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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지 Dec 10. 2023

[영화] 괴물 (고레에다 히로카즈)

인간의 마음이란 건 언제, 어디까지일까


<괴물> --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주관적으로, 내게 좋은 영화란 어떤 영화일까. 나는 어떤 영화를 보는가. 어떤 영화를 보고 싶어하는가.


딱 이런 <괴물>같은 영화다.


재난영화이면서 성장영화이기도 하고, 불가피한 재앙, 부조리한 일상 속에 사랑이 있고, 행복한 순간이 있지만 기만이 되지 않으려면 전반적으론 슬픈. 과거와 현재의 나와 내 상황을 돌아보게하고, 나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지게 만드는 영화. 


-사회화의 첫관문. 학교라는 공간


학교라는 장면은 인간성 획득의 가장 순수한 출발이어야하지만 때로는 정반대의 가장  취약한, 비극의 시작점이 아닌가 한다. 그 이전에 가족이라는 단위가 있지만, 한 인간의 인격형성, 사회화에 있어 부모라는 굴레보다 '학령기' 환경이 더 중요하고 치명적이지 않을까. 피할 수 없는 운명같은, 유전자라는 요인보다 어쩌면 나의 자의적 선택이 가능하다고 볼 수 있는 타인의 존재로인해 나의 형상과 심상을 더 뚜렷하게 인식하게 되고 삶이라는 과정을 헤쳐나가는 방식을 터득하게 되는 게 아닐까.


- 괴물 유니버스


<라쇼몽>을 연상케하는 다자적 시점의 영화가 1부, 2부 등의 표기없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는 점이 좋았고, 누구 하나 온전하지 못 한 인물/인격 설정이 인상 깊었다. 영화가 시작되며 '너나 할 거 없이 괴물이구나' 라는 깨달음은 꽤 일찍 온다. '괴물은 누구인가' 라는 반복적인 대사, 질문이 구태의연하게 느껴질만큼. 인간이 가장 추악한 괴물이라는 인식은 어쩌면 이제 '사회적 합의'를 이룬 현대인의 자화상이 아닌가 한다. 거기로부터 어떤 시각과 통찰로 나아가는가의 문제가 아닐까.


- 비밀의 숲


비슷한 소재, 즉 현실에서는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받는 두 어린이가 숲 속에 비밀공간을 만들어 상상의 나래를 펴고 현실 극복과 함께 성장해나간다는 이야기인 <Bridge to Terabithia>라는 책이 떠오르기도 했다. 1978년 뉴베리수상작으로, 미국에서 많이 읽히는 책이고 나 또한 꽤 감명 깊게 읽은 작품이다. (영화화되기도 했는데, 영화에서는 <나니아연대기>처럼 환상적 측면이 강조되었다고 한다.) 


순수의 시절. 그 구간을 지난 인간은 각자 어떤 진화과정을 거쳐 괴물로 진화하는가. 어디까지, 언제까지가 '인간의 마음'일까.


인상 깊었던 대목.


-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을 뺏기지 않기 위해 (숨기고) 내색하지 않는다는 것


- 행복이란, 누구에게나 가능한 것. 소수만 누릴 수 있다면 그 건 행복이 아니다.


- 다시 태어날 수 있을까. 다시 태어난 것일까?


- 으쌰, 라는 감탄사가 주는 어떤 감흥


- '늙음'이란 과정에 켜켜히 묻어있는 그 때를..


- 비밀을 말하지 말고 불자. 불어버리자. (관악기로) 음악, 예술의 용도.


- 누군가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는 것은, 친밀함의 기회를 전제로 하는 것. 바로 가까이에서 느끼는 상대방의 존재, 그 실존적 진실만으로 타인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될 때가 있었다. Moment of Truth. 


고 류이치 사카모토의 이 음악은 정말 최고다. 


https://youtu.be/OVT0xY12PVw?si=9FPGDzshSSsY6UN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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