도 책임감을 느끼며 글 쓰는 ‘기자’가 되고 싶다고 마음을 굳게 먹었어요!. "


-저도 ㅅ씨가 우리나라를 크게 뒤흔들 수 있는 기사를 멋지게 쓰는 기자가 되도록 항상 응원할게요! 독자들은 모르시지만 ㅅ씨의 기사 꼬박꼬박 챙겨보면서 얼마나 발전하셨는지 항상 확인도 해보겠습니다(웃음) 그럼 오늘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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